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보전은 안중에도 없는 건교부는'최소의 개발'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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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2년 01월 239호
다시 20세기로 돌아가려는가. 정부 예산 가운데 국방부 다음으로 많이 쓰는 건설교통부는 그런 것 같다. 건교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2001년 12월 7일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송추-퇴계원 구간의 노선 변경 불가와 공사 강행을 강조했다. 불교계와 환경·시민단체가 북한산 국립공원과 수락산 불암산에 터널을 뚫어 관통하는 것을 반대하며 제시한 의정부 외곽 우회노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그 고위 관리가 밝힌 우회노선 채택 불가의 이유가 가관이다. 현재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밖에 또다시 순환도로를 건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리의 말을 풀이하면, 우회노선을 받아들이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데, 그렇게는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조직의 논리는 확장 이데올로기의 다름 아니다. 매년 목표치가 상향되어야 한다. 올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거나 아래로 수치가 조정되면 망하는 줄 안다. 대표적으로 영리 목적을 가진 기업이 그러한데, 이익률이 올라야 한다. 경쟁력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경쟁력이란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막무가내가 아니다. 협력과 조화를 추구하지 않는 경쟁력은 제 살 깎아먹기로 끝나기 십상이다. 한 회사 또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해 상승 효과를 낳자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 공동체 구성원의 산술집합이 아니라 화학작용을 불러일으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세금을 거둬 일을 도모하는 정부조차 단세포적인 경쟁과 확장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도로 건설이다. 도로 건설은 즉각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수반되므로 정치인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건설업자와 로비스트, 정치인, 정부가 결탁하면 막을 도리가 없다. 오죽했으면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건설교통위원회를 노른자 상임위라고 했으며, 경쟁률이 가장 높겠는가.
20세기는 개발의 시대였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겪어 온 일이 그 전의 인류가 만든 역사보다 혼동스럽다. 특히 자연을 대상으로 한 개발이라는 이름의 파괴는 가공할 만한 것이었고, 그 결과 물질의 풍요를 이룩했으며, 동시에 ‘우리는 거짓 진보를 추구’했음을 깨닫고 있다. <지구를 구하자>의 편집책임자였던 조나단 리프트는 “생태학적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지 상관 않고 해마다 물질적 풍요를 추구한다면, 모든 천연의 자원과 생명유지 장치를 없애 버리는 사태가 일어난다”고 경고한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1970년대부터 30년 동안 우리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고속도로가 놓였고 수십 개의 다목적댐이 건설되었다. 공업화도 이뤘으며, 밥은 굶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80년대 초 온산 지역 주민 1만여 명이 이주했다. 인근의 중화학공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폐수 때문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불과 5년 전인 96년,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여천공단 주변 주민 1만 5000여 명도 삶터를 떠나야 했다. 전쟁 시기가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한국과학기술원의 조사 결과, 여천 지역의 수질, 토양, 해양, 공장 안정성, 소음 진동, 대기, 농작물들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규정한 것이다.(이항규, 《환경에 관한 오해와 거짓말》 63쪽, 모색, 1999) 서울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집단 이주는 아니지만, 이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부유한 이주자가 많다는 것이 온산, 여천과 다른 양태인데, 강남과 분당, 일산, 평촌의 고급 주거 단지가 그 예이다. 서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서울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대개의 이유는 공기가 좋지 않기 !
때문이라고 말한다.
21세기는 과거의 100년과는 달라야 한다. 그래야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달라지지 않고 있다. 북한산 관통도로 하나의 예를 들어 일반화하기에는 물론 무리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국민 모두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국토계획에 있어서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도로를 더 뚫지 말고 국립공원 구역을 벗어나라는 목소리에는 극구 귀를 막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제4차 국토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남북 7개축, 동서 9개축의 고속도로망이 건설된다. 여기에 도로공사,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도로 개설 및 확·포장 계획을 더하면, 우리 국토는 촘촘한 바둑판이 되고 만다. 건교부는 제4차 국토계획에서 발달된 공법을 사용해 친환경적인 도로를 만들겠다는 점을 빼먹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소한 국립공원만큼은 벗어나는 도로 노선을 채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국립공원을 “비교적 넓은 면적이어야 하며, 이 구역은 인간의 개발과 점용에 의해 물리적으로 변화되지 않은 수 개(1∼7개)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고, 이 지역의 동·식물과 지형학적 위치 및 서식지가 특별한 과학적, 교육적, 여가 선용적 가치를 지니고 수려한 자연풍경을 구비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IUCN은 이어 “국가의 최고 관계당국이 전지역에서 가능한 한, 개발이나 점용을 방지하거나 제거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하고, 지정 당시의 생태적, 지형학적 또는 미학적 특성 유지를 위한 조치를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자연공원법에서도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 경관 등을 보전’함을 목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국립공원의 중요성은 다음의 몇 가지 수치를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남한 지역의 산지는 국토의 66%이나 도시의 녹지율은 30%:산을 빼고 사람이 사는 곳에는 아예 나무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산림의 12%만이 수령 30년생 이상(녹지등급 9등급)의 나무: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산을 깎아낼 게 아니고 더욱 가꿔야 한다. △우리 나라 산림 면적의 연도별 현황(단위 ha)-61년 673만, 71년 661만, 81년 656만, 91년 646만, 2000년 642만: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도로 개설 때문에 없어지는 비율이 11.2%로 가장 높다.(산림청 홈페이지 ‘간추린 임업 통계’, 2001. 12 검색) 국립공원으로 묶어 개발을 억제했기 때문에 그나마 울창한 숲을 지킬 수 있었고, 산림의 전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이후로도 마찬가지이다.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국민의 여가 욕구가 늘어나면 이에 맞추어 산자수명한 산자락을 노리는 개발업자들이 더욱 분주해질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국립공원만은 지키자”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산을 허물어 길을 낸다면, 개발업자들의 재산권 행사를 무슨 명분으로 다독일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각종 선거가 닥쳐오?
?국립공원 구역 재조정(사실상 구역 해제),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공약이 나오는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건설교통부와 도로공사는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노선을 철회해야 한다. 국립공원의 보전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오로지 조직의 확장 이데올로기에 매몰된다면, 조직의 확대에는 기여할지 모르지만 ‘거짓 진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꼴만 보이는 것이다.
수요를 줄이는 쪽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떤 원칙이 있어야 하나. 그것은 “국토계획에서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것은 이를 위한 별도의 계획이 아니라, 전체 계획상의 개발 규모와 방법 등이 ‘필요의 최소화와 최소화된 수요에 대한 최소의 개발’이라는 원칙에 입각하고 있는가의 여부로 판단돼야 한다.”(민만기, ‘국가기간 교통망 계획과 지속 가능한 국토관리’ 83쪽, 《우리 국토의 나아갈 길》, 새국토연구협의회, 2000.12) 조상 대대로 살아 온 삶의 터전을 떠나는 이주민을 만든 근본 원인이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에 있었음을 새겨보면, ‘필요의 최소화와 최소화된 수요에 대한 최소의 개발’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지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