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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10주년에 맞는 부처님오신날- 사람과 자연 사이의 평화는 요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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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2년 05월 243호
올해 부처님오신날의 주제는 ‘평화’이다. 지난해 9·11 테러에 따른 세계인의 불안을 염려한 모양이다. 불교의 가장 큰 축제의 주제를 평화로 설정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한국사회 종교 중에서 가장 많은 신도를 지닌 불교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며, 지극한 일이다.
올해는 불기 2546년 부처님오신날이자 동시에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계 각 나라의 정상들이 모여 ‘의제 21’을 선포한 지 10년째에 맞이하는 부처님오신날이다. 1992년의 리우에서 열린 UN지구정상회담은 인류사에 기록될 큰 사건이다. 리우 이후 ‘지탱 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이 생활 곳곳, 특히 정부의 정책에 스며들었다. 물론 선언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최소한 ‘지탱 가능한’은 정책 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리우 이후 10년 동안 지구환경은 나아졌는가를 살펴보는 일도 부처님오신날을 더욱 뜻깊게 장엄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탄소 배출량은 1990년 5900만 톤에서 1998년 6400만 톤으로 늘었다.
아직도 우리는 GDP(국내총생산)의 상승이 잘 사는 것이라는 신화에 빠져 있다. 요즘 불교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한산 관통도로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공사비 2조3684억원. 이 액수는 가감 없이 GDP에 포함된다. 이 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에 따른 비용의 지출, 그러니까 병원 치료비, 보험금 지급, 차량 수리비 등도 모두 GDP 상승에 기여한다. 국내에서 발생한 경제활동을 화폐로 환산한 수치가 GDP인데, GDP가 높으면 덩달아 삶의 질도 좋아진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GDP는 경제활동의 양을 따지는 단순한 수치일 뿐이다. GDP에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공사비도 포함되며, 도로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에 대해 지출한 비용도 GDP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GDP는 삶의 질과 정비례하지 않는다.
도로를 신설함에 따라 GDP가 높아졌으나, 이 공사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환경은 어떻게 처리될까? GDP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대개의 경제학자들은 환경 파괴가 얼마만큼의 비용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만일,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지만, 북한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4㎞ 길이의 터널이 뚫린다면, 북한산 국립공원의 자연환경이 파괴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 북한산 국립공원의 파괴에 따른 사회·문화·경제적 손실은 왜 계산하지 않는 것일까? 국립공원의 파괴에 따른 손실을 계산한다면, 아마 공사비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액수가 될 것이다. GDP가 삶의 질을 재는 척도라면 국립공원의 파괴에 따른 마이너스 비용이 반영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테드 홉스테드와 클리포드 코브는 ‘성장의 새로운 척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에서 “GDP는 가정과 지역사회의 붕괴, 천연자원의 고갈 등을 감출 뿐만 아니라(교통사고, 이혼, 새로운 교도소 건설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이러한 사회적 해체와 환경 파괴를 경제적 성과로 둔갑시키기까지 한다”(위대한 전환, 동아일보사, 2001, 250쪽)고 비판하고 GDP의 대안으로 GPI(진정한 발전지표, Genuine Progress Indicator)를 제안한다. GPI는 자원 고갈, 인간과 자연에 피해를 끼치는 오염 등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을 수치로 산출해 GDP에서 뺀 지표이다. GPI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나라처럼 개발일변도의 정책을 펴는 나라에서는 GDP가 높을수록 자연 파괴가 많을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GDP의 성장은 곧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볼 수 있다.
리우 10주년을 맞아 지구의 표정은 밝지 않다. 리우 10주년에 맞는 부처님오신날의 불교계의 표정도 밝지 않다. 아직도 북한산 송추 계곡에 계신 부처님은 천막법당에 계신다. 송추는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곳이다. 개발일변도 아니 죽음의 정책에 브레이크를 달아 주는 현장이다. 잘 아다시피, 북한산 관통도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한 구간이며, “수도권의 종합적인 수송체계 확립 및 장기 교통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하기 위해 이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정부에 묻는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관통해 도로를 건설하면 교통체증이 해소되는가? 이에 대해 임인택 건설교통부장관도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18일 조계종총무원장 정대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임 장관은 “2, 3년 지나면 또 막힌다.” 도로 건설부서의 최고책임자 스스로도 북한산 국립공원에 관통터널을 뚫어봤자 이 도로를 내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자 임 장관의 말을 정대 스님이 받아쳤다. “북한산에 100개의 터널을 내서 교통체증이 해소된다면 뚫어라.” 길을 내서 교통체증을 해소하겠다는 발상을 이제는 걷어치우라는 일갈이다.
우리 나라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2001년 말 현재 1200만대. 우리 국민 4명당 1대꼴이다. 90년 이후 매년 7만대씩 늘고 있다. 머지 않아 미국 수준인 2명당 1대가 될 것이며, 건교부는 이 같은 보급률을 상정하고 도로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니 정대 스님의 입에서 “무식한 놈들이 앉아서 정책을 세우니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실제 건교부는 2020년까지 남북 7개축, 동서 9개축, 모두 16개의 고속도로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2000년 건교부 발표 ‘제4차 국토계획’) 우리 나라의 도로정책은 수요억제책을 쓰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교통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처럼 2인 1차 시대가 되면 온 나라를 아스팔트로 뒤덮어야 한다. 미국이야 워낙 국토가 넓으니 자동차가 보급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자동차도로를 많이 내야 한다. 우리 나라의 도로정책은 미국을 뒤쫓아가선 안 된다. 그랬다가는 온 나라가 황폐해진다.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할 국립공원까지 도로를 만들려고 하는 건교부에 우리 국토를 맡겨놔도 괜찮은 걸까? 댐으로 수장시키고 아스팔트로 뒤덮는 것은 아닐까? 덩달아 하루아!
침에 사찰은 저잣거리로 내쫓기는 것은 아닐까? 지금, 한가하게 의문형으로 물을 때가 아니다. 지금, 건교부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이 그렇고,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산천이 그렇다. 무너지고 있다.
건교부가 세운 제4차 국토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375조원가량의 돈이 들어가는데, 예산의 조달 방법은 민자유치로 대부분 해결한다는 것이다. 계획은 정부가 세우고 시공은 개인사업자가 해서 통행료 받아 투자비 뽑아가라는 것이 민자유치의 골격이다. 말이 민자유치이지 국토이용권을 몇몇 건설기업에게 배타적으로 행사하도록 넘겨 주는 꼴이다.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 앞에 국토는 개발해야 할 대상물일 뿐이다.
기업은 어떤 곳인가. 이익을 가장 큰 목적으로 삼는 조직이다. “기업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이익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경우 두 번째 규칙은 팽창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성장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파괴, 노동자의 행복, 지구의 건강 등 그 밖의 가치는 모두 부차적인 것일 뿐이며, 인류 전체의 번영 역시 마찬가지다.”(제리 맨더, 위대한 전환, 389쪽) 정치적 이유에 따른 평화의 요구는 높지만, 사람과 자연 사이의 평화는 요원하다. 자연은 인간에 대한 복수를 시작했다. 1950년대 런던 스모그 사건으로 수천 명의 사람이 죽었으며, “앞으로의 기후 변화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져올 것이다.”(지구환경보고서 2002, 세스 던 외, 도서출판 도요새, 55~57쪽) 코넬대학의 생태학자인 데이비드 피멘텔은 “세계적으로 모든 사망 원인의 40%가 환경의 황폐화에서 기인한다”고 경고하고 있다.(세계화는 어떻게 지구환경을 파괴하는가, 도서출판 도요새, 2001, 49쪽) 자연의 복수는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광범위하며, 지속적이다.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
??경고음은 계속 울리고 있다. 불기 2546년 부처님오신날, 리우 10주년에 맞는 부처님오신날에 염원하는 평화가 정치적 이유보다 더 포괄적이어야 하며, 더 구체적이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