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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風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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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3년 08월 138호
선원에 처음 입문한 초심자에게는 졸음은 상당한 고통이다. 불신간에 쏟아지는 졸음은 어찌해 보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혓바닥을 깨물면서 졸음과 싸우다 보면 어느 사이에 한 시간이 지나가기도 한다. 궁구하는 의단이 명료해지면 좌선하는 것이 한결 가볍고, 졸음도 얼마쯤 제어되어 편안해지지만 그러한 경우에 이르기 전까지 많은 고통이 따른다. 비몽사몽간을 헤매는 졸음을 좇는 것은 선방 처마밑 풍경소리이기도 하다. 졸음에 겨워서 꾸벅꾸벅 조는 시간에 땡그랑 거리는 풍경소리는 서늘한 경책처럼 귓가에 꽂히곤 한다. 수선을 하는 선객에게는 이처럼 경책의 역할도 하는 풍경소리지만, 모처럼 산사를 찾은 이들에게 절집의 고요와 더불어 풍경소리는 더 없는 시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러한 풍경은 법당이나 불탑의 처마 또는 옥개 부분에 매달아 소리를 나게 하는 장엄구이다. 일반적으로 범종의 모양을 본떠서 만드는 데 큰 것은 이십 센티미터가 넘는 것도 있으나 대부분 십 센티미터 안팎의 소형이다. 반드시 풍경의 방울에는 고기 모양의 얇은 금속판을 매달아 두는 것이 상례이다. 풍경에 고기 모양을 매다는 것은, 고기가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행자는 잠을 줄이고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풍경은 경세警世의 의미를 지닌 도구로서, 수행자의 방일이나 나태함을 깨우치는 역할을 한다. 수행자에게는 경책의 의미로, 시인 묵객에게는 삶의 영감을 자극하는 시심의 원천으로 함께 벗하여 온 풍경은 작지만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인 셈이다. 사위가 적막에 쌓인 법당의 주변을 가볍게 포행하며 저 그윽한 풍경소리를 한번쯤 들어보고 자기를 돌아볼 일이다. 지친 몸은 단비 맞은 풀잎처럼 생기를 찾을 것이고 메마른 영혼은 맑은 샘물처럼 다시 솟아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