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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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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현진 2002년 03월 241호
선방에서 공부하는 한 수좌가 산길을 걷고 있었다.
산수유 향기가 바람에 흩날리는 이른 봄날이었다.
패기 만만한 이 젊은 수좌는 암자의 노승을 찾아가는 길이었는데,노승을 만나기만 하면 자신의 공부를 점검하는 법거량을 해 볼 참이었다.
마침 암자로 오르는 산길 한가운데서
나무 아래에서 땀을 닦고 있는 노승과 마주쳤다.
젊은 수좌가 인사도 하지 않고 대뜸 한마디 던졌다.
“오는 중이오, 가는 중이오?”

젊은 수좌의 이 일구一句는 해석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산길을 오르던 수좌의 입장에서는 ‘올라가는 중입니까, 내려가는 중입니까’를 묻는행동의 시점이다.
선가에서는 언구言句에 떨어지면 이래도 틀리고 저래도 틀리게 되는 모순이 있다.
내려가는 중이라고 해야 옳을까, 올라가는 중이라고 해야 옳을까?
젊은 수좌의 갑작스런 태도에 시봉을 하던 노승의 제자가 한마디했다.
“그 무슨 말버릇이오!”
행위의 시점에서 본다면, 스님을 ‘중’으로 바꾸어 비아냥거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시봉하던 제자가 젊은 수좌를 몸으로 막으려고 하자,나무 그늘에 앉아 있던 노승이 껄걸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두어라! 나는 지금 쉬는 중이다!”

젊은 수좌는 그 자리에서 삼배의 예를 올리고 올라오던 길을 돌아 내려갔다.
그 때 암자로 ‘가는 중’은, 지금은 어느 처소의 선원장 스님으로 계시는 분이고 나무 그늘에서 ‘쉬는 중’은 통도사 극락암에서 열반에 드신 경봉鏡峰 큰스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