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복지 대책과 비구니스님 문제
삼보 중의 하나인 스님들의 반수 이상이 노후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대승불교승가회’의 환국 승가의 의식 및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보고서’(이하 ‘대승’으로 약칭)는 노후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 스님(47.5%) 보다 걱정하는 스님(12.5%)이 다소 많다고 한다. ‘대원’ 조사에 의하면 불교의 사회복지사업이 타종교에 비해 다수(77.7%)가 그저 그렇다거나 미약하다고 응답했다. 복지에 대해서는 불교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모두 낙후된 상태임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스님의 의료비는 반수 정도가 본인이 부담하고, 사중(27.5%), 친척(8.5%), 신도(5.2%)의 순으로 담당하고 있다. 생활 대책은 은사스님(39·1%)과 사중(29.6%)의 의존도가 다수를 차지했다.
스님들의 노후복지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스님들(‘대승’조사)은 종단의 무관심과 불안정을 거의 절대적(95.3%)인 원인으로 꼽았다. 불교계의 (사회)복지사업이 부진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원’은 종단 차원의 정책 미약(46.4%), 불자들의 낮은 참여도(29.8%), 스님의 낮은 관심도(20%)로 대답했고, ‘제도개혁위’는 인재부족(39.6%), 불교도의 관심 저조(37.3%)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그밖에 재정 부족, 승려 교육 및 지도부재, 신도들의 비협조적인 태도 등등에 7% 안팎의 응답율을 보였다.
이러한 현실로부터 스님들의 생활보장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4%를 넘어섰고(‘제도개혁위’조사), 노후에 양로원이 필요하다(72%)고 느끼는 스님이 필요없다(21.6%)는 스님에 비해 세배나 많았다.(‘대승’조사)
또 활발한 복지사업 방도로 우선 꼽는 것은 승려와 신도의 의식이 바뀌어야(37.2%)와 전문인력 양성(29.9%) 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단위사찰의 역량을 모아 종단적으로 추진하자(19.4%) 등이었다. ( ‘제도개혁위’ 조사)
비구니스님에 대해 질문한 곳은 ‘대승’뿐이었다. 먼저, 종단 참여를 묻는 질문에 15%만어 어느정도 보장되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는 전무(41.4%)와 부족(43.2%)으로 응답해 거의 대다수가 부정적인 시각임을 보여주었다. 특히, 비구니스님 스스로는 10%만이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고 보는 반면에, 비구니스님은 같은 항목에 25.9%의 응답율을 보이는 대조를 나타냈다. 비구니스님 활동 부족 원인을 보면, 종단풍토(52.6%)와 제도적 미비(25.5%), 수행 관습(14%) 등을 들었고, 팔경법(비구니스님의 비구스님에 대한 예의와 존경)에 대해서는 비구니스님은 80% 이상이 수정 또는 차별 폐지 견해를 보인 데에 반해 비구스님은 반수가 쪼금 넘는 수(54.59%)만이 여기에 동조했다. 그리고 팔경법의 존속여부에 대해서도 비구스님은 40.9%가 찬성하는 반면에 비구니스님은 14.9%만이 존속을 지지해 비구니스님 스스로의 문제의식이 비구스님보다 더욱 강한 것을 나타냈다.
요구되는 화합과 개혁
지루한 수치를 나열하며 네개의 설문조사를 비교하여 보았다. 다분히 산술적이고 평면적인 것이었지만 그러면서 일감으로 드는 생각은 각각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보기를 들면, ‘불사연’의 조사는 재가불자의 지위와 역할의 신장에 강한 목적의식성을 느끼게 하였고 ‘대승’은 승가의 의식과 실태 조사에 충실하려 했다는 것 ‘제도개혁위’는 원리와 대안마련에 치중했고, ‘대원’은 질문이 구체적이고 흥미가 있는 것이었으나 다소 감각적인 면에 치우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문항에 따라서는 질문 내용은 동일한데, 대답을 선택하는 지문이 판이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이는 조사의 주체단체들의 시각과 목적 동의 차이에 기인할 것이다. 그리고 주체단체들의 처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또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즉 ‘대승’은 비교적 부담없이 종단을 비판할 수 있지만 ‘제도개혁위’는 그럴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또한 중간중간에 언급했지만 재가불자와 스님들의 인식 차이, 재가불자의 스님들에 대한시각이 무언가 큰 변화를 예고하는 수위에 육박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얻었다. 문항마다의 승가대 재가의 응답율은 전혀 비교되지 않고, 다만 ‘불사연’과 ‘대승’의 비슷한 질문에 대한 응답율을 비교하고 특히 ‘불사연’의 조사를 보는 청도의, 대략의 형편에 의한 것이지만 필자에게는 꽤 주목되는 대목으로 다가온다. 다시 한번 두드러진 것만 상기해 보면 사찰운영에 대해 재가불자의 절대 다수가 공영화를 주장한 반면에 스님들은 반수이상이 아직도 신도의 사찰 운영 참여에 반대하고 있다. 또 재가불자의 스님들에 대한 회의와 불신의 도가 적지 않음을 나타내는 대목으로는 현 수행방법이 문제없다고 생각한 재가불자는 극히 미미한데에 비해 대다수가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불교 미래에 대해 스님들보다 더 밝은 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재가불자들은, 그러나, 그 이유에서 스님들의 높은 중흥의지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보고이다. 이러한 시각은 불교의 사회활동 참여가 적은 이유로 스님의 의식 결여 때
문이라고 응답한 재가불자가 반수를 훨씬 넘는다는, 다소 무리한 정서까지 겹쳐 급기야는 재가불자는 성직자가 될 수 없다는 견해에 동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불사연’의 보고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기존 불교에 대한 혁명적 변화가 오늘 청년 불교지도자들의 심저에 깊숙히 흐르고 있다는 것만은 현실로서 받아들여야겠다.
그러면, 이제 다시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불교 대중들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에 띄는 것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째로, 우리 불교도는 현재 심각한 위기의식과 함께 미래불교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고도 희망 섞인 기대에서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개혁의 요구는 대단히 높으나 개혁을 주도할 신망있는 주체세력의 미형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본다. 부처님의 법은 바르나, 현재의 불교는 문제가 많으므로 혁신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감한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로 사고를 진전시키면 답답한 것이 오늘 우리 불교도들의 심정인 듯하다.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집단과 개인의 대동화합을 통한 전망의 제시는 당위이자 대중의 요구이기도 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또 하나,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종단과 스님들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셋째로,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불교계의 사회참여는 대부분 참여에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만 수행자로서의 자기 본위를 지키는 방식의 개발을 요구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스님들의 민중불교운동에 대한지지도는 다소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졌으며, 통일에 대한 요구나 반미, 평화 분위기는 민족종교로서의 불교의 위상을 확인시켜 주었다.
마지막으로 계속 종단의 주요 과제로 거론되는 제도개혁에 대해서는 제도에 앞서 불교사상 정립과 교육 문제의 우선 해결을 주장하는 의견이 꽤 많이 나타났다. 따라서 종무, 행정의 개혁보다 사상 교육과 관련된 제도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해 봄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제 한국불교는, 90년대가 사활을 판가름하는 의미있는 시기가 되리라는 전망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젊은 신세대의 화합과 개혁의 요구로 크게 물결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