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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는 차라리 불심(佛心)의 꽃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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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낭승만 1989년 09월 91호
나에게 있어 불교와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존재는 신앙이라든가 종교라고 하는 세속적인 차원을 넘어, 불교 그 자체가 생명이요 삶 그 자체이며, 부처님은 나의 영혼 그 자체이다. 나는 장장 10년 동안을 반신불구의 몸으로 투병생활을 해오며 시를 쓰면서 의지와 집념으로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시인이다. 그러므로 시는 나의 삶을 이어가게 하는 버팀목이며. 불교는 나에게 절대적인 ‘영혼의 등불’이라 할 것이다.
병신이 되어 살아 온 10년 동안 나에게 부처님이 아니 계셨다면 나는 벌써 좌절과 절망의 늪에 빠져 삶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시에는 구석 구석에 부처님의 말씀이 깃들어 있으며, 따라서 나의 시는 불교를 향한 나의 신앙심과 불교사상을 담아 널리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알려 주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시는 나에게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 (下化衆生)하는 방편이요 수단이다.
나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부처님께 예불하고 기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는 나의 집을 기도처로 삼고 나의 아호(雅號)인 서천(西泉)을 따서 서천암(西泉庵)이라 이름을 지어 써 붙이고 있는데 그러니까 나는 이 서천암의 주인인 셈이다. 방문에다 ‘낭승만 시인 사절암자 서천암’이라는 글을 써붙이고 방에는 부처님 세 분과 관세음보살님 한 분을 모시고 철저한 불도생활을 하여 마음을 닦고 청정을 닦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의 큰 재산은 시와 부처님의 말씀과 청정과 고독과 가난이다. 이미 아내마저 내 곁을 떠난 지 1년이나 되었으니까 수도승의 삶 그것이 나의 생활 전부이다.
우선 마음을 닦으려면 이승의 삶에 고통이 있을 때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전생의 업장이 깊음을 깨닫고 부처님께 진심으로 참회하고 업장소멸의 기도를 하여 이승에서 더럽혀진 영혼을 깨끗하게 청정심으로 닦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부처님께 예불하고 기도하고 특히 관음경을 독경하며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바른쪽 팔뚝에 연비공양을 한다. 왼팔을 못 쓰니 향에 불을 붙여 입에 물고 연비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전생의 두터운 업장을 소멸하여 주옵소서 하고 비는 뜻에서 내 육신에게 따끔한 형벌을 가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나는 1980년 이래 반신불구의 몸으로 투병생활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부처님의 은덕으로 시를 써서 무려 여섯 권이나 되는 시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어, 신문지상을 비롯한 각종 매스컴에 보도됨으로써 많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격려의 편지를 받았다. 더러는 마음과 육신의 병으로 나보다도 더한 고통 속에 있는 사람으로부터도 편지가 왔는데, 그러면 나는 격려의
편지를 쓰고 거리에 관계없이 찾아나설 때도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나보다도 더 큰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의 고통에 대하여 부처님께 기도 드리는 일을 잊지 않았다.
나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는 여러 곳에서 오는 편지를 읽는 일이며 편지 내용에 따라 기도하는 일인데, 편지는 항상 부처님께 고(告)한 뒤에 읽어 왔다. 이런 생활로 인연을 맺은 많은 스님들이나 여러 가지로 나의 삶에 도움을 주신 분들의 주소와 성명을 빠짐없이 고(告)하고 기도를 드려 왔다.
나의 시 가운데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공덕을 돌리는 회향정신을 노래한 시를 여기에 소개해 본다.

바람은 무엇이던고 물결은 무엇이던고
구름은 무엇이던고
모두 떠나가고 남은
겨울 빈 자리에 내가 남았다
겨울 들판에 쩔뚝거리며 허수아비로 서서 먼 세상일랑 등지고
버림받은 그림자로 업보를 살아도
한알의 낱알을 지켜 당신들께 공양하며
이냥 묶인 채 얼어 죽어서 죽음 속에 살아
구름을 거느리고
바람을 거느리고
강물을 거느리고
낱알 하나 찾아드는
배고픈 날짐승을 거느려서 적침의 복을 누리며
하이얀 눈빛 속에 잠든
지난 가을 열매들 영롱한 가슴 속에
한 분씩의 부처가 들어앉아 계심을
나는 보느니…
겨울의 죽음은 차라리 목숨이 다시 영그는
기나긴 시간
어무이 어무이 어무여
하늘을 우러러 외다리로 서서
어무이를 부릅니다.
이 억새풀 땅에 꽂혀
모진 지옥살이를 하고 있으니
아득한 하늘 우러러
외다리로 서서 어무이를 부릅니다
이 억새풀 땅에 꽂혀
모진 지옥살이 벌써 하고 있으니
얼어 죽어서는 지옥엘랑 아니 가게 해주시리
우리 마음씨 좋은 부처님께서…
하오니 내게 열릴 극락은
다른 춥디추운 배고픈 이에게 넘겨주리
내가 지옥엘 갈망정
내가 지옥엘 갈망정
부처님 쌓아놓으신 공덕 좀 빌어다가
억새풀 땅에 떨고 사는 쩔뚝바리들
얼굴 좀 밝게 해드리고
마음 좀 밝게 해드리리
고마우신 부처님께
두손 모을 손하나가 넝마조각으로
무명의 허공에 걸려 나부껴도
마음으로 두손 모아
저 춥디추운 눈 덮여 춥디추운 땅에
따뜻한 햇살 좀 내려 주시라…
이 새벽 뿌린 씨를 거두어
크신 님께 무릎 꿇어 향을 피워 올리나니
사랑없는 억새풀 땅의 눈먼 허수아비들
얼어죽게 마소서.

졸시 「겨울 회향」 중에서

지옥이 어디 죽은 다음에 죄를 지은 이들만이 가는 곳이랴. 지옥과 극락이 죽은 다음 저승에만 있는 것일까. 아니다. 지옥도 극락도 다 우리들 마음 속에 있으며 이승에 있는 것. 하지만 나는 이미 불구의 몸이 되어 몸도 마음도 고해(苦海)의 늪에 빠져 고통 속에서 지옥의 삶을 살고 있으니 혹시라도 내게 갈 극락의 길이 열린다면 나는 얼어죽어 지옥엘 갈 망정 내가 갈 극락의 길은 다른 중생에게 양보하고 또한 이 고해인 억새풀의 땅 사바세계에 사는 절뚝발이들, 무명으로 눈 먼 중생들에게 밝은 자비의 빛을 내려줍소사 기도하는 회향의 시이다.
우리가 부처님께 촛불 켜고 향을 피워 올리는 것만이 꼭 공양하는 것이랴. 물론 부처님께 춧불과 향을피워 올리는 것이 신행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마음에 촛불을 켜서 자신의 마음을 밝히고 향기을 발산하여 온갖 나쁜 마음, 지옥같은 마음을 씻어내는 것이 곧 불심 아니겠는가.
심즉시불(心卽是佛),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이다. 불교는 마음을 스승으로 삼아 오로지 마음 닦음을 그 근본으로 하는 종교이다. 나는 그래서 매일 216배씩 절을 하고 좌선도 한다. 본존불께 108배 관세음보살님께 108배를 한다. 반신불구의 몸이라 일어섰다 허리 굽혔다 할 수가 없어 부처님께는 죄송스러운 일이나 가부좌한 채 절을 하는데도 허리가 끊어지는 듯 다리가 저려오고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어도 216배의 절을 올리고 나면 먹장구름 같던 마음에 환희심이 솟아오르고 상쾌해 질 뿐 아니라 찌뿌드드하던 몸도 함께 가벼워져 오히려 신비스럽게도 펄펄 생명력이 샘솟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불교신앙을 통하여 얻어 낸 기적이요 신비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재산이다. 신앙을 통한 나의 삶은 즐겁고 건강한 삶으로 이어진다. 나는 힘 있는 대로 시를 써서 그것으로 중생구제의 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오늘h 원력을 세우고 정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