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바람이 말한다.
그대들의 입으로 자유를 말하지 말라. 그대들의 빈 가슴으로 평등을 말하지 말라. 그대들의 몸짓으로 다시 통일을, 민중을 말하지 말라. 우리들의 자유, 평등, 통일, 민중의 염원은 반만년의 역사와 함께한 이 땅의 숙원이요, 이 땅의 살아 있는, 죽어간 생명들의 대발원일진대, 한낱 선거에 취해 비틀거리는 그대 갸날픈 몸짓으로 다가서지 말라.
다가서지 말라. 그대 관념의 껍질로 허울좋은 논리의 언어로 다가서지 말라. 언제 그대들이 민중과 하나였으며, 평등과 하나였으며, 통일과 민족과 하나였으며, 사랑과 도덕과 하나였으며, 언제 민주주의와 하나를 이루었던가. 언제나 그대 자식은 자식으로 남아 있길 원했고 그대 생활은 생활로 남아 있기를 원했고 민족은 그저 민족이고 통일은 통일이었고 민중은 그대로 민중이고 민주주의는 그냥 민주주의이고 그 모든 것 그대 입술의 휘파람소리 아니었던가. 이 따위 척박한 가슴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고 누가 대통령이 된들, 통일은 말의 통일이고 민중은 그대로 민중으로 남아 있질 아니하겠는가. YS는 이렇고 DJ는 저렇고 JP는 그렇고 NO는 어떻고 하는 놈들, 너희는 또 어떤 놈이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 우리가 누굴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역사의 유월을 이루었으며 그 많은 분신과 투옥을 불사하였는가를. 그래 안다. 그대들의 심정도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음을.
그러나 그대들 말대로 “선거를 통한 혁명,” “선거를 통한 민간정부의 수립”이 민주주의로 향하는 첫걸음이라면, 모든 역량을 한곳으로 응집시킴이 마땅할 것이며 선거 후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여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한 선거 전략의 완성이 급선무일 것이다. 그러나 그대들은 어떤 후보가 될 것인가 또는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기에만 골몰하고 있지 아니한가 말이다. 분명히 말하자면 Y가 적격자냐 D가 적격자냐,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우리의 근본 목표를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 이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D, Y, J, N 그 누구도 “통일”이 아니며 “민주주의”가 아니며 “민중”이 아니기에 우리는 더욱 철저하게 “통일”이 되어야 하고 “민중”이, “민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 이름없는 풀꽃들에 한번 더 가까이 다가가보라. 그러면 그곳에는 선거 열기도 없고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에 관심조차 없음을 알 것이다. 비로소 그대들이 다시 목이 메어옴을 느낄 것이다.
들꽃들이 숲을 이루고 그 숲은 점점 가을로 깊어 간다. 겨울은 올 것이고 칼바람은 또 다시 매섭게 우리의 얼굴을 칠 것이다. 그리고 선거 열기는 거세게 닥칠 것이다. 우리 불교도들에게 바랄 것이 있다면, 종교의 너울을 쓰고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반역하지 않기를 바란다.
불교도는 정의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 삿된 것을 물리칠 줄 알아야 한다. 천만번 그들이 불교 신자임을 강조한다할지라도 이미 삿된 행위를 할 때 그는 이미 신도임을 포기한 것이기에 신도로 인정할 수 없다. 그들로 말미암아 불교 집단에 막대한 이익이 온다하여 그들과 결탁한다면, 불의와 결탁한 것으로, 불교 집단이 존립 근거를 포기한 것이요 도덕성을 포기한 것이다. 더더욱 우리 불교 신도에게서 삿된 행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제도하지 못하는 부끄러움과 그가 불교 신도임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누구가 불교 신자이니까 그를 지지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그러나 그는 누구인가. 10.27법난의 주역이고 광주사태의 주역이 아니었던가. 그는 모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불교 신자가 아님을 밝히지 아니하였던가. 물론 그가 다수의 표를 확보하기 위하여 불교 신자가 아니라고 하였다고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지만 그것은 설득력을 상실한다. 왜냐하면 다수의 표를 확보하기 위하여 불교 신자임을 감춘다면 그만큼 자신의 정책노선에 자신이 없음을 드러낸 소치로서, 감정에 호소하는 격밖에는 안 되는 것이며 때와 상황에 따라 신도와 비신도 사이를 오간다면 그 어찌 소인의 웃음거리가 아니겠는가. 또한 우리가 그것을 어찌 용납할 수 있겠는가. 아모쪼록 올바른 정책과 역사의 안목 속에서 투표하기를 기원하며, 지역 감정이나 인물 중심적인 사고의 편견을 갖지 않기를 갈망한다.
아! 민주여… 우리의 민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