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삶이 이렇게 고단한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부처님 법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이제 막 갓 결혼한 새댁이었고, 불법을 잘 모르면서 그저 시어머니 뒤를 이어 부처님 말씀을 따르며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기에, 불법을 공부하기 위해서 절에 다녔다기보다는 연중 행사처럼 일년에 몇 번 가서 불공을 드리고 오는 것이 고작이었어요.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닦기 위한 마음공부가 아니라 그저 사업이 잘되서 돈 잘 벌게 해달라고 졸랐고, 자식들 학교 좋은데 가게 해달라고 빌었던 시간이었지요. 그런데 그 때는 가끔 어깨 너머로 듣던 말씀 중에 부처님께서 우리 살아가는 세상을 고해라고 하신 말씀이 잘 이해가 가질 않았었습니다. 결혼 초년에는 세상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행복감과 즐거움에 세상을 다 가진 듯도 했었지만 그 즐거움은 잠시 지나는 한 줄기 봄 햇살과도 같았습니다. 이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니 어리석음도 많았고, 가족과 함께 한 30여 년 세월의 뒤안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도 많았었습니다. 이제 육십을 바라보면서 삶의 고단함과 참 맛을 느끼게 됩니다. 스님께서는 어쩜 그렇게 젊은 나이에 현명한 생각을 하셔서 부처님 제자?
?되셨을까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오늘 스님께 서툰 문장으로 편지를 쓰면서 부처님께도 편지를 한 통 썼습니다. 다음 생에는 꼭 사람의 몸을 받아 부처님 제자가 되길 서원한다고 말이지요. 이것도 어리석은 서원인 줄 알지만 들어 주시겠지요? 스님께서도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부처님 제자 되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읽고 또 읽어본 편지였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교육의 기회를 다 누리고 해외에서 살면서 육십을 바라보기까지 평범한 가정 주부로 살아온 불자의 글이지만 수행자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충분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스님께서도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부처님 제자 되시길 기원한다’는 구절이 눈길을 머물게 했다. 내가 정녕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부처님 제자인가 하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지식은 처처에 함께 한다.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처음 ‘차 한 잔의 선율’을 진행할거라는 예고 기사가 교계 신문에 나가고 난 다음날 경찰대학 법대 교수로 있는 불자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었다. “스님, 우선 차 한 잔의 선율을 진행하시게 되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스님 이거 아세요? 세인들에게 받는 인기라는 것은 물거품과 같다는 것 말입니다. 가슴에 ‘나는 수행자다’라는 묵직한 추를 하나 달고 방송하시길 바랍니다. 수행자는 연예인이 아닙니다.” 라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어왔던 말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5년째 차 한 잔의 선율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도 늘 그 불자의 말을 선지식 삼고 있다.
바로 이런 불자들이 우리 곁에 살아 있는 부처님이 아닐까.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늘 우리 곁에 함께 하는 부처님들을 위해서 불을 밝히고 싶다. 그리고 내가 즐겨 이용하는 e-mail로 삼세 부처님께 미리 편지를 띄우고 부처님오신날 답신을 기다려 보련다. 그 편지에 쓰는 내용을 몇 가지만 공개해 본다.
“부처님!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수행자의 길은 어떤 길이어야 하는지요. 아직도 다 벗어 버리지 못한 삼독의 허물을 어떤 말씀으로 제거해야 합니까? 풍요로운 세상에서 출가한 수행자들의 교육은 무엇이 근간이 되어야 하는지요? 과연 이 시대의 수행자들이 지켜야 하는 계율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바람직한 계율인지 여쭈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방선원에서 정진하는 도반들의 구도열과 멀리 이국에서 공부하는 도반들의 부단한 열의도 부처님께서 기억해 주십시오. 매월 초하루마다 결석하지 않고 법당에 나와서 행여 한자라도 놓칠세라 마음의 귀를 열고 법문을 들으시는 은발의 노보살님의 안부도 전하고 싶습니다. 어떤 형태나 빛깔로 이름지워져 있지 않은 제 삶에 언제나 지혜롭고 향기로운 삶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싶습니다.” 모처럼 부처님께 메일을 띄우자니 왜 이렇게 드리고 싶은 말이 많을까. 합장한 불자들의 손끝에 포도알처럼 송알송알 달려 있는 그 발원을 이제야 이해하겠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서 인연 있는 모든 불자들이 마음의 눈 밝게 뜨길 바라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통해 부처님을 바로 볼 줄 아는 지혜의 눈 갖추길 진심으로 기원드린다. 부디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 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