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표 시대(710~794년)는 일본 미술사에 있어 고전기로, 이 시대 조각의 특징은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전체적인 비례도 균형이 잘 잡힌 작품들이 다수 제작되었다. 이 시기는 국가에서 관장하던 불상을 만드는 전문 공방이 있었으며, 특히 나무로 기본 골격을 만들어 점토를 붙여나가는 소조상塑造像과 삼베를 옻으로 고정시키면서 몇 겹으로 발라서 만드는 건칠상乾漆像이 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상들은 분업이 가능하여 많은 상들이 짧은 시간에 제작될 수 있었다. 호케이도 당에는 집금강신상을 중심으로 한 소조상 그룹과 본존인 불공견삭관음상 不空索觀音像을 중심으로 한 건칠상 그룹이 있다.
소조상으로는 집금강신상, 일광보살상, 월광보살상, 길상천吉祥天, 변재천辯才天 등이 있으며 대부분 상 높이가 200㎝ 전후이다. 특히 집금강신상(상 높이 170.4㎝)은 본존의 뒤쪽에 따로 함을 만들어 북쪽을 향하게 안치해 본존과 등을 마주보는 특이한 배치를 이루고 있는 비불秘佛로 일년에 하루(12월 16일)만 일반 공개되나, 올해는 특별히(2002년 4월 20일~5월 12일, 6월 22일~7월 7일) 배관할 수 있다.
집금강신상은 금강저金剛杵를 잡고 불법을 지키는 신으로, 금강역사상의 전신인 셈이다. 본 상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분노의 표정과 오른손을 위로 쳐들어 지금이라도 금강저를 휘둘려는 듯한 자세가 순간적으로 잘 포착되어 있다. 대체로 신상들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비해 이 상은 공격적인 자세를 하고 있어 더욱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팔뚝 등의 근육과 심줄은 강한 힘을, 살짝 비튼 허리와 가슴은 유연함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이 상은 오랫동안 공개하지 않은 까닭에 채색과 문양이 아주 잘 남아 있다.
본존 옆의 일광(사진), 월광보살상은 특별전 때문에 생전 처음 절 밖을 나가 나라 국립박물관에 출타 중이다. 두 상은 조용히 합장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몸매는 호리호리하며 얼굴은 청순하고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 특히 머리카락이나 옷 주름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사실적 이미지를 더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목조나 석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드러운 점토의 질감을 느낄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 이와 같은 호케이도 당의 소조상들은 도다이지 절의 가이단인(戒壇院) 당의 사천왕상, 고후쿠지 절 팔부중八部衆과 십대제자와 더불어 텐표 시대의 대표적인 소조상 작품들로 일컬어진다.
건칠상 그룹을 살펴보면 본존 불공견삭관음(상 높이 362.0㎝), 범천상, 제석상, 금강역사상 2구, 사천왕상 4구 등 모두 9구가 안치되어 있다. 건칠상은 대체로 300~400㎝ 전후의 크기인 거대불이다. 상들의 전체적인 비례는 대체로 머리와 상체를 크게 하여 멀리서 배관할 때를 고려하여 만든 것으로 거대불에 흔히 나타나는 특징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가까이서 보면 크다는 것 이외의 특별한 느낌은 없다. 다만 무슨 원력으로 이렇게 거대한 상들이 만들어졌으며, 오랜 세월 동안의 전란과 화재에도 잘 지켜져 온 사실에 감탄을 보낼 뿐이다. 이 상들도 원래는 채색이 입혀졌으나 지금은 많이 바래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호케이도 당에 안치되어 있는 두 그룹의 불상들의 작풍과 조성 시기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많으나, 대체로 소조상이 텐표 초기에 만들어지고, 건칠상이 텐표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상의 문양 채색에서도 소조상이 기본적인 문양을 하고 있고, 건칠상이 이를 바탕으로 한 복잡한 문양을 보이고 있어 소조상이 먼저 만들어졌다는 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앉아서 좀더 자세히 보고 비교하고 싶었으나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아쉬움을 다시 한 번 혼자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래며 호케이도 당을 나온다. 아이는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