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자는 마제국(摩提國) 사람으로 성은 울두람(鬱頭藍)이었다. 아버지의 이름은 천개(天蓋)요 어머니는 방성(方聖)인데, 건장한 장군이 거울을 들고 있는 꿈을 꾸고서 태기가 있었는데 칠일 만에 낳았다 한다. 피부가 유리같이 비치어 한번도 씻지 않아도 늘 향기롭고 깨끗했으며, 어릴 때부터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말하는 것이 예사 어린아이와 달랐다. 그러더니 하루는 거울을 가지고 놀러 나갔다가 승가난제 존자를 만나 출가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존자는 제자들을 거느라고 대월씨국(大月氏國)에 갔다. 어느 집에 상서로운 기운이 도는 것을 보고 존자가 그 집에 들어가려 하니, 주인인 구마라다(鳩摩羅多)가 “웬 무리들이오?” 하고 물었다. “부처님의 제자들이다” 하고 존자가 대답하니, 주인은 그만 부처님의 명호에 아찔하여 이내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조금 있다가 존자가 재차 문을 두드리니 구마라다가 퉁명스럽게 말하였다.
“이 집엔 아무도 없소.”
존자가 거듭 물었다.
“아무도 없다고 대답하는 이는 누구인가?”
구마라다가 그 말을 듣고 예사스러운 사람이 아님을 알고 곧 문을 열고 맞이하였다. 존자가 자리를 갖추고 앉은 뒤에 구마라다를 보며 말하였다.
“옛날에 세존께서 예언하시기를 ‘내가 열반에 든 지 천년 뒤에 월씨국에 훌륭한 사람이 나타나서 나의 법을 이어 발전시키리라’ 하셨는데, 그가 그대가 아니면 누구이겠는가.”
구마라다는 그 말을 듣는 사이에 숙명지(宿命智)를 얻어 흔연히 출가하였다. 존자가 구마라다에게 계를 받게 한 뒤에 법을 전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종자도 있고 마음의 땅도 있으면
인연에 의하여 썩어 솟나니
인연이 서로서로 걸리지 않으면
나는 때에 나지만 나지 않으리.
존자가 법을 전한 뒤에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열여덟 가지 변화를 나타냈다가 화광삼매(火光三昧)로 변하여 스스로의 몸을 불사르니, 대중이 사리를 모아서 탑을 세웠다. 때는 곧 전한(前漢)의 성제(成帝) 이십년 무신(戊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