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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개발일변도는 불교말살 정책인가- 스님들을 본래의 수행처로 돌아가게 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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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2년 03월 241호
꼭 10년 전이다. 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지구정상회담은 ‘의제 21(Agenda 21)’을 채택함으로써 인류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지탱 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천을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음을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이 인식하고 공통의 실천 과제들을 채택했다. 이 회의를 통해, 기본적인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되,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 환경을 보존하는 보편적인 원칙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지탱 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정착시키고 널리 확산시켰다.
의제 21의 채택의 배경은 심각한 지경에 이른 지구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다. 한 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산업화의 상징처럼 인식되어 온 화석연료에 의한 탄소 배출과 이에 따른 지구의 온난화는 현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가공할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지구환경보고서 2002>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1990년부터 2100년 사이에 섭씨 1.4~5.8도 증가할 것이다. 이로 인해 해수면은 9~88㎝ 높아진다. 해안 지역의 침수로 인해 주거지의 이동과 농경지의 감소가 일어난다, 낮은 지역의 섬들은 물에 잠기고 만다. 가뭄, 홍수, 혹서, 눈사태 및 폭풍 등이 일어나는 빈도와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의 기후 변화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져올 것이다.(〈지구환경보고서 2002〉, 세스 던 외, 도서출판 도요새, 55~57쪽) 환경의 문제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더욱 만족할 만한 생활을 가져오기 위해 환경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환경을 지켜야만 하는 문제이다. 런던 스모그 사건으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죽었듯, 도심의 미세먼지는 어린이와 노약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과학기술로 문제!
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지금 당장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92년 ‘의제 21’의 채택 이후 지구적 차원의 환경 문제는 개선되었는가. 이 물음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일시적이면서 불규칙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리우데자네이루에서의 역사적인 만남 이후 세계는 10년 동안 이러한 호소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정의롭고 생태적으로 활기 넘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1990년대의 노력은 소규모로 느리게 진행되었고, 사회적으로도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게리 가드너, 안전한 세상을 위하여, 앞의 책, 26쪽) 우리 나라는 어떤가. “한국 환경 파괴 세계 최악 수준”이다. 지난 2월 4일 세계경제포럼(WEF)에 국제지구과학정보센터가 제출한 보고서를 자료로 삼아 보도한 한 일간지 국제면의 머리기사 제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환경지속지수(ESI,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dex)는 세계 142개 국가 중 최하위권인 136위(35.1점)에 그쳐, 한국의 환경이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일보, 2002. 2. 4) ESI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를 하지 않으면서 경제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 객관적인 능력, 즉 지탱가능한 ?
낱像?능력을 의미하며, 물과 공기의 오염 정도에 대한 대응 방법과 정부의 부패 정도 등 68가지 변수들을 고려해 점수를 매긴다. ESI에서 우리 나라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나라들은 북한(31.8점)과 나이지리아 등 여섯 나라에 불과했다. 국민소득으로만 치자면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떠들어댈 수 있겠지만, 환경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생명의 위협 수준, 자연 환경의 파괴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가장 나쁜 나라에 속한다. 국제지구과학정보센터의 ‘한국 환경 파괴 세계 최악 수준’이라는 평가 결과는 지난해 122개 국가 중 95위를 기록한 것에 이어 연속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우리 나라의 환경 문제가 매우 심각한 지경에 놓여 있음을 말해준다.
위와 같은 결과는 우연에 의해 나타난 것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에서 환경 보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다음의 두 수치의 비교는 정부의 정책이 극단적으로 개발일변도로 치우쳐 있음을 보여준다. 647억원, 올해 정부가 대기보전을 위해 잡은 예산. 720억원, 전남 회천∼보성의 길이 5㎞ 왕복 4차선 도로의 확장비.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한 정부의 예산이 지방도로 확장 사업의 예산보다 적다. 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시늉만 내고 있는 꼴이라 말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또 정부의 대규모 토목·건축 사업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2년 전 불교계의 큰 저항에 부딪쳤던 지리산댐을 예로 들어보자. 경남도민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리산에 대형 댐을 만들겠다는 것이 지리산댐 건설을 추진하려 했던 정부의 발표였다. 낙동강 물을 식수로 쓰기에는 부적합하게 오염되었기 때문에 지리산에 댐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경남도민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겠다면, 경상남도를 지나 흐르는 낙동강 물을 맑혀서 공급하면 된다. 정부의 계획에서 물 맑히기는 우선 순위에 들지 못한다. 지리산을 허물고,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들여 댐을 짓겠다는 정책을 고집했다. 그러면 지리산도 망가지고, 낙동강도 맑히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것은 뻔하다. 외국에서는 있는 댐도 허물어뜨리는 상황인데, 우리 정부는 댐을 지어 물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우리 나라가 환경 최하위권 국가라는 기사를 보며 착잡하다. 각종 개발로 인해 수행처의 보전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 우리 불교계는 더욱 그렇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노선을 우회시키기 위해 북한산 회룡사선원의 스님들이 북한산 자락과 조계사 마당에 천막 법당을 짓고 ‘북한산 살리기 정진’에 들어갔다. 내원사의 다섯 스님은 내원사가 자리잡고 있는 천성산의 고층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한겨울 25일 동안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토순례를 벌였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북한산을 관통하면 30여 사찰이 큰 피해를 입는다. 특히 회룡사선원의 경우, 12만대의 차량이 지나면서 내는 소음과 대기 오염, 지하수 고갈로 인해 존립의 위기에 처한다.
산중의 조그만 사찰만이 개발로부터의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다. 불교 1번지라 불리는 조계사도 예외가 아니다. 대웅전 앞에 90m 높이의 빌딩이 들어설 예정인데, 불교신앙의 신성성은 여지없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우려된다.
건설교통부는 2020년까지 16개의 고속도로를 낸다는 계획이다. 대형 댐 건설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전국 30개 지역이 댐 건설 예정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정경제부는 농지의 10%를 위락시설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금 혜택까지 주겠다고 한다. 위락시설이 어디에 들어서겠는가? 물 맑고 수려한 곳, 사찰이 자리잡은 곳이 될 것이다.
지금은 회룡사선원 스님들과 내원사 스님들이 본래의 수행처소를 떠나 천막 법당을 짓고 국토순례를 했지만, 다음에는 어느 스님들이 거리로 나와야 할지를 생각하면 아득하다. 정부의 개발 계획이 지금처럼 환경 보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수행처소를 지키기 위한 ‘거리 수행’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급기야 걍ㅊ括?개발 정책이 불교를 말살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린다. 선원이 존립의 위협을 받고, 신앙의 신성성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면, ‘불교 말살’이라?표현은 전혀 과장이 될 수 없다.
불교 말살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이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행환경 훼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리하여 스님들이 본래의 처소로 돌아가 수행과 포교에만 전념토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