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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 法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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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3년 04월 134호
도량석의 목탁 소리로 잠이 깬 도량은 사물 가운데 맨 처음 울리는 법고의 저음을 들으면서 지난한 수행을 시작한다. 종각의 낮은 처마 밑을 지나 법당의 용마루를 넘어 짖푸른 소나무 숲까지 울리는 북소리는 어쩌면 호소인 듯 그렇게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처음엔 나비처럼 출렁이는 장삼 자락에 사뿐한 춤사위처럼 울리던 북소리가 점점 격정이 회오리을 일으키며 천둥 번개에 장단을 맟추듯 하며 끝난다. 이때 북을치는 스님의 가사와 장삼자락은 온통 땀으로 젖게 된다.
법고는 보통 쇠가죽으로 만드는데 일명 큰북이라고도 불린다. 윤회의 긴 여로를 헤매는 축생들에게 감로의 법을 들려주기 위해 울린다. 법고는 사물 가운데서 가장 널리 쓰이는 법구이다. 크게 만들어서 다른 법구와 함께 범종각에 고정시켜 두는 형태는 있지만, 작게 만들어서 야외의 큰 행사에 가져가 쓰기도 한다.
절집의 사물과 비슷하게 민간에는 쇠(꽹과리), 징, 장고, 북의 사물이 있다. 사물 가운데 목어와 법고는 나무나 가죽으로 만들며, 범종과 운판은 금속으로 만든다. 또 장고와 북은 가죽으로 만들며, 쇠와 징은 금속으로 만든다. 가죽으로 만든 악기는 땅의 소리를, 쇠로 만든 악기는 하늘의 소리를 상징한다. 이 네 개의 악기를 가지고 인간이 소리를 내면 네 개의 악기로부터 진동이 어우러져 화합의 소리 공간을 이루게 된다. 이것은 하늘과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의미로 만나는 합일과 화해의 귀중한 일치를 이루는 불교적 동사 同事와 일원 一圓의 원리를 표현한 것이다.
사계절 변함없는 이 북소리를 눈덮힌 산자락을 따라 내려온 궁노루는 귀에 담아 멀리까지 건하고, 가을이면 도토리 부지런히 좇던 청설모, 다람쥐가 귀를 쫑긋하고 듣는다. 해인사 텃밭을 뒤지던 멧돼지도 가끔씩 이 북소리의 법움을 듣고 천사의 지복을 염원하리라. 중생이 삶이 가이없기에 이 북소리의 장단도 영원을 넘어서 울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