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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늠비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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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김대식 2002년 01월 239호
포석골 초입 유느리골의 삼체三體석불에 들른 나그네는 다시 순환도로 위에 섰습니다.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길은 구불거리며 저만치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유느리골을 지나 배실 옆을 돌아 팔각정 전망대로 이어집니다.
배실 못 미쳐 나그네는 순환도로를 버리고 오른편 언덕으로 오솔길 자국을 더듬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능선에 오르면 눈앞은 부엉골, 나그네는 길 아래 숨어 있는 서향의 바위벽을 찾아갔습니다.
거기 부처님 앞에서 나그네는 잠시 마음을 모았습니다.
석양 무렵이면 지는 해를 받아 은은히 금빛을 발하는 부처님입니다.
나그네가 다시 산길을 걸어 부흥사 절집 마당을 지났습니다.
눈앞에 자그만 바위 봉우리가 하나 솟아 있습니다.
나그네는 가파른 길을 올라 봉우리 위에 섰습니다.
늠비봉.
포석골이 발 아래로 깔리면서 눈이 시원해지는 곳입니다.
하늘로 오르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널려 있는 무너진 탑의 탑재들이 슬펐습니다.
그 슬픈 풍경 속에 퍼질고 앉아서 나그네는 폐허를 한탄했습니다.
탑은 부처님의 몸이라고들 합니다.
한때 부처님의 몸이었던 탑재들은 이제 그저 돌일 따름입니다.
귀한 탑으로 몸을 받았다가, 다시 흔하고 천한 돌로 돌아가 있습니다.
돌에도 목숨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여기 돌들은 전생前生에 탑이 아니었던가요?

얼마 전, け柳榴?탑을 복원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제의 슬픈 풍경에서 나그네는 이제 희망을 읽습니다.
돌들이 다시금 목숨을 받아 탑으로 세워진다면, 늠비봉은 정말 하늘로 오르기에 딱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