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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사는 아이의 아빠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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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담는 오솔길 - 진명 2001년 12월 238호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유난히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많이 안고 산다.
아빠가 몇 밤만 자면 데리러 오겠다며 약속을 하고 갔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한 달이 넘도록 자기 소지품을 담아 등에 메고 왔던 작은 가방을 내려 놓지 못했던 것도 아빠가 오면 따라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 때문에 주지 스님은 아빠라는 호칭을 갖게 되었다.
아빠를 기다리던 아이가 주지 스님만 보면 아빠라고 부르는 통에 스님은 아이가
‘그러다 말겠지’ 하며
며칠을 지냈지만 아이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다 못한 주지 스님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앉아서 훈련을 시키기 시작을 했다.
“자, 얘야 스님하고 불러봐라” 하면
아이는 “네, 스님~~~” 하고
대답을 거듭하더니 갑자기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방울 같은 눈물을 흘리며 섧게 우는 아이 때문에 주지 스님이 시도한 일은 허사로 돌아가고 스님은 아이를 달래느라 안절부절못하였다.
네 살에 와서 몇 개월을 함께 살고 겨우 다섯 살밖에 안 된 아이는 스님의 설명을 이해할 리 만무하고 아이는 ‘왜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되냐’는 질문만 스님께 다그칠 뿐이었다.
그 아이에게 스님이라는 존재는 그냥 가족일 뿐이다.
그렇게 아이와 스님은 호칭 문제로 실랑이를 거듭하는 사이 문제는 전화에서 시작되었다.
스님들이 도량에 있을 때나 법당에서 기도를 하는 시간에 전화가 걸려오면 자연 아이들이 전화를 받게 되는데 불자님들이 주지 스님을 바꿔달라 하면 아이가 전화를 받아
“우리 아빠요”하며 소리치며
“아빠 전화 왔어요” 하는
통에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생각한 불자들이 전화를 끊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스님은 생각 끝에 어느 초하룻날 기도를 마치고 공식적으로 불자님들에게 아이의 입장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하여 그 아이만 부를 수 있는 공식 호칭을 또 하나 갖게 되었다.
그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있었던 일이다.
하루는 친구들을 데리고 왔다.
“얘들아! 이리 들어와.
여기가 우리 집이야, 그리고 우리 아빠야”라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의 아빠와는 달리 머리카락도 없고 늘 옷은 회색만 입고, 법당에서 기도만 하는 자기 아빠를 친구들에게 구경시켜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데리고 왔던 것이다.
따라온 친구들이 입을 가리고 킥킥거리면서 신기한 듯 야단들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절에서 스님들만 보면서 자란 아이에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와 스님이 뭐하는 사람인지 절이 어떤 곳인지 아직 개념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경온 아이들을 주지 스님은 극진히 대접해서 보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