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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은 공무원 불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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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관암 2002년 04월 242호
봄을 맞은 공무원 불자들에게
이제 자연은 온통 싱그러운 연초록의 생명과 온갖 꽃으로 아름답다. 가끔은 뿌연 황사로 눈과 코가 답답하긴 하지만 씨 뿌리고 개학하는 봄은 진정 희망과 출발이라는 빛과 향기로 사람들의 가슴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설레이게 한다. 만물을 일깨우는 해인사의 새벽 도량석 또한 봄기운 머금어 더욱 청아하여 순수와 영혼에 맞닿아, 어둠에서 밝음으로, 번뇌에서 보리로, 중생들의 고난을 즐거움으로 인도하고 있다.
이런 계절의 봄기운과 함께 한국 최고, 최대의 조직과 힘을 형성하고 있는 공무원 사회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순수 불자회가 봄날처럼 전국에서 새싹을 틔우는 소식은 정말 다행한 일이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불교계에서 공무원 불자회의 태동은 다른 학생회·직능회 단체와 더불어 그 연륜이 오래 되었지만 전국 연합회로 조직이 정비되고 규모가 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최근 공무원 불자 연합회의 왕성한 활동과 조직의 창립은 지금 공무원 불자연합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임원들의 말에 의하면 작년 10월 7일 해인사에서 전국의 공무원 불자 1,500명이 모여 1박 2일의 일정으로 개최한 “전국 공무원 연합회 창립 1주년 법회”가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 당시 해인사에서도 공무원 불자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법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해인사 개산 이래 출가자들의 엄격한 수행처로 가꾸어 오고 자리매김 해왔던 사찰의 도량을 개방하여 축하 음악회를 열도록 배려하였고 그리고 공무원 불자들의 침소를 위해 스님들의 수행처소인 강원과 선원을 비워 주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었다.
이에 답이라도 하듯 연합회는 이제 싱그러운 봄빛처럼 눈부시게 성장하여 이런 봄기운을 타고 이 지역 공무원 불자 1,000여 명이 오는 4월 20일 해인사에 모여 “경남지역 공무원 불자연합회”을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런 공무원 불자 조직이 무엇 때문에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런 조직이 창립의 취지대로 잘 발전하고 오래 오래 자생적으로 이어가려면 어떤 방향으로 조직을 운용하고 활동해야 하는지는 상식적으로 다 알고 있다. 다만 공무원 불자들이 이런 법회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신앙적인 믿음과 정진을 통해 불자 개개인이 갖는 삶의 여유와 질은 차치하고라도 권위적이고 딱딱한 공무원 문화에 그리고 사회의 여러 관행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또한 사회 변혁의 주체요 시발점이 되는 공무원들의 조직에 부처님의 빛과 향기가 가득하리라 생각하니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 동안 직능 단체별 재가 불자들의 활동과 발전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종단과 각 사찰의 역할을 반성하고 이런 공무원 불자회의 창립을 계기로 자생력을 키우면서 정법을 향한 활동과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사찰의 역할과 지원을 심도 있게 살펴야 한다. 옛말에 새로 만드는 것보다 그것을 지켜 가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부처님 가르침대로라는 믿음에 바탕을 둔 신앙성과 순수성을 잃지 않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조직의 운용이라면 어렵지 않은 일이 된다.
모처럼 맞은 공무원 창립 법회의 봄기운이 2002년 정치의 해를 맞아 그 순수성이 훼손됨이 없이 자생력을 키워 정치·사회의 변혁 속에서도 제 역할을 다하여 재가 불자들이 나아갈 길을 바로 열어 주길 공무원 불자들에게 당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