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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더할 수 없고 많아도 뺄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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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법전 2002년 03월 241호
해인총림 방장 법전스님 구순九旬은 차희납인빙且喜臘人氷이니
좌와경행철저청坐臥經行徹底淸이로다.
노주등롱露柱燈籠이 제합장齊合掌하니
시방세계총승평十方世界總昇平이로다.

구순동안 겨울을 난 사람이 얼음이 된 것을 기뻐하니 앉건 눕건 거닐건 철저히 맑도다.
노주와 등롱이 모두 합장하니
시방세계 모두가 태평하도다.

풍혈연소風穴延沼 선사에게 해제날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해제인 오늘에 화상의 뜻이 어떠합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습니다.
“거위가 눈 덮인 것은 가엾지 않고 겨울을 난 사람이 얼음 된 것을 기뻐하노라.”
풍혈연소 선사는 임제종 선사로 경청도부鏡淸道 스님에게 참학하고그 뒤 남원혜옹南院慧의 법을 이었습니다.
제자로는 ‘수산죽비首山竹’ 공안으로 유명한 수산성념首山省念이 있습니다.
경청도부 스님에게 풍혈 스님이 찾아가니 물었습니다.
“어디에서 왔는가?”
“동쪽에서 왔습니다.”
“작은 강을 건너온 적이 있는가?”
“큰 배가 홀로 하늘에 떠도니 작은 강은 건널 게 없습니다.”“경강鏡江과 진산秦山은 날아가는 새도 넘어갈 수 없는데 길바닥에서 주워 들은 허튼 말을 지껄이지 말아라.”
“넓은 바다도 전함의 위세에 오히려 겁을 냅니다.
기나긴 강줄기에 돛대 날리며 오호五湖를 건널까 합니다.”이에 경청 스님은 불자를 세우면서 말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것이 무엇입니까?”
“정말 모르느냐?”
“나타났다가 없어졌다가 폈다가 말았다가 하는 것을 스님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점치는 놈은 헛소리를 듣고, 깊이 잠든 놈은 잠꼬대가 심하다.” “못이 넓으면 산을 감추고 살쾡이는 표범을 항복시킵니다.”“죄와 허물을 용서할 테니 썩 나가거라.”
“나갈 수만 있다면 바로 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선사는 그 곳을 떠나 천하를 돌아다니다가 남원혜옹 스님을 만나게 됩니다.
남원혜옹이 물었습니다.
“남방은 몽둥이를 어떻게 헤아리는가?”
“굉장하게 여깁니다만 이 곳의 몽둥이는 어떻게 헤아리겠습니까?” 이에 남원은 주장자를 눕히고서 어루만지며 말했습니다.
“몽둥이 끝에 무생법인無生法忍이 기연을 만나고도 스승을 알아보지 못하는구나.”풍혈 스님은 이 말 끝에 크게 깨치고는 남원 스님의 법을 잇게 됩니다.
그 뒤 여주汝州 풍혈사에서 개당하여 임제의 선풍을 떨치니 수많은 납자들이 운집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제일에 법상에 올라갔는데
어떤 납자로부터 ‘해제날 화상의 뜻이 어떠하냐’는 질문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에 바로 “불연아호설不憐鵝護雪하고 차희납인빙且喜臘人氷이로다.
거위가 눈 덮인 것은 가엾지 않고 겨울을 난 사람이 얼음 된 것을 기뻐하노라.”고 대답합니다.
이 말을 듣고서 육왕심育王諶 선사는 해제날 상당하여 불자拂子로 한 번 선상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하나로는 열 수 없고, 둘로도 향할 수 없도다.”
다시 불자로 두 번 선상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수레는 옆으로 밀지 못하고, 이치는 돌려서 판단하지 못한다.”다시 불자로 세 번 선상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뉘라서 화씨和氏의 옥구슬을 알지 못하랴? 하지만 나는 여의주가 간 곳마다 빛난다고 하리라.”
자항박慈航朴 선사 역시 이 법문을 듣고 해제날 선상에 올라 말했습니다.
“풍혈은 가히 기한에 맞추어 닦아 증득했으니 공력을 헛되이 들이지 않았다 하겠지만, 방울 물에 얼음이 언다하여도 이 일만은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도다. 무슨 까닭인가? 손에 백옥채찍을 들고 여의주를 모두 부수었도다.”라고 하고는 선상을 불자로 때렸던 것입니다.

이렇게 공부인은 설사 해제날이라고 할지라도 마음을 놓지 않고 송곳 같은 질문을 하였고 또 칼날 같은 답변을 하면서 서로 한 철의 살림살이를 주고 받았던 것입니다.
오늘 해인총림의 동안거 해제를 맞이하여 산승도 여러분에게 한마디 하고자 합니다.

구순금족九旬禁足은 망금숙소網禽宿巢요
삼월안거三月安居는 구호수총驅狐守塚이라.
90일 동안 꼼짝않으니 그물 속 둥지의 잠든 새요, 석달 동안의 안거는 무덤을 지킨 여우로다.

향생사부도처向生死不到處에
견삼두육비見三頭六臂 흔번원각가람蒜圓覺伽藍이라도 유시포춘타박부猶是抱椿打泊浮로다.
삶과 죽음이 이르지 않는 곳에서
머리 셋에 팔뚝 여섯 개인 귀신이
원각의 가람을 뒤엎는 일을 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말뚝을 안고 헤엄을 치는 격이로다.

가야산전伽倻山前의 쌍도수하雙樹下에
구십일내九十日內에 풍이시風以時하고 설이시雪以時하였으니 이륙시중二六時中에 소불첨少不添하고 다불멸多不減이로다.
가야산 앞 두 그루 나무 아래에 90일 동안
알맞게 바람 불고 적당히 눈 내렸으니, 하루 24시간이 적어도 더할 수 없고 많아도 뺄 수가 없구나.

일년삼백육십일一年三百六十日에
일일안거日日安居하고 시시자자時時自恣하니
원자자원圓者自圓하고 방자자방方者自方하며
장자자장長者自長하고 단자자단短者自短이로다.
일년 365일을 날마다 안거하고 수시로 자자를 하니, 둥근 것은 둥글고 네모난 것은 네모나며
긴 것은 길고 짧은 것은 짧구나.

미면정지양진未免淨地揚塵이니
필경여하畢竟如何오?
그렇다고 하더하도
깨끗한 땅에 먼지를 일으킴을 면할 수가 없으니
결국 어찌해야 하겠는가?

(양구良久 후)

대붕전시천로요大鵬展翅天路遙하고, 거별전신해수착巨鼈轉身海水窄이로다.
대붕이 나래를 펴니 하늘이 아득하고
큰자라가 몸을 돌리니 바다가 비좁도다.

억喝!□

2002(2546). 2. 26(음 1.15) 동안거 해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