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갯잎처럼 새뜻한 봄만
봄이 아닙니다.
개나리 지천으로 발가벗고
꽃잎 아지랑이 노랗게 자지러지는 봄만
봄이 아닙니다.
서슬 감춘 흐린 하늘 한 자락도 봄이고
살점 뭉텅 잘려나간 산턱에
검버섯 핀 봄도 봄입니다.
동네 앞 구렁창에 버글거리는
낡은 구호의 성성한 게거품도 봄이고
강력히 진군하는 자본 시대의
폐수의 꿈도 봄은 봄입니다.
다 봄인데
다 봄이어도
진달래 서러이 꽃불 켜는 봄만
봄이 아닙니다.
봄을 긴급 수배합니다.
쫓기는 봄은 이미 수감중인가요?
시작노트 알 수 없는 일이다. 봄이 왔다는데 사람들의 표정엔 전혀 봄다운 흥취가 없다. 이상하게 상처 받는 얼굴이거나 이미 봄 따위에는 관심없이 오면 오나보다 가면 가나보다 하는 모습으로 얼빠진 욕심에나 한눈 팔이로 빠져있는 눈치들이다. 그러나 설마 그렇기만 하랴. 민주의 봄이 아직 멀었다고도 하고 벌써 왔다고도 하며 웅얼웅얼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옳거니, 그렇다면 물으나 마나 아직 봄은 수배중이거나 이미 수감중임에 틀림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