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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찾는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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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관암 2002년 06월 244호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돈이 되는 것은 모두 가짜가 있다. 요즈음은 특히 기술의 발달로 가짜를 순식간에 양산하다 보니 지적소유권과 특허권이 강화되고 브랜드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이런 세상의 저변에는 인간이 갖는 욕망과 허위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진품인 줄 알고 늘 뽐내고 달고 다니고 사용하던 악세사리와 유명 브랜드 용품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그냥 풀이 죽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실용적인 가치에 있어서는 하나도 손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짜와 진짜를 생각해 보면서 허상과 실상 그리고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사이버 공간)의 구별이 가능한지를 생각해 본다. }
본질적인 가치에 있어서는 허虛와 실實, 진眞과 가假는 그 말이 의미하는 뜻처럼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지만 인식자(사용자)가 착각을 하였다면 심리적인 충족감은 똑같은 것이다.
이제 컴퓨터상에 나타난 사이버공간은 분명히 인간의 지능으로 도구를 통해 만들어낸 가상적 공간이나 실제와 다름없는 온 몸을 지배하는 공간이 되었다.
다시 말해 가상공간은 허위이지만 가상공간의 효력마저 허위인 것은 아니다. 전산원리의 조작자인 프로그래머는 자신이 창출한 가상현실이 가짜임을 알고 있으나 그것에 탐착하면 진짜인 양 체험되며 정신도 육신도 반응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상현실은 조작자의 의지와 욕구의 산물이다.
컴퓨터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경험세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가상현실은 유아독존적 개인탐닉, 자아 분열증, 자기정체성의 상실 등으로 모두 자아라고 불리는 〈나〉에 대한 인식상의 교란으로 집약된다.

조작자의 의지와 욕구의 산물로 나타난 허상 또는 가상의 현실은 굳이 컴퓨터시대에 컴퓨터 상에만 나타난 새로운 산물은 아니다.
부처님은 2500년 전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 또한 중생들의 의지와 욕구(業)대로 세상을 창조한다하여 우리 모두를 프로그래머라고 정의하여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남겼다.
이제 우리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허상의 세계)에서 다시 컴퓨터를 통해 또 다른 세계(사이버 세계)를 창조하는 프로그래머이자 그 공간(세계)을 즐기는 사용자이기에 꿈속에서 꿈을 연속적으로 꾸는 것이니 무엇이 현실이며 가상인지는 자기를 바로 보지 않으면 이 꿈에서 저 꿈으로 자신을 잃고 헤매이는 방랑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많은 사이버세계를 하나로 관찰하여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는, 자기를 찾는 마음 공부는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현대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신을 찾는 선 공부는 매력을 더해 가는 분야가 될 것이다. 《화엄경》에 의하면 세계의 존재방식인 연기는 서로 동화하고 드나들며(相卽相入), 끝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重重無盡) 성격을 지닌다.
이처럼 모든 것이 걸림없는(事事無碍)세계가 법계이며 이러한 존재 방식이 법계연기라하였다. 컴퓨터상에서 창조되는 사이버세계가 화엄경의 법계연기와 다를 바 없이 전개되고 있다. 컴퓨터상의 사이버 세상이 가상이 아닌 실상의 법계연기가 되고 아니 되고는 자신을 찾는 공부에 달려 있다.
현대문명이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재앙으로 다가올지 화려한 연꽃을 피워낼 것인지를 묻고 싶다. 결제를 맞은 사부대중에게 해답의 무거운 짐을 지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