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자는 실라벌성(室羅筏城)의 보장엄왕(寶莊嚴王)의 아들이었다. 그는 갓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항상 불법을 칭찬하더니, 알곱살이 되었을 때 세상을 싫어하여 부모님께 출가할 뜻을 비쳤다. 부모가 굳이 말렸으나 종일 먹지 않으므로 급기야는 출가를 허락하고 말았다. 출가한 뒤에 이름을 승가난제라 하고 십년의 공부 끝에 법을 깨달아 교회에 나섰다.
그러던 중 마제국(摩提國)에 이르렀을 때였다. 홀연히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서 존자를 따르는 대중들의 몸과 마음을 매우 서늘하게 하였으나, 그 까닭을 아는 이가 없었다. 존자가 말했다. “이는 도덕의 바람이다. 멀지 않아 거룩한 이가 세상에 나타나서 조사의 법을 잇게 될 것이다”
그러고는 곧바로 신통을 부려 대중들을 거느리고 잠깐 사이에 산과 골을 지나 어느 한 봉우리 밑에 이르렀다. “이 봉우리 위에 자주빛 구름이 일산같이 서렸으니 성인이 여기에 살 것이다” 하고는 대중들과 함께 그 주위를 한참 동안 서성거리노라니’, ‘한 초막에서 어떤 동자가 둥근 거울을 가지고 곧바로 존자 앞으로 왔다.
“너는 몇 살이냐?” 동자가 대답했다. “백살입니다.” “네 나이 아직 어린데 어찌 백살이라 하느냐?” 동자가 다시 당돌하게 말하기를, “부처님이 말씀하기를 백살을 살아도 부처들의 법을 알지 못하면 하루를 살아도 분명히 아는 것만 못하다 하셨읍니다” 하였다. “네 손에 든 것은 무엇을 표시하느냐?” “부처들의 크고 둥근 거울은 안팎으로 티와 가림이 없음을 표시합니다.”
존자는 그를 거처에 데리고 가서 구족계를 주고 가야사다(伽倻舍多)라고 이름을 지어 제자로 삼았다.
어느 날, 바람에 풍경소리가 들렸다. 존자가 물었다. “바람이 우느냐, 풍경이 우느냐?” 가야사다가 대답했다. “바람도 아니요, 풍경도 아닙니다. 오직 제 마음이 울 뿐입니다.” “그러면 마음이란 무엇이냐?” “모두가 고요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말이다. 나의 법을 이을 사람이 그대가 아니면 누구이겠느냐.” 그리하여 곧 법을 전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음의 땅에는 나는 것 본래 없으나
인(因)의 경지는 연기(緣起)에 의해서 나나니
연(緣)과 종자가 서로 방해하지 않듯
꽃과 열매도 그러하니라
존자가 게송을 마친 뒤에 오른손으로 나무가지를 휘어잡고 열반에 드니, 대중들이 “존자께서 나무밑에서 열반에 드시니 그 그늘이 후손에게까지 드리울 것이다” 하였다. 열반에 든 존자를 고원으로 옮겨 탑을 세우려는데, 대중의 힘으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 나무 밑 그 자리에 탑을 세워 기렸다. 이때가 곧 천한의 소제(召帝) 십삼년 정미(丁未)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