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부경적性空復境寂
심명조시방心明照十方
성품이 공하니 경계가 고요하고
마음이 비추는 달빛은
시방세계를 비추더라
‘공부는 다함이 없는 것이니 늘 끊임없이 정진하라’고 당부하셨던 스님께선 요중鬧中공부 (시끄러운 곳에서 하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이르셨다. 앉으나 서나 지게를 지거나 빨래를 하거나 항시 화두가 끊기지 않게 하라고 이르셨으니, 나는 스님의 이 가르침을 평생 지키려고 노력했다.
길을 걸을 때는 길을 가는 이 놈이 누구인지, 짐을 지고 가는 자가 누구인지 그 한생각만 오롯이 하려고 애썼다. 스님 회상에 있으면서 스님께서 강조하셨던 요중 공부를 익히는 데 주력하였으니, 그 시절엔 마음에 화두가 가득하여 의정疑情이 간절하기만 했다. 그러한 공부는 그후 개심사를 불사하고 지금 내가 있는 화운사를 일구는 일을 수행 그 자체로 하는 데 많은 힘이 되었다.
‘지극히 하라, 지극히 하면 앞뒤가 다 열린다’ 하시던 스님의 말씀을 보물로 간직한 채 정진하며 한평생을 살았으니, 복된 수행자로 살아온 이 한 생, 여한이 없다.
요즘 세상살이를 보면 온갖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내 주인공을 살펴보라. 돈이 좀 있으면 인생의 근본은 간 곳 없이 잊어 버리고, 더 많이 소유하고 싶은 욕망만 늘어간다. 그러다 보니 화내고 욕심부리는 마음이 생겨 앞뒤가 보이지 않아 비리를 저질러 감옥에 가게 된다.
욕심이란 놈이 과거생으로부터 업으로 누적되어 습을 끊기란 어려운 것, 어쩔 수 없이 업의 힘에 이끌려 일을 저지르게 되고 만다.
무상하고 허망한 이 세상, 과연 무엇을 믿을 것인가. 집은 불에 타면 그만이고, 땅도 물에 떠내려가면 그만인 것. 내일이 어떨지, 다음 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거늘,
우린 단지 꿈을 꾸고 있을 뿐이다. 인생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오로지 정진, 정진밖에 없다. 정진도 보통으로 해선 안 된다. 한번 죽었다 살아나야 한다. 그리하여 ‘참나’를 발견해서 화내고 욕심부리고 어리석은 마음을 이겨내야 한다.
요즘 출가에 첫발을 내딛는 행자들이나 출가하여 공부하는 이들에게 이 노승이 전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모양 있는 모든 것은 무상하니 오직 할 일은 정진뿐이다. 공안公案의 화두뿐 아니라 우주 전체, 일상 전체가 그대로 화두다. 의심이 한결같지 못함은 망상과 습기習氣로 인하여 헛된 곳에 애를 쓰고 있으므로 의정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오직 여지없이 무상을 느끼고 참으로 이 도리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설혹 하늘과 땅이 무너질지언정 거짓없이 참 정진을 결택해야 할 것이다.
정진을 잘하면, 첫째 마음이 푹 쉬어지며, 둘째 무상함을 느끼게 되어 허무한 중에도 화두에 의심이 간절하여지는 것이다. 선방에 가면 허리의 척추를 꼿꼿이 하며, 머리를 반듯이 세우고 눈은 코 앞 바로 벽을 보며, 눈을 감지 말고 숨은 배꼽 밑으로 내려 쉬며, 위의 기운은 다 내리도록 하고 육체의 기틀을 딱 세우도록 하고 가진 바 화두를 의심하되, 내가 알지 못하는 일에 의심을 간절히 가지도록 해야겠다.
공부는 요중에 익혀야만 힘이 강한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들에 가나 길을 가나 차를 타나 장터엘 가나 더욱 정진하라. 정진이 가득하면 그 정진은 우주에 가득 차며 우주 전체가 바로 정진일 뿐이다. 우리 중은 그쯤 되면 오나가나 떳떳하고 멋이 있는 중이 된다.”이 노승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해 보았을 뿐이다.
승려는 그저 정진이 무기武器다. 끊임없이 정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