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인의 게으름 골수에 사무쳐(山人懶到骨)
한 번 누우면 해를 보내네(一臥便經年)
흰 해 난간 밖에 이르고(白日低軒外)
푸른 덩굴 베개 가에 이르렀네(靑蘿到枕邊)
이 마음 혼연하기 물과 같으니(此心渾似水)
만법은 이미 깨우치고 난 뒤일세(萬法已忘筌)
객이 옴에 오히려 말 없으나(客至猶無語)
서로 봄에 뜻이 절로 전해지네(相看意自傳)
라는 시가 보이는데, 이 시의 제목은 <나월헌에 적다(題蘿月軒)>이다. 아마 옥명 당일에 나 월헌 벽에 걸렸던 여러 시판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을까.
홍류동천紅流洞天은 다만 가야산 산세의 수려함과 해인사 가람의 웅장함이 있을 뿐 아니라, 이렇듯 맑은 시를 읊조리며 연하烟霞 가운데 깃들어 지내는 시승과 당대 명사들 사이에 풍류가 넘치는 교유의 현장이기도 하였다. 오늘 옛날을 봄이 후일 오늘을 봄과 같을진대, 후일 누가 오늘의 시승과 명사의 교유를 말할 것인가.□
● 편집자 주:내원암은 가야산 상봉으로 가는 도중 중봉 석불 건너편 넓은 늪지대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조선 중엽에 폐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