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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숙(惠宿)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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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등불을 이어온 이 땅의 스님들 - 편집실 1990년 02월 96호
혜숙스님은 신라 진평왕 때 스님이다.
스님은 본래 화랑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머리를 깍고 승문(僧門)에 들었다. 스님이 적선촌(赤善村)에 숨어 지낸 지가 20여년이나 흘러 갔다. 그때 국선(國仙) 구담공(瞿曇公)이 일찍이 적선촌 들에 가서 어느날 사냥을 하는데 혜숙스님이 길가로 나가 말고삐를 잡고 청했다.
“어리석은 빈도도 함께 가기를 원허옵는데 어떻게 하지요?”
공이 이를 허락하니 스님은 옷을 벗어젖히고 이리 뛰고 저리 달리며 서로 앞을 다투니 이를 보고 공이 기뻐했다. 앉아서 쉬며 피곤을 푸는데 고기를 굽고 삶아서 서로 먹기를 권하니 혜숙도 함께 먹으면서 조금도 꺼리는 빛이 없었다. 이유고 공의 앞에 나아가 말했다.
“지금 싱싱하고 맛있는 고기가 있으니 좀 더 드시렵니까?”
공이 좋다고 하니 혜숙이 사람을 물리치고 자기 다리의 살을 베어 소반에 놓아 올리니 옷 위로 붉은 피가솟아 흘렸다. 공이 깜짝 놀라 물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느냐?”
“내가 처음에 생각하기에 공은 어진 사람이라 자기 몸을 통해서 능히 물(物)에까지 미치리라 하여 따랐던 것입니다. 그러나 공을 살펴보니 오로지 죽이는 것만을 즐기어 남을 해치고 자기 몸만 기를 뿐이오니 어찌 이것이 어진 자나 군자의 행할 일이겠습니까? 우리는 뭇이 맞는 무리가 아닙니다” 하고 행하니 가버렸다.
공이 크게 부끄러워하여 스님이 먹던 것을 보니 소반 위의 고기살이 그대로 있었다. 공이 몹시 이상히 여겨 돌아와서 조정에 아뢰었더니 왕이 듣고 사자를 보내어 스님을 맞아오게 했다.
사자가 그를 맞으러 가자 스님이 여자와 함께 침소에 있거늘 사자는 더럽게 여기고 그대로 돌아가는데 도중에서 스님을 만났다. 사자가 스님께 이상하게 여기며 어디서 오느냐고 물으니 스님이 대답하기를 성안의 시주 집에서 7일제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사자가 돌아와 왕에게 아뢰니 또 사람을 보내 시주집을 조사했으나 또한 사실이다. 그 얼마 후 스님이 돌연히 죽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현(耳峴) 동쪽에 장사를 지냈는데 그때 그 마을의 어떤 사람이 이현 서쪽에서 오고 있었다. 그는 도중에서 혜숙대사를 만났는데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았으므로 이제 다른 지방으로 유람가는 중이요” 하고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 반리쯤 오니 고개 동쪽에 장사지내는 사람들이 아직 흩어지지 않고 있는지라. 그 까닭을 자세히 말하고 무덤을 파헤쳐 보니 다만 한짝의 짚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