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자는 대월씨국(大月氏國)에 사는 한 바라문의 아들이었다. 전생에 천상의 나라 중 한 곳인 자재천에 태어났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사랑을 느껴 도리천으로 떨어졌었다. 그러던 중에 교시가(憍尸迦)라는 훌룡한 분의 반야바라빌다경 강설을 듣고 수승한 법을 깨달아 환경 좋은 범천에 태어난 것이다.
근기가 영특하여 법문을 잘하는 존자를 두고 하늘나라의 모든 이들이 추앙해 마지않았다. 뒤날 스승 가야사다의 법을 이어 충천축국으로 홍법의 길에 올라 사야다(闍夜多)라는 이를 만났다. 사야다가 존자에게 물었다.
“우리 부모는 본래 삼보를 믿고 섬기나 항상 병을 앓고 또 하는 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데에 견주어, 우리 이웃 집은 오랫동안 전타라(旃陀羅)* 노릇을 하나 항상 몸이 건강하고 하는 일마다 순조로우니 이것이 어떠한 도리입니까?”
“그것이 어찌 의심할 바이겠는가. 선과 악의 과보는 삼세에 걸쳐 나타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항상 어진 이가 단명하고 포악한 이가 장수하고, 의로운 이가 흉하고 거슬리는 이가 길한 것만을 보고 선뜻 말하기를 ‘인과는 없을 뿐더라 죄복도 없다’고 하나, 그림자와 메아리가 따르는 데 터럭끝만큼도 어긋나지 않음을 알지 못한다. 인과는 결코 백천만겁을 지나도 없어지거나 틀리지 않는다.”
존자의 준엄한 말에 사야다는 모든 의심을 풀었다. 존자가 다시 말씀하셨다.
“네가 비록 삼보를 믿게 되었으나 아직도 업이 미혹에서 나고, 미혹은 의식에서 비롯하여 있고, 의식은 불가(不覺)에 의하고, 불각은 마음에 의하고, 마음은 본래 청정하여 생멸과 조작이 없고 보응(報應)과 승부(勝負)도 없어서 고요하고 평화로움을 알지 못한다. 네가 만일 이 불문에 들어오면 부처님들과 같은 경지에 이르리라. 온갖 선악과 유위와 무위가 한낱 꿈이나 허깨비와 같음을 깨달으리라.”
사야다는 이 말을 듣고 확연해지는 바가 있어 곧바로 예를 갖추고 출가할 것을 바랐다. 존자는 사야다에게 구족계를 주며 말하였다. “나는 이제 열반에 들 때가 왔다. 그대가 나의 뒤를 이어 법을 펴라.”이렇게 법안(法眼)을 전한 뒤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성품에는 본래 남이 없지만
구하는 사람을 대하여 말해 준다.
법은 이미 얻을 바 없거늘
어찌 깨침과 깨치지 못함을 걱정하랴.
그리고는 이어서 “이는 묘음여래(妙音如來)께서 견성하신 바 청정한 구절이니 그대는 잘 지녀 후학들에게 전하라”하였다.
존자가 말을 마치고는 앉은 자리에서 손톱으로 얼굴을 할쿠니 마치 홍련(紅蓮)이 되어 나는 듯이 되면서 큰 광명이 나와 많은 이들을 두루 비친 뒤에 열반에 들었다. 사야다가 탑을 세우니 때는 신실(新室) 십사년 임오(壬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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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타라 : 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