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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감실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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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김대식 2001년 12월 238호
여름날 어스름녘을 가로질러 남산자락 부처골에 도착한 나그네가 있었습니다.
소나무 사잇길로 골짜기에 접어들어선 나그네는 두리번거리며 오솔길을 걸어갔습니다.
귓전으로 산새들의 재잘거림이 흘렀고, 머리 위에서 백양나무 잎새들이 살랑거리기도 했습니다.
신우대가 무성한 옆으로 나아가던 길이 막히는 듯하더니 귀면와鬼面瓦 모양의 표지판이 앞을 막았습니다.
‘30m → 불곡 석불좌상’
나그네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파른 길을 올랐습니다.
눈 앞에 바위가 하나 보였습니다.
그 바위 가운데 움푹 파인 감실에 부처님이 한 분 앉아 있었습니다.
저물녘의 희미한 빛이 부처님의 얼굴을 간신히 드러내 주고 있었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그 표정. 나그네는 홀린 듯 부처님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윽고 부처님의 표정이 나그네 마음 속으로 들어와 앉았습니다.
나그네의 마음이 평온해지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잊은 채 나그네는 마냥 서 있었습니다.
어두워가는 여름 저녁 어스름 풍경 속에서 나그네 또한 하나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되고 또 겨울이 되었습니다.
한낮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부처골 오솔길을 다시 나그네가 걸어 오릅니다.
나그네가 감실 앞에 섰을 때 부처님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감실 안으로 비쳐든 햇빛으로 부처님 얼굴이 환해져 있었고 그 얼굴에 은은한 웃음이 감돌았습니다.
그 웃음.
부드럽고 따뜻한 어떤 것이 나그네 가슴 속에 그득하게 차올랐습니다.
나그네는 다시 하나의 풍경이 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