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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奈良) 도다이지(東大寺) 절과 텐표(天平) 시대 불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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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여화 - 김진숙 2002년 06월 244호
교토에서는 집안에 햇빛이 잘 들어오는 것이 사치 중의 하나라고들 한다. 교토는 오래 된 목조 가옥이 많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창문이 막혀 있어 대낮에도 불을 켜고 지내야 하는 집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장마철이면 집안이 어두운데다가 습하여 햇볕의 그리움은 향수병과 함께 더욱 절실해진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주 내내 또 비가 올 모양이다. 벌써 장마가 시작되려나 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월드컵 기간에 일본은 장마와 겹쳐 외국 선수들이 습한 날씨에 잘 적응할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오늘은 나라(奈良) 국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도다이지 절의 모든 것(2002년 4월 20일~7월 7일)과 도다이지(東大寺) 절 호케이도(法華堂) 당에 있는 집금강신상執金剛神像을 보러 갔다왔다.
긴테츠(近鐵) 나라 역 동쪽으로는 나라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그 안에는 고후쿠지(興復寺) 절, 나라 국립박물관, 도다이지 절 등이 있다. 공원안 매점에서는 사슴용 전병(1500원)을 팔고 있어 사슴들은 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몰려간다. 그들의 눈에는 과자만 보일 뿐 분명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이 틀림없다.
나라 역에서 나라 국립박물관 신관까지의 길은 특별전을 선전하는 안내 포스터가 가득 붙어 있어 마치 무슨 축제라도 열리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번 특별전은 도다이지 절의 본존인 비로자나 대불大佛의 개안開眼 1250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도다이지 절의 소장품과 그와 관련된 중요한 작품들, 국보와 중요문화재를 포함한 총 250점이 출품되었다.
도다이지 절은 비로자나 대불(상 높이 1,473㎝)로 유명하여 일반적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절 중의 하나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733년(天平5)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긴쇼지(金鐘寺) 절에서 시작하여, 곤코묘지(金光明寺) 절, 그리고 지금의 도다이지 절로 이름을 바꾸면서 대규모 사원이 되었다.
본존인 대불은 743년(天平15) 쇼무(聖武) 천황의 칙령에 의해 시작되어, 749년에 주조鑄造를 끝내고, 752년 4월 9일에 개안 공양이 성대하게 행해졌다. 그러나 1180년 전란에 의해 얼굴 부분과 양손은 불타 버려 가마쿠라(鎌倉), 에도(江戶) 시대에 보수되었으며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조성 당시의 모습 그대로이다.
도다이지 절에는 많은 부속 건물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740~747년 사이의 창건으로 여겨지는 호케이도(法華堂) 당은 도다이지 절에서 가장 오래 된 건물이다. 남대문을 들어서면 작은 연못(鏡池)이 있고 그 연못을 지나 오른쪽 숲으로 15분 정도 올라가면 여러 건물이 보인다.
숲길은 남대문과 금당 앞과는 달리 사람들도 그다지 많지 않고 아름드리 삼나무가 빼곡이 있어 이제야 절을 찾아왔다는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돌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호케이도 당이다. 이 당 안에는 텐표(天平) 시대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14구나 모셔져 있다.

텐표 시대(710~794년)는 일본 미술사에 있어 고전기로, 이 시대 조각의 특징은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전체적인 비례도 균형이 잘 잡힌 작품들이 다수 제작되었다. 이 시기는 국가에서 관장하던 불상을 만드는 전문 공방이 있었으며, 특히 나무로 기본 골격을 만들어 점토를 붙여나가는 소조상塑造像과 삼베를 옻으로 고정시키면서 몇 겹으로 발라서 만드는 건칠상乾漆像이 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상들은 분업이 가능하여 많은 상들이 짧은 시간에 제작될 수 있었다. 호케이도 당에는 집금강신상을 중심으로 한 소조상 그룹과 본존인 불공견삭관음상 不空索觀音像을 중심으로 한 건칠상 그룹이 있다.
소조상으로는 집금강신상, 일광보살상, 월광보살상, 길상천吉祥天, 변재천辯才天 등이 있으며 대부분 상 높이가 200㎝ 전후이다. 특히 집금강신상(상 높이 170.4㎝)은 본존의 뒤쪽에 따로 함을 만들어 북쪽을 향하게 안치해 본존과 등을 마주보는 특이한 배치를 이루고 있는 비불秘佛로 일년에 하루(12월 16일)만 일반 공개되나, 올해는 특별히(2002년 4월 20일~5월 12일, 6월 22일~7월 7일) 배관할 수 있다.
집금강신상은 금강저金剛杵를 잡고 불법을 지키는 신으로, 금강역사상의 전신인 셈이다. 본 상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분노의 표정과 오른손을 위로 쳐들어 지금이라도 금강저를 휘둘려는 듯한 자세가 순간적으로 잘 포착되어 있다. 대체로 신상들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비해 이 상은 공격적인 자세를 하고 있어 더욱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팔뚝 등의 근육과 심줄은 강한 힘을, 살짝 비튼 허리와 가슴은 유연함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이 상은 오랫동안 공개하지 않은 까닭에 채색과 문양이 아주 잘 남아 있다.
본존 옆의 일광(사진), 월광보살상은 특별전 때문에 생전 처음 절 밖을 나가 나라 국립박물관에 출타 중이다. 두 상은 조용히 합장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몸매는 호리호리하며 얼굴은 청순하고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 특히 머리카락이나 옷 주름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사실적 이미지를 더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목조나 석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드러운 점토의 질감을 느낄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 이와 같은 호케이도 당의 소조상들은 도다이지 절의 가이단인(戒壇院) 당의 사천왕상, 고후쿠지 절 팔부중八部衆과 십대제자와 더불어 텐표 시대의 대표적인 소조상 작품들로 일컬어진다.
건칠상 그룹을 살펴보면 본존 불공견삭관음(상 높이 362.0㎝), 범천상, 제석상, 금강역사상 2구, 사천왕상 4구 등 모두 9구가 안치되어 있다. 건칠상은 대체로 300~400㎝ 전후의 크기인 거대불이다. 상들의 전체적인 비례는 대체로 머리와 상체를 크게 하여 멀리서 배관할 때를 고려하여 만든 것으로 거대불에 흔히 나타나는 특징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가까이서 보면 크다는 것 이외의 특별한 느낌은 없다. 다만 무슨 원력으로 이렇게 거대한 상들이 만들어졌으며, 오랜 세월 동안의 전란과 화재에도 잘 지켜져 온 사실에 감탄을 보낼 뿐이다. 이 상들도 원래는 채색이 입혀졌으나 지금은 많이 바래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호케이도 당에 안치되어 있는 두 그룹의 불상들의 작풍과 조성 시기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많으나, 대체로 소조상이 텐표 초기에 만들어지고, 건칠상이 텐표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상의 문양 채색에서도 소조상이 기본적인 문양을 하고 있고, 건칠상이 이를 바탕으로 한 복잡한 문양을 보이고 있어 소조상이 먼저 만들어졌다는 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앉아서 좀더 자세히 보고 비교하고 싶었으나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아쉬움을 다시 한 번 혼자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래며 호케이도 당을 나온다. 아이는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