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은 첩첩하고 미소굴은 여여如如한데
줄기 없는 꽃봉오리, 시들지 않는 만다라화로 종정 스님의 법구를 장엄하고, 메아리 없는 가야산하伽倻山下, 그림자 없는 낙락장송에서 거두어 온 일편향一片香을 영전에 올리며 삼가 예배하옵니다.
하늘과 땅 밖에 뿌리하시고 삼천대천세계를 몸집 삼아 유유자적 오고감이 없으며, 생사 없음을 보이신 종정 스님의 모습 앞에 저희들은 할 말을 잊었습니다.
돌아가셨다 해도 옳지 못한 것이요, 설령 돌아가시지 않았다고 해도 옳지 못한 일이니, 이러한 때는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합니까?
스님께서는 크게 발심하여 해인사로 출가한 이래로 평생토록 눕지 않고 정진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와 하루에 한끼만 먹는 일종식一種食을 하면서 위법망구의 두타 고행정진을 열반하실 때까지 계속하시어 어떤 것이 중노릇인가를 몸소 보여 주신 수행의 빛은 종도들의 가슴 속에 영원할 것입니다.
또한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평생의 소신과 가르침은 지금 가야산의 찬바람 되어 움츠리며 나태한 저희들을 경책하는 법음으로 와 닿는 듯하니, 끝까지 종도들을 일깨우려는 그 큰 뜻에 삼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제 종정 스님의 영정 앞에 결제대중과 함께 금강경을 독송하니 스님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고 허전함을 느낍니다.
“부처님 법대로 살자”라는 봉암사 결사의 정신으로 평생 정진하신 대쪽 같은 기개를 이제 어디에서 뵈올 수 있겠습니까?종정 스님께서는 가는 해에 숨을 거두시고, 오는 해에 육신을 허공에 놓으시니 어제와 오늘이 따로 없고, 올해와 내년이 따로 없고, 전생도 없고 내생도 없는 마음을 주인 삼아 시時와 공空을 부리면서 살아라는 말없는 가르침을 보여 주셨습니다.
가시는 듯 다시금 이 땅에 오셔서 저희들을 이끌어 주소서.
첩첩가야산疊疊伽倻山하고
여여미소굴如如微笑窟인데
선사귀하처禪師歸何處오.
가야산은 첩첩하고
미소굴은 여여한데
스님께서는 어디로 가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