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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한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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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그림마당 - 이철수 1993년 04월 134호
뭇 생명들이 소멸을 마지막 운으로 삼고 살아간다 함에 예외가 없습니다.
아름다움이란 그 덧없음에 기대어 사는 버섯 같은 것이지 싶습니다.
운주사.
이들, 이 골짝에 꿈과 희망 따위의 덧없는 주검들이 단순하고 소박한 육신의 모습으로 눕고 서 있습니다. 시름이 깊습니다.
그 곁을 서성이노라면 죽어 이승을 떠난 이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아름다움인가? 옛적에도 새 세계를 꿈꾸던 날 있었다거니와, 그 꿈들이 무망해졌을 때 미륵하생의 이야기 하나 지어 내고 돌로 깎은 사람들로 그 주인공을 삼아 여태도 우리 곁에 있게 한 일. 그 꿈무덤 돌덩이 덩이 아름다움이라 할 것인가?
무릇 좌절은 이렇게만 아름답고.
역사의 길 오르내려 보아도 아름다움 보이지 않고.
사계절 어느 때 보아도 그 무덤들의 운주사, 길고 큰 아픔입니다.
그 아픔으로 우리들은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