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은 땅과 물, 불, 바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람의 몸과 자연이 둘이 아니라는 이 가르침은 어느 종교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사람을 둘러싼 불교의 공간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사람의 몸은 땅·물·불·바람(地水火風)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 원소가 부족하거나 없어 조화를 잃으면 101가지의 병이 생기고, 네 가지 원소가 모두 없을 때나 조화를 잃을 경우에는 404가지의 병이 동시에 생겨난다.”《오왕경》 “모든 흙과 물은 다 나의 옛 몸이고, 모든 불과 바람은 다 나의 진실한 본체이니 항상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아끼고 보호해야 하느니라. 그렇게 하면 길고 긴 세상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고 그 지혜로 사람들을 가르쳐서 세상을 평안케 할 것이다.”《범망경》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연기緣起와 자비慈悲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4대 가운데 하나만 어그러져도 101가지 병을 얻는다고 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이것이 생하면 저것이 생하고(此起故彼起),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此無故彼無), 이것이 멸하면 저것이 멸한다(此滅故彼滅)”는 이치이다. 모든 사물의 관계는 연기의 이치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는데, 《화엄경》에서는 이를 구슬로 엮은 인드라망에 비유하고, 중중무진 연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자비의 궁극은 생명의 살림이다. 불교 5계의 첫 번째로 “생물을 죽이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계목을 둔 것은 매우 의미 깊다. 불교는 자비의 대상을 한정하지 않는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에게도 미친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어떤 것이든 공포에 질린 것이거나, 튼튼한 것이거나, 혹은 그 밖의 긴 것이거나, 거대한 것이거나, 중간의 것이거나, 짧은 것이거나, 아주 작은 것이거나, 통통한 것이거나, 보이는 것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것이거나,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거나, 멀리 살고 있는 것이거나, 방금 태어난 것이거나, 이제 태어나려는 것이거나, 모든 중생 일체의 생물은 안락하라. 어머니가 하나뿐인 외아들을 생명을 걸고 보호하듯 일체의 생물에 대해서도 한량없는 자비의 마음을 일으키라.”《자비경》《불설태자쇄호경》에서도 이같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성읍, 촌락과 산림, 강과 동산, 궁전, 누각 그리고 일체의 행로 및 교량, 자연적인 굴택, 일체의 농작물과 화초와 초목의 총림 등을 태우거나 파괴하지 말고 물을 유실시키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에는 다 같이 생명을 가진 짐승과 벌레들이 있으므로 그 죄 없는 중생들을 다치게 하거나 목숨을 괴롭혀선 안 되기 때문이다.”
《본생담》에서는 한 그루의 나무가 뭇 생명의 거처임을 알려 주고 있다.
바라나시 왕국에서 브라흐마닷타왕이 다스릴 때였다. 그는 신심이 깊어서 도덕적 가르침을 따랐고, 훌륭한 왕이 지켜야 할 10가지 의무를 다 했다. 어느 날 한 생각이 그에게 퍼뜩 떠올랐다.
“잠부디파섬의 왕들은 뾰족탑이 있는 궁을 많이 갖고 있다. 그 뾰족탑에는 기둥이 많이 있다. 내가 기둥이 하나만 있는 뾰족탑을 만든다면 사람들은 나를 가장 훌륭한 왕으로 여길 것이다.” 그는 목수들을 모아 기둥이 하나뿐인 뾰족탑을 지으라고 명령했다. 목수들은 기둥이 하나만 있는 뾰족탑에 쓸 만한 나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왕의 공원에 곧고 키가 크며 모든 면에서 안성맞춤인 밧다살라라는 사라수가 있었다. 목수들이 이러한 모든 것을 왕에게 설명하자 왕은 공원이 자신에게 속해 있으므로 그 사라수 또한 자기 것이라며, 신하들에게 그것을 자르라고 명령했다. 목수들은 사라수에게 말하였다. “오늘로부터 일주일이면 이 나무는 폐하께서 명령하신 대로 베어질 것입니다. 이 나무에 사는 신은 부디 떠나십시오.
우리가 잘못된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만 왕의 명령을 수행할 뿐입니다.” 그 때 사라수의 나무신은 미래의 붓다였다. 목수들이 하는 말을 듣고 사라수신은 ‘내 집이 파괴되려고 하는구나. 나의 생명은 이 나무에 달려 있다. 나의 일가친척은 이 근처 다른 나무에 살고 있는데, 그들의 집도 파괴될 것이다. 나는 지금 이 나무들과 우리집을 파괴에서 구하고, 내 친척들을 파멸에서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혼자 말했다.
한밤중에 사라수신은 왕의 침실로 가서 여러 가지 설득력 있는 이유를 들어 사라수를 자르지 말라고 간청했다. 왕은 사라수신의 간청을 듣고 혼자 말했다. ‘이 사라수신은 신중하다.
그는 자기 집과 친척들의 집이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공공의 행복과 번영을 지킨다.’ 그리고 나서 왕은 사라수와 다른 나무들을 자르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는 공원을 금렵구로 선포하는 칙령을 내렸다.
불교에서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탐욕(貪)과 분노(瞋)와 어리석음(痴)이라고 설하고 있다. 탐진치 삼독을 여의는 데서 문제는 해소되며, 환경의 문제 또한 그러하다. 소박함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는데, 이는 성불의 조건이기도 하다. 경전에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옷과 음식과 관련된 가르침을 전해 주고 있다.
“의복과 음식은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선정에 들어 반성하면서, 만족할 줄을 알아 최소한의 것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법구경》 “음식과 옷은 향락의 수단이 아니라 소중한 몸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옷은 더위와 추위를 막아 몸을 보호하고 부끄러운 곳을 가리며, 음식은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하여 수행을 계속할 목적으로 먹는다.
이런 사고에서는 속된 번뇌가 생기지 않는다.”《일체류경》 “풍미한 음식을 보면 마음을 경계하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탐욕을 버려야 한다.”《화엄경》밥을 먹을 때 외우는 오관게五觀偈와 공양발원문은 발우공양과 함께 널리 알려진 가르침이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道業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 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이 음식으로 이 몸을 길러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청정하게 살겠습니다. 또한 수고한 모든 이들이 깨달음을 얻어 다 같이 성불하여지이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꿀벌이 꽃가루를 채집하듯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기를 꿀벌이 꽃가루를 채집하듯 하라. 꿀벌이 꽃의 아름다움이나 향기를 다치는 일이 없듯이 사람도 자연을 이용할 때 자연의 풍요로움이나 아름다움을 오염시켜서도 안되며 자연계에게서 회복력과 활력소를 빼앗아서도 안 된다.”《법구경》 온갖 생명에 대한 무한한 자비심과 연기의 이치가 가르침으로만 머무느냐, 희망의 메시지로 들리느냐는 전적으로 우리들의 행동 여부에 달려 있다. 시작은 마음의 맑음에서 시작된다. 《유마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맑고 깨끗한 국토를 원하거든 마땅히 그 마음을 깨끗이 하라. 마음이 맑고 깨끗해짐에 따라 불국토는 깨끗해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