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호두를 깨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호두 두 개를 손아귀에 놓고 온 힘을 가해 보았지만 호두는 깨어지지 않았습니다. 호두를 어금니에 넣고 이빨에 날을 세워 보았지만 이것도 허사였습니다. 할 수 없이 길가 돌멩이를 주워다가 내려치니 그제서야 호두는 자기 본디 면목을 드러내 보입니다.
호두의 껍질이 얼마나 단단한지는 당신께서도 잘 아실 터. 그러나 이 단단한 호두껍질보다도 더욱 단단한 것이 바로 “나”라는 놈입니다.
호두가 단단한 껍질로 자기를 보호하듯 나라는 놈은 관념과 인습, 길들여진 법으로 껍질을 만듭니다. 나를 세상 속에 세우려 하는 것입니다. 나를 세상 속에 세우려 하면 할수록 나의 껍질은 더욱 단단해져 갑니다. 그러나 나를 세우는 것은 바깥 세상이 아닙니다.
나를 세우는 것은 나를 깨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세상으로 가는 길을 끊고 세상으로부터 오는 길도 끊어 버리면 그제사 우리는 세상과 내가 보일 듯합니다.
풀 싹이 돋아나는 것은 세상이 풀싹을 알아주기 때문이 아니라 풀싹 그대로가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호두 껍질 속에 갇힌 나, 망치 내려침을 기다립니다. 나를 깨트릴 돌멩이를 찾아봅니다.
강물이 바다로 이르는 것은 뒷물결의 힘 때문이 아니라 강물이 바다로 가고자 하는 염원 때문입니다.
이른 봄날 새싹이 돋는 것은 지심이 아니라 씨앗이 스스로 껍질을 깨는 힘 때문입니다.
어설픈 힘으로는 호두 껍질을 깰 수 없듯이 어설픈 정진으로는 나를 깨뜨릴 수 없습니다.
쿵!
이제 큰스님 주장자 소리 천지의 껍질을 깨트리는 소리로 산문에서 나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