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연화(蓮華)의 비유
이 개권현실을 좀 더 자세히 부연하여 위실시권과 폐권입실을 세우는 고찰도 있어 왔으니, 위실시권(寫實拖權)이란 진실의 가르침으로 이끌어들이기 위해 그 동안 방편의 가르침을 베푸셨던 것이라 하여 방편의 목적이 진실에 있었음을 지적한 것이니 개권현실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단계요, 폐권입실(廢權立實)이란 방편의 가르침을 폐기하고 나면 진실의 가르침만 남아 모든 경이 법화경의 내용이 되어버린다는 것이어서 개권현실이 이루어지고 난 이후의 결과이다. 이는 개권현실의 당연한 귀결이요 본디 그 속에 내포되어 있던 속성인바 이해를 돕기 위해 천태대사의 연화의 비유를 소개하겠다. 여기에서 말하는 연화가 ‘묘법연화경’이라는 이름 속의 그것임은 이를 것도 없다.
첫째는 위련고화(爲蓮故華)이니, 이것을 위실시권의 비유로 보는 견해다. 연(蓮)은 연밥(연의 열매)이요, 화(華)는 연꽃을 가리키므로, ‘위련고화’란 연밥을 위해 연꽃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연의 꽃망울이 생겨난 상태니 아직 연밥은 꽃망울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방편의 가르침이 베풀어질 때에는 진실은 숨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밥을 위해 꽃망울이 생겼듯 방편은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설해진 것이라 함이니, 이것은 꽃잎이 벌어진 다음에야 연밥을 위함이었음을 알 수 있듯 어디까지나 개권현실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밝혀지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법화경이 설해지기 이전의 중생들이, 제가끔 방편의 가르침을 진실의 가르침인 듯 착각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해야 한다.
둘째는 화개연현(華開蓮現)이니, 이는 말할 나위 없이 개권현실의 비유다. 연꽃이 벌어지면서 연밥이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어서, 방편의 가르침 속에 내포돼 있던 부처님의 진실(의도)이 백일하에 드러난 상태다. 진실이 드러났다 해서 무슨 새로운 법을 얻은 것이 아니라, 지금껏 받아오던 방편의 가르침이 기실은 일불승의 진실에 의한 교화였음이 밝혀진 것뿐이다.
세째는 화락연성(華落運成)이니, 이를 폐권입실의 비유로 보는 해석이다. 가을이 되면 연꽃은 떨어져 흔적이 없고 오직 연밥만이 남듯, 개권현실이 이루어지고 나면 방편의 가르침이던 삼승은 폐기되고 일승의 진실만이 확립되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폐기됐다고는 하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방편을 배격하거나 버린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의도가 드러남에 미쳐 방편이 바로 진설로 변질했으므로, 어디애도 방편의 흔적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ㅂ. 四一의 도리
요컨대 법화경의 근본사장인 개권현실은 불교 안에 있어 온 많은 대립을 하나로 돌아가게 하는 구실을 해내는데, 네 가지 면에서 이런 ‘하나’를 고찰하여 四一이라 일컫는다.
첫째는 이일(理一)이니, 불교의 진리는 부처님의 지견(知見)뿐이라는 것이다. 지금껏 불교 안에는 성문의 진리·연각의 진리·보살의 진리가 있어서 대립해 왔으나, 제불(諸佛)은 ‘오직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깨닫게 하려 세상에 오셨으매’. 부처님의 지견이 아닌 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인(人人)이니, 부처님의 교화 대상은 오직 보살뿐이라는 사상이다. 곧 성불이 가능한 자로서 모든 중생을 교화해 오셨다는 사실인즉슨, 아라한·연각(벽지불)·보살의 차별이 있는 줄 알았던 것은 부처님의 참뜻을 곡해한 것이 된다. 보살의 개념이 법화경에서 크게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으니, 이것은 성문·연각에 대립하는 보살이 아니라 성문·연각도 기실은 보살이어서, 보살 아닌 교화 대상은 없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세째는 행일(行一)이니 불교 안의 수행은 부처님의 지견을 깨닫게 하기 위한 것 뿐이라는 것이어서, 소승의 수행까지도 다 부처님의 지견과 결부시킨 데에 그 특징이 있고, 네째인 교일(敎一)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일불승뿐이라는 것이매 새삼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이 四一은 일불승을 그 도리와 사람과 수행과 가르침으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어서 일불승의 당연한 귀결이요, 일불승은 개권현실에 의해 밝혀진 불교의 진상인바, 다양한 방편의 가르침이 하나의 진실에서 흘러나갔다 하고, 그러기에 하나의 진실을 내세워 그 다양한 방편의 가르침을 거두어들이신 점에서 볼 때, 개권현실이야말로 법화경을 특징짓는 중요사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