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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며 야권에서 공명선거 보장을 위해 과도거국 내각 구성, 민간인 선거 감시기구 편성, 군인의 정치중립선언 주장 등이 강력하게 대두되는 것은 앞으로 민주화 실현과정이 순조로울 것으로만 예상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5.16으로부터 시작된 군부의 정치 개업 가능성은 모든 불만의 핵심이다. 군부독재의 종식과 민간민선 정부의 수립은 부분적인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세를 이루는 일반의 의견이며 국민적 합의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불교계에는 우려할 만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곧, 노 태우 민정당 총재가 불교신자이므로 우리 불교인은 모두 그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태우 총재 개인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한 나라의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에서 같은 종교냐 아니냐가 유일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 그렇기에 뜻있는 불자들은 소리높여 이를 매우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불교가 소외되고 탄압받고 침체되고 왜곡되어 왔기 때문에 불교신자 대통령을 선출하면 무언가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견해는 조금만 깊이 새겨보면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역사적으로 보아서도 불교신자인 박 정희 대통령이 불교에 끼친 것이 무엇이며, 막강한 권력의 주변에서 힘을 쓰던 이 후락 전전국신도회장이 불교에 기여한 것이 또 무엇이 있었던가.
진정으로 불교가 자주화를 이루고 대접받으려면, 바른 역사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불교 스스로 내부의 힘을 키움으로써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극복해나가는 길뿐임은 자명하다. 이것은 불교계의 불재법 개편, 경숭제 내규 제정과 같은 주장이 9.7 해인사 승려대회 이후로 급진전된 것과 같이 이 대회를 포함한 민중불교운동의 활성화로 불교계의 대정부, 대사회의 지위가 높아진 것만 보아도 충분히 검증된다. 불교의 문제점을 극복하겠다는 불교인의 각성과 의지 그리고 실천 행위만이 불교를 개혁시킬 것이며 자주적 민주정부의 탄생만이 불교계의 이러한 노력을 보장하고 지원해 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불교인은 불교신자냐 아니냐의 여부를 대통령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따위의 태도를 하루빨리 버렸으면 한다. 더구나 노 태우 총재는 신동아 구월호에서, 또 8월 26일자 중앙일보에서는 ‘불교신자가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고는 나중에 또 9월 16일자 불교신문과 9월 1’일자 주간불교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노 총재는 9월 7일에 조계종 총무원장 의현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지도자와 만난 자리에서는 신동아와 중앙일보의 인터뷰 기사 내용을 부정하며 “파계사와 인연이 있는 불자임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하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노 총재의 불교신자임의 진위를 가리려는 것은 아니나, 불교신문 보도 뒤에 민정당사에 전화로 확힌해본 결과는 “총재님은 불교신자가 아니다”라는, 비서쯤 되는 이의 답변을 들었다. 이러저러한 정황으로 살펴볼 때 노 총재는 표를 의식해서 일구이언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는 그의 부정직함에 무한히 관대할 수 없으며 우리 불교계도 이제는 권력에 대한 외로운 짝사랑(?)은 종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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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의 판단’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지나간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는 일이다. 또 그것은 바로 힘(力)있는 자의 강압 정치를 종식시키는 일이다. 박 정권의 18년 집권과 제 5공화국의 7년 집권동안 우리 국민은 민(民)에 기반을 두지 못한 정치의 형태를 경험해 왔다.
이제 군(軍)은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기를 국민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군부독재를 종식한 뒤에 민간 민선의 정부를 구성할 것을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나라의 자주화와 민주화를 실천하려는 굳은 의지의, 국민적 기반이 두터운 정부가 탄생하기를 열렬하게 바라고 있다.
또한, 민족통일의 실질적인 진일보를 위한 정부가 탄생하기를 갈망한다. 조국 분단 43년이 말해주듯, 벌써 반세기 가까이 국토가 분단된 채 통일에의 전망이 불투명한 현실에서 차기 정부는 통일 논의를 보장하여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통일 방안을 국민적 합의로 이끌어내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정부여야 한다.
또한 7월, 8월의 노동쟁의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일천만 노동자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주고, 가구당 삼백만원의 농가 부채를 탕감하는 것을 비롯하여 민중의 생존권과 노동, 농민 운동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또한, 불재법, 언기법, 집시법 등 제반의 비민주적 악법을 철폐하여 불교 자주화를 보장해줄 것을 포함하여 민중의 민주적 제권리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렇듯 차기 대통령과 정부에 거는 기대가 글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제 우리 불교계도 새롭게 발돋움할 시기가 도래했다. 지난 일의 올바른 청산과 새로운 의지로 결의를 다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날 현정권이 불교계에 입힌 최대의 치욕인 ‘10.27 법난’에 대한 공식 해명과 사과는 정권에 대한 우리 불교계의 최소한의 요구이다. 특히 노 태우 총재는 10.27 법난 당시에 국군보안사령관 직에 있으면서 그 사건을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한 79년의 12.12 사태가 있은 다음 날에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임명되어 80년 광주사태에 대해 광주 시민으로부터 ‘광주학살 5적’의 하나로 지목받았으며 그 뒤에 8월에는 국군보안사령관 직에 임명되었다. 10.27법난의 주역인 그러한 노 총재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고, 불교계는 불교신자라는 이유로 그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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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6년 만의 귀중하고도 짜릿한 국민의 권리 행사의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를 몇 사람의 후보 가운데 한명을 선택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된다. 어느 한 개인의 대통령 당선 여부보다는 이 나라의 진정한 자주, 민주, 평화통일, 자유를 위하여 매진할 수 있는 그러한 대통령과 정부의 탄생이 바로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는 민중들의 민주화 의지와 실천을 지속적으로 신장시켜 나갈 때만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불교도의 올바른 역사 의식을 촉구,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