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부처님을 모실 면목이 없읍니다.” 불자라면 누구나가 분개해마지 않던, 불교 탄압의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몸서리치게 한 광주 원각사 경찰난입 사건의 당사자인 원각사 주지스님의 말씀이다. 그로 말미암아 전국 방방곡곡의 사찰과 불교 단체에서 항의 성명과 함께 단식 농성, 규탄 대회가 잇달아 열렸고, 5월 27일 광주 금남로에서의 규탄 대회와 5월 31일 서울 개운사에서 열렸던 원각사 경찰난입 및 불교탄압 규탄 범불교도 대회에서는 현 정권의 불교탄압을 성토하는 불자들의 함성이 그 절정을 달했다.
더불어 그토록 보수적이고 정부와 친밀하다고 비난받던 조계종 총무원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안식한 듯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뒤이어 앞에서 말한 양 대회에 현 총무·원장스님과 이 향봉 총무부장스님이 각각 참석하는 등 나름대로의 성의를 보였다. 그리고 일천만 불교도들의 규탄의 함성이 드높아지자, 마침내는 고고하시던 정부 각료 및 치안 책임자의 공식 사과가 있었고 현장 지휘 책임자의 직위해제 조치가 뒤따랐다.
불교탄압, 편파적 종교정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교재산 관리법을 비롯하여 불교 제악법,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 문제, 10.27법난 등 그 대표적인 사례만 들어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중 지난 80년의 10.27법난은 신성한 경내에 착검한 계엄군이 난입하여 많은 스님들을 연행, 고문함으로써 불교계에 치욕을 입힌 사건이었으며, 이번 원각사 경찰난입 사건도 불교계 일부에서는 제 2의 10.27법난이라 규정지으며 항의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불자들은 사건에 대한 분개와 항의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교 탄압의 근본 원인을 냉철히 되새겨보고 그 대책 마련에 부심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력에 의한 종교 탄압은 대부분 종교의 본질이나 형태가 권력의 이해와 상반될 때 일어나거나, 또는 정권의 권력기반 유지를 위해 실질적으로 세력이 약한 종교에 대해 정권으로부터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공작 정치의 일환으로도 행해진다.
해방 이후 사회적 모순과 더불어 계속되어 온 한국의 불교탄압은, 그 첫째가는 원인이 바로 불교가 이 민족의 종교라는데에 있다. 1600년을 이어 온 한국 불교의 역사를 통해 불교는 이미 한민족의 정서와 일체를 이루었으며, 바로 그 점 때문에 해방 이후 한국을 자신들의 이해 기반으로 삼으려는 외세와 그에 유착된 역대 정권에 의해 서구 종교들에 비해 매우 심한 탄압과 견제, 분열 정책의 입김을 받아 온 것이다. 민족종교로서의 불교의 이러한 특질은, 또한, 전 불교도가 한민족의
자주성 확립과 민족 통일을 위한 선구적 자세를 견지할 때, 오히려 민족중흥의 산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우월성과 역사적 가능성으로 승화될 수 있다.
또하나의 불교탄압의 원인은 바로 한국 불교가 안고 있는 제반 부정적인 현실과 불자들의 비주체적, 반역사적 자세에 있다. 조선조의 억불숭슈정책으로 형성된 산중불교와, 일제 이후 식민 세력이나 정치권력에 유착해 온 불교 지도층과, 또 그 영향을 받아 단순기복적이고 이기적이며 관념적인 신앙에 빠져 사회적 역할을 외면한 채 불교를 끝없는 안일의 수렁 속으로 몰아넣었던 사부대중이 바로 불교탄압의 공동정범이 아니겠는가. 승가를 포함한 사부대중 모두가 이 점 뼈저리게 참회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현실의 반성과 이땅의 핍박받는 모든 이들의 고통을 함께 하려는 대승적 보살도의 대서원이 없이는 한국 불교의 중흥은 불가능하며, 또한 앞으로도 계속 정치권력의 희생양이 되는 수모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번의 원각사 경찰난입 사건은 10.27법난에 이어 모든 사부대중에게 통한의 교훈을 심어주었다. 이것이 땅에 실추된 정법을 일으켜 수호할 마지막 기회임을 자각하고 참회와 서원으로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한편, 현 종단 지도층은 현실과 권력에 영합하려는 나약함과 무능을 버리고, 종교의 숭고합은 세속으로부터 그저 초연한 데에 있지 않고 잘못된 사회 현실을 적극적으로 계도하고 고통받는 중생들이 사회적 억압의 굴레를 스스로 떨치고 얼어날 수 있도록 파사현정의 정법을 체현해 줄 때에 바로소 구현된다는 사실을 각성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이 안타깝고 분노에 찬 젊은 불자의 촌고를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