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사투리 때문에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우소 - 현진 2002년 01월 239호
지금은 노래로 포교를 하고 있는 어느 스님의 행자시절 이야기다.
출가를 하기 위해 충남 예산군에 있는 수덕사의 산내 암자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 암자에는 노스님 한 분과 공양주 보살이 살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사람이 귀한 절에 행자 한 명이 들어왔으니 노스님의 관심이 각별하였단다.
이 행자가 암자에 들어간 지 일주일쯤 되었을까. 오는 초하루에 지낼 제사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노스님과 공양주 보살이 장을 보러 마을로 내려가면서 새로 들어온 행자에게 일을 하나 맡겼다. 노스님이 아침나절에 행자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오늘, 저 공양간 옆의 장독대나 잘 부시게!”노스님이 내려간 뒤 이 행자는 시킨 일을 하면서도 계속 의심이 되었다. 왜 노스님이 이 멀쩡한 장독을 잘게 부시라고 했을까? 아무튼 노스님이 지시한 대로 반나절 동안 엎어 놓은 장독을 잘게 부수었다고 한다. 조용한 암자에 장독 깨지는 소리가 산골짜기에 메아리치는 것까지는 참 좋았다. 그런데 노스님이 장에서 돌아왔을 때 불호령이 떨어지고 난리가 났다.
“야, 이놈아! 장독을 잘 부시라고 했지, 박살내라고 했냐?”뒤에 안 일이지만, ‘깨끗하게 잘 부시라’는 말은 충청도 사투리로 ‘깨끗이 닦아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에서 자란 새로 온 행자는 그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부수어라’는 뜻으로 알아들었던 것이다. 더 우스운 것은 ‘잘 부시라’는 말이 떠올라 공을 들여 아주 잘게 부수었다는 사실이다.

시골에 사는 어느 노보살이 읍내 장에 들렀다가 인삼을 세 뿌리 사고, 돌아가는 길에 뒷산의 암자에 들렀다. 삼 한 뿌리를 부처님께 바치고 지극하게 불공을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두 뿌리는 몸이 약한 막내아들에게 주기 위해 허리춤에 단단히 숨겼다.
절에 도착했을 때 스님이 때맞추어 법당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노보살이 삼 한 뿌리를 꺼내 부처님 앞에 올리고 절을 하려고 할 때, 기도하던 스님이 이렇게 염불을 하더란다.
“ 옴 삼 놔라, 삼 놔라….”
노보살님이 깜짝 놀라 허리춤에 감추고 있던 삼 한 뿌리를 얼른 꺼내어 부처님 앞에 올리고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스님의 염불 소리가 더 크게 들리더란다.
“ 옴 삼 놔라, 삼 놔라….”
노보살은 할 수 없이 나머지 한 뿌리를 마저 꺼내 올리고 절을 하면서 생각하였다. ‘스님이 어떻게 삼 세 뿌리가 있는 줄 알고 〈삼 놔라〉고 했을까? 신통하게도 세 뿌리 다 놓고 나니 〈삼 놔라〉라는 염불을 안 하네! 정말 스님은 속일 수는 없는가보다.’그 때 스님이 한 염불은 ‘보회향진언, 옴 삼마라 삼마라…’였는데,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노보살의 귀에는 ‘옴 삼 놔라, 삼 놔라’로 들렸던 것이다. 하필이면 그 염불을 외울 때 삼蔘을 가지고 들어갔고 또 진언은 세 번을 반복해서 외우게 되어 있었으므로 삼蔘 세 뿌리를 얼떨결에 다 올리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