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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복 많이 지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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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향적 2002년 01월 239호
우리는 대망의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소원성취 하세요.” 예부터 이와 같은 덕담들을 나누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가에서는 새해 덕담으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말을 많이 주고받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평범한 것 같은 말이면서도 깊은 뜻이 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려면 복을 많이 받아야 될 것입니다. 복을 많이 받으려면 지어 놓은 복이 많아야 합니다. 그러나 세속의 일반인들은 복이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복 많이 받으라’는 말보다는 ‘복을 많이 지으라’고 합니다. 입산 출가하면 누구나 행자과정을 거칩니다. 그 때 바로 불교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부처님의 진리를 배울 수 있는 복을 먼저 짓도록 합니다. 그리하여 절에서 제일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부엌에 가서 대중 스님들께서 드실 음식 만드는 일부터 익히게 됩니다. 여기에는 이런 깊은 뜻이 있는 것입니다.
세속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복 짓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많은 재산과 힘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언제나 주위의 사람들에게 밝은 미소와 함께 부드러운 말 한마디로 그리고 나보다 상대방을 위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 자세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복을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내가 받기보다는 베풀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인간과 사회의 문제 그리고 국가간의 문제도 다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인간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모릅니다.
극락과 지옥의 차이는 나오는 음식 종류와 양이 똑같은데 극락세계의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음식을 먹여 주기 때문에 배고픔이 없는데 반하여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자기만 많이 먹으려고 아우성을 치기 때문에 항상 음식이 부족하여 배가 고프다고 합니다.
이제 임오년 새해를 맞아 날마다 좋은 날이 되고 좋은 한 해가 되기 위해서는 나보다는 상대를 그리고 이웃을 위해 배려하는 복을 지을 때만이 가능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활에 과욕을 부리지 말고 각자의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기의 짐이 무거우면 스스로 힘들고 피로하여 상대를 배려할 삶의 여유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날마다 좋은 날이 되고 좋은 한 해가 되려면 현실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임제 스님은 “즉시현금갱무시절則是現今更無時節 우리의 문제를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바로 이 자리에서 해결하라” 했습니다. 임제 스님 말씀처럼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시간에만 집착한다면 우리의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새해를 맞아 생각해야 될 화두는 인간은 홀로 살 수 없고 남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불어 살 수 있는 복을 많이 지어야 날마다 좋은 날이고 해마다 좋은 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