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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가 온 생명의 터전인데 도로는 이어지고 산천은 갈갈이 찢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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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1년 12월 238호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우리 국토는 난개발로 피폐해지고 있다. 우리 나라의 산업화, 도시화, 국민소득 1만 달러는 난개발의 뒷면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이정전 교수는 난개발을 “제3자에 대한 피해를 무시하거나 사회기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토지를 개발함으로 인해서 얻는 사회적 이익보다는 사회적 손실을 더 많이 초래하는 토지개발”이라고 정의하고, 지난해 실시한 ‘토지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72.3%가 앞으로 난개발과 환경훼손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밝혔다.(이정전, ‘우리 나라 국토관리의 문제와 21세기의 과제’, “우리 국토의 나아갈 길” P.1. 국토연구원, 2000)민간 개발업자에 의한 난개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예산 중 국방부 다음으로 많이 쓰는 건설교통부는 어떤가. 건설교통부 예산 중 상당액이 도로를 뚫는 데 쓰인다. 건설교통부의 계획대로 된다면, 20년 후 우리 국토는 바둑판 모양을 하게 된다. 건설교통부의 제4차 국토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남북 7개축, 동서 9개축의 고속도로가 새로 뚫린다. 지방자치단체가 개설하는 도로까지 합치면, 한반도의 남쪽은 종으로 횡으!
로 도로로 촘촘히 이어지는 반면 산천은 바둑판처럼 조각나게 된다. 동식물의 생태계 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개발의 결과가 바로 ‘바둑판 국토’로 나타난다. 환경훼손에 의한 손실이 도로를 개설해서 얻는 이득보다 적어질 수 있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한 도로가 난개발의 상징으로 불릴 수도 있다.
70년대 이후 우리 사회를 휩쓴 개발논리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백두대간에 뚫린 도로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백두대간 남쪽 지역인 지리산 ~ 설악산 북쪽에 이르는 640km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72개나 된다.(서재철, ‘백두대간과 생태적 국토정책’, 앞의 책 P.500.)우리 국토의 등줄기이며, 동식물종의 80% 가량을 간직하고 있는 백두대간은 남북 길이 90km, 동서 너비 3~10km씩으로 단절된 모양을 하고 있다. 백두대간을 이렇게 잘라 놓고, 생태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지 않으니 개발해도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생태적으로 황무지를 만들어 놓은 것을 우리의 후손들은 ‘개발’이라고 지금의 우리 세대를 칭송할 것인가. 아니면 난개발의 시대라고 규정할까.
1997년 인류가 주목해야 할 논문 한편이 발표되었다. 13명의 생태학자, 경제학자, 지리학자들이 팀을 이루어 생태계가 제공하는 광범위한 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여 제시한 학제간 연구논문이 그것이었다. 이 연구는 유전자원, 홍수 조절, 수분受粉 및 수분授粉 작용, 수자원 공급, 토양침식 억제 등을 아우르는 폭넓은 서비스를 포괄하고 있다. 저자들은 놀랍게도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해마다 무려 33조 달러에 이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는 전 세계의 연간 총 생산량에 해당하는 액수다.(“세계화는 어떻게 지구환경을 파괴하는가”, P.24, 도요새, 2001)자연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준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자연에 의지해 살아간다. 한 순간도 자연으로부터 벗어나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이 같은 사실을 한 편의 비디오테잎이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나무를 심은 사람’. 20세기 초에서 중반, 프로방스 지방의 한 야산. ‘나무를 심은 사람’의 작가인 젊은 장 지오노가 여행 중 프로방스 지방을 들른다. 3일을 걸어도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곳, 나무 한 그루 없는 곳이다. 예전에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흔적인 ?
?무너진 담장이 더욱 을씨년스럽다. 우물이 있었던 흔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단 한 사람 양치기 노인이 살고 있다. 호기심 많은 장 지오노는 황무지에서 며칠을 묵으며 양치기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는 양을 치러 나가기 전 작은 주머니에 도토리 알을 챙긴다. 그리고 기다란 쇠지팡이를 이용해 먼지가 풀풀 날리는 땅을 파고 도토리 한 알씩을 심는다.
10년 후 장 지오노가 다시 그 고장을 방문했다. 어느덧 양치기는 노인이 되어 있었고, 여전히 씨앗을 심고 있다. 예전에 심었던 씨앗은 어린 나무가 되어 황무지에 조금씩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또다시 10년 후, 장 지오노는 놀라움의 현장을 목격한다. 나무는 사람 키를 넘어 자라 있었으며, 계곡엔 물이 흐르고 있었다. 새소리가 들리고 산짐승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황무지는 한 노인의 수십년의 씨앗심기 덕분으로 물이 흐르고 산새가 지저귀는 큰 산으로 변한 것이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모래바람 거센 사하라 사막이 어느 날 아마존의 열대우림으로 바뀌었다면, 그것은 기적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방스의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작은, 그러나 오랜 염원의 결과였다.
나무는 물을 품었으며, 나무 그늘과 물가로 짐승들이 깃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람들도 나무에 기대어 삶을 일구어가고 있다. 나무 한 그루가 사람은 물론 동물과 식물의 삶터를 만들어 준다는 너무도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프로방스와는 반대의 사례가 있다. 중국 대륙으로부터 불어오는 황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매년 봄, 한반도는 유독한 물질이 들어 있는 누런 공기를 마실 수밖에 없다. 황사는 일본을 건너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고비사막의 모래바람이 편서풍을 타고, 중국의 공업지대의 오염물질을 실어 나르는 것이다. 황사는 사람에게 직접 해를 끼쳐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 또 숲을 망가뜨린다. 황사에 포함되어 있는 오염물질이 비에 섞여 산성비를 뿌린다. 산성비는 토양을 산성화해 미생물의 서식을 어렵게 한다. 결국 숲의 사막화의 원인이 된다.
숲은 사람들과 생물들이 깃들어 사는 터전이다. 중국의 황사는 중국, 한국 일본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남미와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은 벌목으로 사라지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던 산림의 거의 절반이 사라졌으며, 코스타리카 세 배 정도의 면적에 해당하는 1400만 헥타르의 적도지역의 산림이 해마다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세계화 P. 25) 여기에다 화석연료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의 증가 또한 숲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정부당국과 민간단체들이 황사 방지를 위한 협의를 하고 있지만, 개발에 매달리는 중국의 입장이 소극적이어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공해의 심각성을 예전에 비해 크게 경험하면서도 대처는 없는 꼴이다. 한·중·일 불교문화교류협의회에서도 3년 전부터 중국에 나무심기를 논의하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논의하고 있을 뿐이다. 프로방스의 양치기노인처럼 지금 씨앗을 뿌리지 않는다면, 20년, 3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이 황사를 뒤집어써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개발보다는 보전을, 개발이 불가피하다면 생태계의 보전이 어느 가치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운데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그래도 이런 주장은 포크레인의 굉음에 묻히고 있다. 지금, 나무 한 그루가 온 생명의 터전임을 깨닫는다 해도 늦었는데도 그렇다. 경인운하 건설현장 한 귀퉁이 철탑에서 밤을 새우며, 경인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생명의 소리로 듣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생명의 소리는 북한산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에서도 들린다. 전국 곳곳에서 댐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도 생명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