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무엇이던고 물결은 무엇이던고
구름은 무엇이던고
모두 떠나가고 남은
겨울 빈 자리에 내가 남았다
겨울 들판에 쩔뚝거리며 허수아비로 서서 먼 세상일랑 등지고
버림받은 그림자로 업보를 살아도
한알의 낱알을 지켜 당신들께 공양하며
이냥 묶인 채 얼어 죽어서 죽음 속에 살아
구름을 거느리고
바람을 거느리고
강물을 거느리고
낱알 하나 찾아드는
배고픈 날짐승을 거느려서 적침의 복을 누리며
하이얀 눈빛 속에 잠든
지난 가을 열매들 영롱한 가슴 속에
한 분씩의 부처가 들어앉아 계심을
나는 보느니…
겨울의 죽음은 차라리 목숨이 다시 영그는
기나긴 시간
어무이 어무이 어무여
하늘을 우러러 외다리로 서서
어무이를 부릅니다.
이 억새풀 땅에 꽂혀
모진 지옥살이를 하고 있으니
아득한 하늘 우러러
외다리로 서서 어무이를 부릅니다
이 억새풀 땅에 꽂혀
모진 지옥살이 벌써 하고 있으니
얼어 죽어서는 지옥엘랑 아니 가게 해주시리
우리 마음씨 좋은 부처님께서…
하오니 내게 열릴 극락은
다른 춥디추운 배고픈 이에게 넘겨주리
내가 지옥엘 갈망정
내가 지옥엘 갈망정
부처님 쌓아놓으신 공덕 좀 빌어다가
억새풀 땅에 떨고 사는 쩔뚝바리들
얼굴 좀 밝게 해드리고
마음 좀 밝게 해드리리
고마우신 부처님께
두손 모을 손하나가 넝마조각으로
무명의 허공에 걸려 나부껴도
마음으로 두손 모아
저 춥디추운 눈 덮여 춥디추운 땅에
따뜻한 햇살 좀 내려 주시라…
이 새벽 뿌린 씨를 거두어
크신 님께 무릎 꿇어 향을 피워 올리나니
사랑없는 억새풀 땅의 눈먼 허수아비들
얼어죽게 마소서.
졸시 「겨울 회향」 중에서
지옥이 어디 죽은 다음에 죄를 지은 이들만이 가는 곳이랴. 지옥과 극락이 죽은 다음 저승에만 있는 것일까. 아니다. 지옥도 극락도 다 우리들 마음 속에 있으며 이승에 있는 것. 하지만 나는 이미 불구의 몸이 되어 몸도 마음도 고해(苦海)의 늪에 빠져 고통 속에서 지옥의 삶을 살고 있으니 혹시라도 내게 갈 극락의 길이 열린다면 나는 얼어죽어 지옥엘 갈 망정 내가 갈 극락의 길은 다른 중생에게 양보하고 또한 이 고해인 억새풀의 땅 사바세계에 사는 절뚝발이들, 무명으로 눈 먼 중생들에게 밝은 자비의 빛을 내려줍소사 기도하는 회향의 시이다.
우리가 부처님께 촛불 켜고 향을 피워 올리는 것만이 꼭 공양하는 것이랴. 물론 부처님께 춧불과 향을피워 올리는 것이 신행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마음에 촛불을 켜서 자신의 마음을 밝히고 향기을 발산하여 온갖 나쁜 마음, 지옥같은 마음을 씻어내는 것이 곧 불심 아니겠는가.
심즉시불(心卽是佛),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이다. 불교는 마음을 스승으로 삼아 오로지 마음 닦음을 그 근본으로 하는 종교이다. 나는 그래서 매일 216배씩 절을 하고 좌선도 한다. 본존불께 108배 관세음보살님께 108배를 한다. 반신불구의 몸이라 일어섰다 허리 굽혔다 할 수가 없어 부처님께는 죄송스러운 일이나 가부좌한 채 절을 하는데도 허리가 끊어지는 듯 다리가 저려오고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어도 216배의 절을 올리고 나면 먹장구름 같던 마음에 환희심이 솟아오르고 상쾌해 질 뿐 아니라 찌뿌드드하던 몸도 함께 가벼워져 오히려 신비스럽게도 펄펄 생명력이 샘솟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불교신앙을 통하여 얻어 낸 기적이요 신비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재산이다. 신앙을 통한 나의 삶은 즐겁고 건강한 삶으로 이어진다. 나는 힘 있는 대로 시를 써서 그것으로 중생구제의 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오늘h 원력을 세우고 정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