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스님들의 축구 실력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해인사 스님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전용 운동장을 갖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데, 학인學人 스님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몸을 풀면서 학년별로 축구 경기를 치른다.
그래서 해인사는 ‘축구울력’으로 유명하다. 울력運力 시간에는 누구나 빠지지 않고 동참을 하듯, 축구하는 일도 ‘울력’으로 정해 모든 대중이 참여하도록 공식화해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을 싫어하는 스님도 어쩔 수 없이 운동장을 몇 바퀴 돌아야 한다.
이러한 축구울력은 날씨도 가리지 않는다. 비가 오면 ‘우중雨中 경기’라 이름 붙이고, 눈이 오면 ‘설중雪中 경기’라 하여 운동장을 누빈다. 학인 시절 나의 포지션은 수비수 역할이었는데 굴러다니는 공보다는 상대방 선수의 정강이를 차는 일이 더 많았다. 지금까지 나는 공격수를 해본 일이 없다. 그런데 유일하게 한 골 넣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알고 보면 영광스러운 ‘자살 골’이다.
가끔씩 스님과 행자들이 축구 경기를 한다. 체력이 좋고 실력이 뛰어난 행자가 몇 명 있어
도 스님들의 기세에 눌려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어떤 행자가 공을
몰아 문전에서 슛을 하려고 하는데, 상대 선수로 뛰던 원주스님이 “김행자!”하고 불렀다.
그 소리를 듣고 행자는 자신도 모르게 평소에 하는 것처럼 “네!”하고 그 자리에 서서 합
장을 하고 말았다. 그 사이에 수문장이 재빨리 공을 낚아채는 모습이 워낙 우스꽝스러워, 스
님들과 행자들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배꼽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월드컵 축구 열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해인사 스님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열기
는 저 티벳 사원의 사미승들의 마음과 다를 바 없다. 한국팀의 16강 진출은 전 국민의 염원
이기도 하지만 해인사 스님들에게도 매일 매일 간절한 화두가 될 것이다.
코리아 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