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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일불승을 설하신다-방편품(方便品) 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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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경이야기 - 이원섭 1990년 03월 97호
ㄹ. 방편과 진실의 관계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이 전적으로 일불승을 밝히는 데 있었으니 이것이 부처님의 진실이요, 이전에 설하신 삼승은 방편의 가르침에 지나지 않았다 할 때, 이 진실의 가르침인 일승과 방편의 가르침인 삼승의 관계가 규명되어야 한다. 곧 방편은 진실에 이르기 위한 수단임에 그치는가, 아니면 수단이 이상의 뜻을 지니는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니, 수단에 불과하다면 진실이 설해지는 마당에 이르러서는 마땅히 버려 돌보지 않아도 무방하겠으나, 만약 수단 이상의 뜻을 지니는 경우에는 방편과 진실이 어떻게 관련되는가를 점검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 점에 가장심혈을 기울이신 이가 바로 천태대사였으므로 대사가 주장한 개권현실의 개념을 통해 문제에 접근해 보자. 개권현실(開權顯實)에서 ‘권’은 방편이요 ‘실’은 진실을 이르니, ‘방편을 열어 진실을 드러낸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방편을 연다함은 무슨 뜻인가. 이는 방편의 길을 연다는 뜻은 되지 않으니, 그런 의미에서 ‘연다’고하였다면 지금껏 방편의 길을 여실 대로여신 터에 무엇을 다시 연다 하심이겠는가. 법화경에 와서 부처님의 유일한 목적(일대사인연)이 일불승을 깨닫게 하는 데 있었음이 밝혀진 바
에는, 같은 의도에서 그 동안 방편의 가르침도 베풀어 오셨을 것이니, 차이가 있다면 그같은 부처님의 의도가 밝혀졌느냐 밝혀지지 않았느냐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부처님의 마지막 의도는 숨기신 채 그 의도로 이끌어들이기 위해 설하신 것에 방편의 가르침인 것이 되므로, 방편의 단계에서 숨겨 오셨던 부처님의 참뜻을 털어놓으심이 ‘방편을 여는’ 일이 되지 않을수 없다.
그러면 ‘진실’을 드러낸다 함은 무엇인가. 말할 것도 없이 일불승을 밝히심이 진실이요, 그것은 방편의 가르침인 삼승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던 부처님의 의도니까. 그 의도가 공개된 바에는 삼승의 배후에 있던 의도와 법화경에 와서 밝혀진 의도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는 일불승의 진실에서 나온 방편이 삼승의 가르침이었고, 방편의 배후에 있는 부처님의 의도(진실)를 이해만 한다면 방편의 가르침이 바로 진실의 가르침이어서 방편과 진실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말해 준다 할 것이다. 따라서 ‘방편을 열어 진실을 드러낸다’는 개권현실은, 방편과 진실 중에서 방편은 버리고 진실만을 취한다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참뜻을 이해할 때에는 방편 그대로가 바로 진실이 되어버림을 의미한다.
이는 법화경의 특이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상이니, 어떤 것이 그 특이성인가. 여러 경전이 제각기 어떤 특수한 교리를 주장하고 나선 데 비해, 법화경은 여러 경전에서 주장된 특수한 목소리들을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다른 경전들은 작으나 크거나 간에 각개가 다 하나의 독립국이다. 그러므로 특수한 교리를 내세워 자기의 절대성을 과시해 왔으니, 자기가 으뜸가는 것임을 자처하지 않는 경전이 존재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법화경은 부처님의 진정한 의도에 서 있기에, 진실의 가르침인 법화경과 방편의 가르침인 이전의 경전들이 기실 하나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어서, 법화경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불교 안에 있어온 온갖 대립과 갈등은 해소되는 길이 열렸다 할 수 있다. 만약 법화경이 주장한 일불승의 진실이 다른 삼승을 배격하는 성질의 것이었다면, 삼승에 일승을 보태어 사승(四乘)이 되게 하는 것에 의해,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법화경은 갈등의 해소를 임무로 삼은 까닭에, 부처님의 의도가 일승에 있음을 밝힌 것 말고는 이렇다 할 교리를 내세운 것이 없다. 교리라면 사제·십이인연을 비롯하여 공과 육바라밀 따위 도리가 설해질 대로 설해져 왔다. 그러므로 다시 추가해 설하지 않은 것이나, 일불승이 밝혀짐으로 인해 그런 교리들이 다 법화경의 내용이 되어버렸다. 마치 왕이 스스로 농사도 짓지 않고 장사도 하지 않으나, 온국민이 이룩한 성과가 왕의 치적으로 돌아오는 것과도 같으니, 구체적인 교리를 설하지 않은 점에 도리어 법화경의 위대함이 있다고 할 것이다.

ㅁ. 연화(蓮華)의 비유
이 개권현실을 좀 더 자세히 부연하여 위실시권과 폐권입실을 세우는 고찰도 있어 왔으니, 위실시권(寫實拖權)이란 진실의 가르침으로 이끌어들이기 위해 그 동안 방편의 가르침을 베푸셨던 것이라 하여 방편의 목적이 진실에 있었음을 지적한 것이니 개권현실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단계요, 폐권입실(廢權立實)이란 방편의 가르침을 폐기하고 나면 진실의 가르침만 남아 모든 경이 법화경의 내용이 되어버린다는 것이어서 개권현실이 이루어지고 난 이후의 결과이다. 이는 개권현실의 당연한 귀결이요 본디 그 속에 내포되어 있던 속성인바 이해를 돕기 위해 천태대사의 연화의 비유를 소개하겠다. 여기에서 말하는 연화가 ‘묘법연화경’이라는 이름 속의 그것임은 이를 것도 없다.
첫째는 위련고화(爲蓮故華)이니, 이것을 위실시권의 비유로 보는 견해다. 연(蓮)은 연밥(연의 열매)이요, 화(華)는 연꽃을 가리키므로, ‘위련고화’란 연밥을 위해 연꽃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연의 꽃망울이 생겨난 상태니 아직 연밥은 꽃망울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방편의 가르침이 베풀어질 때에는 진실은 숨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밥을 위해 꽃망울이 생겼듯 방편은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설해진 것이라 함이니, 이것은 꽃잎이 벌어진 다음에야 연밥을 위함이었음을 알 수 있듯 어디까지나 개권현실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밝혀지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법화경이 설해지기 이전의 중생들이, 제가끔 방편의 가르침을 진실의 가르침인 듯 착각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해야 한다.
둘째는 화개연현(華開蓮現)이니, 이는 말할 나위 없이 개권현실의 비유다. 연꽃이 벌어지면서 연밥이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어서, 방편의 가르침 속에 내포돼 있던 부처님의 진실(의도)이 백일하에 드러난 상태다. 진실이 드러났다 해서 무슨 새로운 법을 얻은 것이 아니라, 지금껏 받아오던 방편의 가르침이 기실은 일불승의 진실에 의한 교화였음이 밝혀진 것뿐이다.
세째는 화락연성(華落運成)이니, 이를 폐권입실의 비유로 보는 해석이다. 가을이 되면 연꽃은 떨어져 흔적이 없고 오직 연밥만이 남듯, 개권현실이 이루어지고 나면 방편의 가르침이던 삼승은 폐기되고 일승의 진실만이 확립되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폐기됐다고는 하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방편을 배격하거나 버린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의도가 드러남에 미쳐 방편이 바로 진설로 변질했으므로, 어디애도 방편의 흔적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ㅂ. 四一의 도리
요컨대 법화경의 근본사장인 개권현실은 불교 안에 있어 온 많은 대립을 하나로 돌아가게 하는 구실을 해내는데, 네 가지 면에서 이런 ‘하나’를 고찰하여 四一이라 일컫는다.
첫째는 이일(理一)이니, 불교의 진리는 부처님의 지견(知見)뿐이라는 것이다. 지금껏 불교 안에는 성문의 진리·연각의 진리·보살의 진리가 있어서 대립해 왔으나, 제불(諸佛)은 ‘오직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깨닫게 하려 세상에 오셨으매’. 부처님의 지견이 아닌 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인(人人)이니, 부처님의 교화 대상은 오직 보살뿐이라는 사상이다. 곧 성불이 가능한 자로서 모든 중생을 교화해 오셨다는 사실인즉슨, 아라한·연각(벽지불)·보살의 차별이 있는 줄 알았던 것은 부처님의 참뜻을 곡해한 것이 된다. 보살의 개념이 법화경에서 크게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으니, 이것은 성문·연각에 대립하는 보살이 아니라 성문·연각도 기실은 보살이어서, 보살 아닌 교화 대상은 없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세째는 행일(行一)이니 불교 안의 수행은 부처님의 지견을 깨닫게 하기 위한 것 뿐이라는 것이어서, 소승의 수행까지도 다 부처님의 지견과 결부시킨 데에 그 특징이 있고, 네째인 교일(敎一)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일불승뿐이라는 것이매 새삼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이 四一은 일불승을 그 도리와 사람과 수행과 가르침으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어서 일불승의 당연한 귀결이요, 일불승은 개권현실에 의해 밝혀진 불교의 진상인바, 다양한 방편의 가르침이 하나의 진실에서 흘러나갔다 하고, 그러기에 하나의 진실을 내세워 그 다양한 방편의 가르침을 거두어들이신 점에서 볼 때, 개권현실이야말로 법화경을 특징짓는 중요사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