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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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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현진 2002년 04월 242호
생각해 보면 80년대 후반의 일인 것 같다.

입정入定을 알리는 죽비가 울리고 뒤이어 방장 스님이 법상에 올랐다.
주장자를 세 번 내리치고, 잠시 침묵이 있은 뒤 법문을 막 시작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어떤 스님이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헤진 누더기 옷을 입은 채 법당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방장 스님께 넙죽 삼배를 올리고 이렇게 말했다.

“큰스님, 한 말씀 일러주십시오”
“야, 이놈아! 법을 물으려면 가사나 제대로 갖추고 올 일이지, 그게 뭐냐?”
방장 스님의 망설임 없는 이 대구對句에 시봉하는 스님들이 일어나서 그 스님을 밖으로 밀쳐내는데, 끌려가면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큰스님, 삼천대천세계에 가사 아닌 것이 어디 있습니까!”
그 날의 작은 소동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보름 후 법회 때, 그 스님이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우스운 것은, 이번에는 장삼과 가사를 완전히 새 것으로 맞추어 입고 왔다는 사실이다.
대중들이 킥킥거리며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었는데,지난 그 때처럼, 법을 일러달라고 앉아 있는 그 객客 스님에게 던진 방장 스님의 한마디에그만 폭소가 터지고 말았다.

“야, 너 옷 참 좋다! 얼마짜리냐?”

법을 묻는 이도, 법을 말하는 이도 한바탕 웃음소리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주객시비主客是非 또한 더 물을 것도 없다.
파격과 일탈이 아니면 선禪을 말할 수 없는 것일까. 그래서 선가의 법석은, 때때로 대본 없는 개그 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