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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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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89년 09월 91호
날로 훼손되는 우리의 국토
최근 정부가 수질 오염에 대한 이례적인 관심을 보이자 언론도 이에 부응, 며칠이나마 수질 오염 등 공해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서서, 수질 오염이 새삼스러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어 온 나라 안이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뜻있는 대부분의 국민은 이 문제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므로 임시방편의 정치적인 태도보다는 차분한 가운데서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제반조치와 사업을 전개해 주길 바라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전체 자연 환경의 오염과 파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수계(水界)오염, 식품오염, 대기오염, 핵(방사능) 오염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는 그 심각성이 점점 피부로 와닿고 일상생활에까지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수도물을 끓이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한 명도 없으며 농약의 과다 사용으로 과일의 껍질은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여기에다 급증하는 수입농산물의 범람은 국민의 건강을 극도로 위협하고 있다. 또 대다수의 국민이 살고 있는 대도시는 맑은 날씨에도 하늘이 뿌옇게 보이며 눈이 따갑고 쉬 피로를 느끼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우리 민족 전체와 세계에 위
협이 되고 있는 것은 천여 개 가까이 배치되어 있는 핵무기이다.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수천배 규모에 달한다는 핵폭탄이 현재 남한에 배치되어 있어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국의 이해에 따른 결정만으로 싸움이 가능한 현실은 우리나라에만 비밀로 되어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외국에서는 폐기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우리나라에서는 계속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전남 영광 원자력 발전소 근처에서의 잦은 기형아출산 등은 ‘핵 위험’의 심각성을 경고해 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과 일부의 몰지각한 처사로 자연환경을 파괴시키고 오염시키는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자연보존’을 주목적으로 지정된다는 국립공원이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보존보다는 방문자를 대상으로 하는 돈벌이 장소로 전락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국립공원 방문자들은 날로 급증하고 이에 따른 이용자의 편의를 위주로 한 개발과 약삭빠른 상업주의의 침투는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훼손, 파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점점 키워왔다.
그런데 명산과 빼어난 자연경관이 있는 국립공원이면 거의 예외없이 최소 몇 개의 사찰이 있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 불교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터(자연)의 보존을 위해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노력을 해 온 것일까? 일부의 산중불교에 대한 비판이 사찰이 있는 산속은 황폐화되어도 좋다는 주장이 아님은 분명할진대, 유서 깊은 도량이 국립공원 제도하에서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상품화되고 주위의 자연도 본래의 모습을 잃고 훼손되어도 이의 시정을 위한 노력이 매우 미진한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립공원의 역사와 현황
지금 남한의 대부분의 빼어난 큰 산은 모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면 국립공원이란 무엇인가? 우선 국립공원(National Park)이란 말이 최초로 거론된 것은 l933년 11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아프리카 야생동물 보존대책회의」에서였다. 이 회의에서 각국은 야생동물의 보존, 번식을 위해서 국가가 이를 관리하며 보호를 적극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채택했다.
그리고 국립공원에 대한 최초의 정의는 1948년 세계적 시야해서 자연보호를 다룰 목적으로 창설된 「국제자연보호연합」(IUCN, 스위스주재)의 제 10차 총회(1969년 인도뉴우델리)에서 이루어졌다. “비교적 넓은 지역(최소면적 1,000ha)으로서 하나 이상의 생태계가 인간의 개발 및 점유에 의해서 변화를 받지 않고 있으며 생태적으로 특별한 과학적, 교육적, 영감적 흥미가있든지, 지형이 극히 기이하거나 아름다운 자연의 경관을 포용해야만 인류공존의 유산으로서 국립공원의 요건이 된다. 이러한 지역에는 국가의 최고 주무기관에서 전지역의 급속한 개발 및 점유시설물 설치를 저지하거나 배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되고 공원시설물 설치에 있어서 기본적인 생태적, 지정학적, 미적 특질을 존중할 것을 계도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며 영리적인 행위는 일체 금하고 방문자가 교육, 문화, 레크레이션의 목적을 위하여 출입할 경우에는 특별한 조건하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은 1872년 미국의 와셔름 탐험대의 일원으로 몬테나주 탐사에 참가했던 크네리나스 헷차스가 엘로스톤 지역의 원시 경관은 국민의 공원으로서 영원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국립공원 지정청원을 의회에 제출하여 통과됨으로써 탄생되었다.
우리나라는 1967년 3월 수려한 자연의 경관을 보호, 보존하고 국민의 자연 교육을 목적으로 공원법이 공포된 이래 1967년 12월 지리산을 필두로 1988년 현재까지 18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이중 14개가 산악공원으로서 지리산 외에 68년 계룡산, 70년 설악산, 속리산 한라산, 71년 덕유산, 오대산, 76년 주왕산, 83년 북한산, 84년 월악산, 치악산, 88년 소백산이 지정되었다. (이밖에 국립공원으로는 68년 한려해상, 경주, 76년서해안, 81년 다도해해상 등4 곳이 지정되었다.)
우리나라국립공원 이용자 수는 인구증가 및 경제성장과 더불어 날로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가야산, 계룡산과 함께 국립공원 가운데 규모가 가장 적으나 서울 근교에 있는 북한산의 탐방객은 연간 천만 명을 넘고 있어 국립공원 이용자 수에 있어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의 증가에 비례해서 생태 환경은 날로 황폐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987년 7월 1일 국립공원의 관리를 국가적 차원에서 일원화하기 위해 정부출연기관으로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성립하게 된다.

국립공원 관리의 문제점과 그 실례
그냥 두어도 그만인 산이나 바다에 굳이 국립공원이라 이름 붙이고 관리사무소를 두는 것은 보호를 곁들인 이용의 필요성에 의해서이며, 이는 결국 자자손손 두고 보며 즐기기 위해 최대한 아끼자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를 효율적이고도 책임성 있게 수행하기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뜻있는 많은 국민은 공단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공단은 국립공원의 선정, 보전 대책 등을 완벽히 수립해 낼 환경보존학자 생태학자와 같은 전문가의 주도가 아니라 초대 이사장에 육사출신 O육사출신으로 골수 공병 계통의 장성 출신을 선임하는 등 비전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공단은 관리 체계의 일원화를 위해 세웠다고는 하지만 계획에서 시행, 관리까지를 포함한 실제적 일원화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오로지 가진 기능은 쓸고 닦는 하인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여론이 높다. 또한 현장직원 수는 줄어들면서 권한은 대폭 약화되어 가분수격의 본부만 생긴 꼴이란 비난의 여론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시설용량의 한계-보호와 이용의 적정선 설정-가 잘 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일부 국립공원에서는 자연파괴를 우려해 자연 파괴가 상향선을 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루 최대 수용 인원을 산출, 입장권 예매제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국립공원 내의 이용자편의시설 설치도 이용객 위주의 개발우선주의에서 과감히 탈피, 보존과 개발의 공존성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남원군 뱀사골과 구례군 천은사 사이에 23.4km의 관통도로가 뚫려 노고단 바로 앞까지 자동차가 왕래하면서 천연 회귀동식물 분포지인 반야봉 일대의 생태계 환경은 물론이고 지리산 전체가 구조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사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리 지
방국토관리청에서는 노고단 초입의 성삼재에 주차장 건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이용객의 증가 자동차의 배기가스, 소음 및 시설공간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으로 이곳의 자연환경은 생존에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88년 가을 북한산에서도 도선사와 용암문 사이에 등산로 및 야영장 공사가 있었다. 이 공사과정에서 복구불능한 자연경관이 상당히 훼손되고 형질 변경으로 인해 천연자원구조가 훼손되었다.
북한산의 녹지자연도는 종자연도(수령 20-30년생)가 83%로 삼림, 생태적인 역사로는 이제 초기를 지난 단계이므로 보호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되었고 특히 천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발생되는 각종 대기오염물질로 북한산의 토양은 계속 산성화되어 수목의 생
육에 매우 불리한 환경을 초래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또한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북한산케이블카 설치계획은 이권이 개입된 아전인수격의 터무니없는 개발의 대표격으로 꼽히고 있다.
설악산 백담계곡 입구에서 백담산장까지를 콘크리트로 확포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차량이 폭주하여 자금까지 걸어서 3시간쯤 하던 비포장 도로에 의해 차량 출입이 비교적 엄격히 통제되고 그물망 구실을 하여 결정적 피해를 입지 않았던 수렴동 대피소 위쪽의 가야동과 구곡담까지 완전히 유원지화할 우려가 높다는 여론이다.

자연보존과 불교의 역할
자연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 영원한 지속성을 갖고 있는데 한시대의 행위로 말미암아 단절, 오염, 파괴되면 후대에게 자연 본래의 모습을 전수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생존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한번 파괴, 오염된 자연환경 구조는 다시 복구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거나, 영원히 복구될 수 없다. 자연환경 보존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올 여름에도 수많은 인파가 산과 바다를 찾았다. 이런 추세로 볼 때 해를 거듭할수록 국립공원을 찾는 인원도 대폭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사찰은 더욱 스님들의 기도, 공부하는 도량이 아니라 관광지 분위기로의 변화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리 산골이라도 대부분의 사찰은 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포장이 되어 있다. 대중(신도)과 쉽게
접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없지는 않겠으나 이로 인해 자연 환경은 파괴되고 공부에 지장이 있으며 부처님 전법에 의한 포교에 근거한 신도들의 시주가 아닌 절과 스님, 경관을 구경하기 위한 관람료로 살아가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오늘의 우리 불교는 장래가 결코 밝은 것이 아니다. 어느 분의 주장처럼 적어도 유수사찰 반경 4km 이내에는 차량출입을 통제하고 무차별한 환경 변화나 파손 행위를 적극 저지하는 자세가 우리 불교인에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인류의 영원한 모성, 자연 앞에서 좀더 많은 사람이 겸허해질 수 있도록 우리 불교인의 자성과 홍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위로는 종단에서부터 밑으로는 불자 한사람 한사람마다 자연환경보존을 위해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