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선사상연구원의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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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최원섭
2002년 01월 239호
성철선사상연구원(원장 원택 스님)이 생긴 지도 어언 7년째다. 불교의 미래를 위해 젊은 불교학자들을 지원하려는 성철 큰스님의 의지로 백련불교문화재단이 만들어진 것이 큰스님 생전이던 1987년이었다. 큰스님께서는 당신의 학문이 깊으시니 앞으로 불교학 연구는 어떠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누구보다 먼저 가지고 계셨다. 한문 번역으로 된 2차 경전이 아닌, 범어 원전 연구를 통해서 부처님 뜻에 더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가지셨다. 그런 의도에서 출발한 백련불교문화재단은 큰스님의 열반 이후 본격적인 학술 활동을 위해 1996년 성철선사상연구원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과연 성철선사상연구원은 무엇을 연구하는 곳인가? 성철 스님의 사상을 연구하는 곳인가? 선사상 일반을 연구하는 곳인가? 나아가 선이라는 것이 학문의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일까?부처님의 자비로운 가르침이 이 땅에 전해져 겨레의 얼과 문화에 이바지해 온 지 일천육백 년이 지났지만, 세월이 지나고 성인이 가신지 오래됨에 따라 부처님의 마음을 전하는 선종의 정법은 엷어지고, 불교의 바른 뜻은 그릇된 이해와 어지러운 주장 속에 묻혀 버린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반면에 황폐해진 정신문화를 극복하려는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선禪과 불교사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서릿발 같은 수행과 엄정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가야산의 호랑이’, 장좌불와長坐不臥와 동구불출洞口不出의 수행으로 일반인들에게까지 잘 알려진 성철 큰스님은 평생 돈오돈수만이 선문의 정로正路임을 역설하셨다. 이에 따라 성철선사상연구원의 방향 역시 선종 전통 종지인 돈오돈수의 선풍을 드날리고 성철 스님의 가풍을 널리 알리며 선불교의 연구 및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물론 선이라는 것은 언어문자를 벗어난 격외格外의 도리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한, ‘달을 향한 손가락’으로서의 방편은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 선학의 필요성이 있고 연구 대상으로서의 선사상이 설 자리가 생긴다.
선사상을 연구하는 데에, 아니 선 연구뿐만 아니라 불교 전체를 연구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원전이 우리말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백련불교문화재단은 성철 큰스님이 선정하신 중요 선어록 30여 권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선림고경총서’라는 이름으로 장경각출판사를 통해 발간하였다. 연구원 역시 원전의 우리말 번역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설립된 해부터 가장 특색있는 사업으로 펼친 ‘윤독회 지원’은 바로 그런 배경에서 시작되었다. 선 관계 원전, 또는 불교 일반 원전을 다수의 인원이 윤독하는 여섯개 팀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사실 번역이라는 작업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선어록의 번역을 예로 들어 본다면, 어학, 역사학, 불교학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공동 작업을 거쳐야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한 번역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성철선사상연구원 지원 사업의 핵심은 바로 윤독회 지원이라 하겠다.
선학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는 젊은 학자들의 논문을 지원하는 일도 연구원의 중요한 사업이다. 해마다 5~6명의 논문을 선정하여 소정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2002년도에는 현재 지급액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의 연구는 연말에 《백련불교논집》 제12집에 수록된다. 또 젊은 학자들의 의미 있는 박사 학위 논문이나 큰 규모의 연구 성과를 ‘아난다 총서’로 발간하고 있는데 현재 4권이 출간되었다.
2002년은 성철 큰스님의 탄신 9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성철 스님의 사상의 핵심은 《백일법문》에 응축되어 있다. 큰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중도라고 설파하고 그것을 선과 교를 꿰는 중추로 파악하였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돈오돈수를 강조하신 것이다. 연구원에서는 큰스님 탄신 90주년을 맞이하여 백일법문의 중도 사상을 현대적으로 조명하는 학술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도 사상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또한 백일법문의 사회적 영향과 의미는 어떠한지를 탐구할 예정이다.
큰스님은 법문을 위한 자료로서 많은 경론을 필사한 노트를 유물로 남기셨다. 성전암에서의 10년 동구불출의 결과물인 이 노트를 문집으로 간행하는 것도 2002년에 연구원이 진행해야 할 중요한 사업이다. 노트와 아울러 많은 전적 갈피마다 끼워 두신 메모지들을 정리하여 전체적인 문집이 완성되면 성철 스님의 사상을 집중적이고 공개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특히 2002년 봄에는 한국 불교학의 유례가 없는 ‘한국불교학 결집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연구원도 이에 맞추어 성철 스님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발표자들을 모아 하나의 분과로 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최근세 인물인 성철 큰스님의 사상을 연구한다는 일에 학자들이 부담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철 스님을 연구하는 일은 일방적으로 성철스님의 위대함을 찬양하자는 것이 아니라, 1912년부터 1993년이라는 큰스님의 생애가 상징하는 우리 한국 사회, 좁게는 우리 한국 불교계의 사상적 동향을 연구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제 인터넷을 떼어 놓고는 모든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연구원의 모체인 백련불교문화재단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이미 1999년부터 ‘성철넷’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원 역시 2002년도에는 좀더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월례발표회를 인터넷으로 진행하여 모든 발표와 토론을 사이버 상에서 이루어지게 하며, 대정신수대장경 자료실에 이어 선학사전과 선학 관계 자료실을 늘릴 예정이다. 특히 연구원의 연구 인력 핵심인 연학위원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 6년 동안 성철선사상연구원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불교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 왔다. 최근 《성철 스님 시봉 이야기》를 출간한 연구원장 원택 스님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큰스님의 추모사업을 진행하고, 평생 주장하셨던 선종의 돈오돈수사상을 천양闡揚하는 학자들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일에 백련불교문화재단이 그 밑거름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인데 아직 거기까지는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재단이 설립되어 있었기에 힘이 들어도 큰스님 사업을 추진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재단의 힘으로 백련암 장대에 돈주머니를 걸어 놓고 큰스님께서 바라셨던 대로 원전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싶다.”바로 이것이 성철선사상연구원(www.songchul.net)의 과제이자 목표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