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인연이 모여 이루어진 법은 다 항상됨이 없이 변하고 바뀌어 없어짐으로 돌아간다. 탐욕은 끝이 없어 그로 말미암아 사람의 목숨이 사라져 흩어지게 된다. 은혜와 사령을 잊지 못하고 집착하는 곳에는 만족에 없다. 다만 성인의 지혜를 얻어 밝게 도를 본 사람만이 비로소 만족할 줄 안다. 부처님께서 화려한 궁전을 떠나 두 그루의 사과나무 밑에서 열반하신 큰 뜻은 이러한 인연의 참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 그때 부처님은 말라유족의 발생지인 구이성의 차루 동산 안에 있는 두 그루의 사과나무 사이에서 장차 멸도에 들려 하셨다.
“나는 일찍 이곳에서 여섯번이나 태어나 전륜왕이 되어 마침내 뼈를 이 땅에 묻었다. 이제 나는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루고 다시 생명을 버려 몸을 이 곳에 둔다. 지금부터 이 뒤로는 나고 죽음은 영원히 끊어지리라. 따라서 아무 곳에도 내 몸을 둘 곳은 없으리라. 이것이 최후로서 다시는 목숨을 받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의 곁에 있던 아난다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그 자리를 떠나 나뭇가지를 붙들고 울고 있었다.
“나는 아직 수행중에 있는데 나를 가엾에 여기시는 부처님이 입멸하시려고 한다.”
아난다가 곁에 없는 것을 이신 부처님은 아난다를 불러오게 했다. 그가 돌아오자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아난다야. 한탄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일찍부터 가르쳐준 것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 친한 사람과는 헤어지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난 모든 것은 반드시 죽지 않을 수 없다.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아난다야 너는 오랫동안 정성을 다해 여래를 섬겨 왔다. 몸으로써, 말로써, 마음으로써 여래를 위해 힘써 왔다. 너는 아주 큰 공덕을 쌓았다. 한층 더 정진하여 미혹을 없애고 성자(聖者)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여라.”
아난다는 부처님의 사촌동생이고 수많은 제자 가운데서도 특히 부처님을 성실히 섬겼으며, 부처님의 만년에도 시자(待者)로서 항상 부처님 곁에 있었다. 다만, 많은 제자들이 성과(聖果)를 증득했는데도’ 아난다만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하여 기쁨과 슬픔을 초월하지 못한 터라 부처님과의 작별을 한탄하면서 슬퍼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아난다는 유능한 시자이고 수행자라는 것을 거듭하여 말씀하시며 지금도 또 앞으로도 아난과 같은 시자는 없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때 부처님은 아난다를 쿠시나가라의 시중에 보내어, 말라족 사람들에게 오늘 밤중에 여래가 입멸한다는 것을 알리도록 했다. 아난다가 다른 한비구와 함께 거리에 나가니, 그때 마침 말라족 사람들은 의논할 일이 있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석가족이나 밧지족과 마찬가지로 말라족도 회의를 열어 매사를 운영하고 처리하는 관습이 있었다. 아난다가 전한 소식을 듣고 그들은 처자 권속들까지 슬퍼하면서 다 함께 사라나무숲으로 모였다. 아난다가 그들을 오백 가족이 한 단위가 되어 부처님께 예배드리도록 하였기 때문에 예배는 초저녁 안에 끝내게 되었다.
그 때에 한 바라문 수행자 중에 수바드라(須跋陀)가 있었다. 나이는 120세로서 여래께서 한밤중에 입멸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는 일은 우담발화가 피듯이 아주 드물며 이 기회를 잃어버리면 평생의 의문을 풀 수 없다고 생각하고 사라나무숲으로 가서 아난다에게 청했다. 그러나 아난다는 여래가 지쳐 있었으므로 안내를 거절했다. 수바드라는 그래도 돌아서지 않고 두 번 세 번 거듭 간청했다. 두 사람의 문답을 들은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수바드라를 막지 말라 하셨다.
“아난다야, 수바드라는 나를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니고 알고 싶어하니 질문을 듣고 대답해 주겠다. 그는 반드시 곧 알아차릴 것이다.”
수바드라는 아난의 안내로 부처님께 인사를 드린 뒤에 다음과 같이 물었다.
“고오타마여, 세상에는 불란가섭(不蘭迦葉), 말가리교사리(末伽利憍舍利), 우부타시사금파라(阿浮陀▩舍金披羅), 파부가전(波浮迦旃), 살야비야리불(薩若毘耶梨弗), 니건자(尼健子)와 같은 이름있는 종교가들이 몇몇 있읍니다. 다들 자신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데, 그들은 정말로 깨달음을 얻었을까요, 아니면 모두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까요?”
“수바드라여, 그런 문제는 그만두는 것이 좋겠오. 이제 나는 그대를 위하여 깊고 묘한 법을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이것을 잘 생각하시오. 만약 어떤 종교에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八聖道)이 없다면 거기에는 사문(沙門)이 있을 수 없고, 둘째 사문, 세째 사문, 네째 사문도 있을 수 없오. 이 불교에는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이 있고 사문도 있으므로 둘째, 세째, 네째 사문이 있오. 다른 데서는 사문이라 해도 사문의 과가 없지만 여기에 있는 비구들이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한 이 세상에 아라한은 끊이지 않을 것이오.”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 곧 팔정도(八正道)는 올바른 견해(正見), 올바른 결의(正思), 올바른 말(正語), 올바른 행위(正業), 올바른 생활(正命), 올바른 노력(正精進), 올바른 사념(正念), 올바른 명상(正定)이다. 첫째에서 네째까지의 사물이라 함은 수행의 단계로서, 첫째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에 이르는 것이고, 둘째는 생사를 한번 더 되풀이한 다음에 깨닫는 것이며, 세째는 이세상에서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깨달음을 얻는 것이며, 네째는 이 세상에서 이미 아라한이 되는 것이다.
수바드라는 처음 여러 종교가들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칭하는 것을 듣고 그것이 얼마만큼 진실한지를 부처님께 질문했을 것이다. 부처님은 그 물음에는 직접 답하지 않고 팔정도와 수행자의 성과(成果)를 설명한 것이다. 부처님은 설법의 끝에 이런 게송으로 생애를 대강 표현하셨다.
나는 나이 스물아홉에 집을 떠나
착한 도를 구했다.
수바드라여, 나는 부처가 된 지 이제
벌써 오십년이다.
계(戒)와 정(定)과 지혜의 행(行),
혼자 있으며 깊이 생각했나니
이제 바른 법의 일부분을 말했을 뿐
이 밖에는 사문이 없노라.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서 돌연 눈이 뜨인 수바드라는 곧 그 자리에서 불법승의 삼보에 귀의하고, 세존 곁에서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싶다고 청했다. 이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수바드라여 다른 교단에 속해 있던 사람이 불교에 들어와 출가하고 구족계를 받고자 할 때에는 넉달의 시련 기간을 두고 있소. 그 시기가 지나 만약 비구들이 승인한다면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될 수 있소. 다만 그 기간 중에 내가 개인의 정도를 고려하여 그 기간을 다 채우지 않는 일도 있소.”
“세존이시여, 만약 사개월이란 규정이 있다면 제게는 사년 동안의 시련 기간을 두어주십시오. 그런 다음에 비구들이 숭인해 주기를 기다리겠읍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아난다를 불러 곧 출가시킬 것을 분부했다. 그때 수바드라는 기뻐하며 아난다에게 외쳤다.
“아난다여, 이 얼마나 행복스러운 일입니까. 스승께서 몸소 제자에게 수기해 주셨읍니다.”
수바드라는 세존의 앞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게 되나 열심히 수행하여 그밤에 이미 아라한의 경지를 증득하고 다시 뒷세상의 목숨을 받지 않게 되었다. 그가 여래의 직계 제자로서는 마지막 사람이었다.
다른 교단에 속해 있던 사람이 불교에 들어와 출가할 경우 사개월의 시련 기간을 둔다는 규정은 그때의 부처님의 유언에 따라 실시하게 되었던 듯하다.
부처님은 이어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뒤에, 가르침을 말할 스승이 이미 없으니 우리들의 스승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설하고 제정한 법(法)과 율(律)이 내 입멸 후에는 바로 너희들의 스승이다.”
“내가 멸도한 후 모든 족성의 자제들이 여래의 나신 곳, 여래가 도를 얻은 곳, 여래가 법바퀴를 굴리신 곳, 여래가 반열반하신 곳을 생각하고 기뻐하여 보고자 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아쉬워하고 사모하는 생각을 내게 될 것이다.”
“교단의 희망에 따라서는 내 멸한 후에 너무 세세한 계(戒)의 항목은 없애도 좋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래의 멸후 장로들에 의하여 항목을 없애지 않기로 결정하여 오늘날까지 전하여 오고 있다.
“내가 멸도한 뒤에 찬나(闡怒)비구가 위의를 따르지 않고 교계를 받지 않거든 너희들은 함께 범단벌(梵檀罰)을 행하라. 모든 비구들에게 명령하여 그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서로 오가지도 말며, 가르치거나 권고하기와 일하기를 함께하지 말라.”
“모든 여자로써 가르침을 받지 못한 자는 서로 보지 말 것이며, 만일 서로 본다면 더불어 말하지 말며, 만일 더불어 말한다면 마땅히 스스로 마음을 거두어 잡을지니라.”
이렇게 말씀하고 나서 부처님은 선정에 들었다. 처음 초선정(初禪定), 다음 초선정에서 나와 제2선정, 이어 제 3선정, 제4선정, 공무변처정(空無邊處定), 식무변처정(識無邊處定),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 거기서 마침내 상수멸정(想受滅定)에 들었던 것이다.
그때 아난다는 아니룻다에게 물었다.
“대덕(大德) 아니룻다여, 세존께서는 이미 반열반에 들으셨읍니까?”
“벗 아난다여, 아직 입멸하지 않았읍니다. 상수멸정에 드신 것입니다.”
그 다음에 세존은 상수멸정에서 나와 비상비비상처정에 들고 거기에서 무소유처정, 식무변처정, 공무변처정, 제4선정, 제3, 제2, 초선정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다시 초선정에서 나와서 제2, 제3, 제4선정에 들고 제4선정에서 나오자 곧 입멸하셨다.
세존이 입멸하자 대지(大地)는 크게 진용하고 천둥이 울렸다.
세존이 입멸한 때에 범천, 제석천, 비사문왕, 아나율, 범마나비구 등이 게송을 읊었다.
그때 아직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구들은 명을 치며 비통해서 한탄하였다.
그 무렵, 제자 가운데 가장 윗자리의 마하카샤파(摩詞迦葉)는 늦게야 쿠시나가라의 부처님 보관에 예배하였다. 그리고 손수 화장 점화했다. 유해가 다 타고 마침 비가 쏟아져 사리(舍利)만 남았다. 이 시리는 마가다국, 바이샬리, 카필라바스투, 알라캇파, 라아미촌, 베다디이파, 파아바 쿠시나가라, 핍팔리촌 그리고 사리를 나누던 드로오나 자신의 몫까지 합해 열 군데에 사리탑을 세워 그곳에 나뉘어 보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