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님 안녕하십니까?
군 행정 공무수행에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군수님께서는 군민의 생활 향상과 지역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여념 없으실 줄 알고 있습니다. 글을 올리는 저는 창녕군 관내에서 수행하고 있는 승려입니다.
제가 수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생각하고 있던 소견을 두서없이 적어 올리오니 넓으신 해량 있으시길 바랍니다.
올릴 말씀은 창녕읍 술정리에 있는 동탑(국보 34호) 서탑(보물 520호)에 관한 것입니다. 이 탑은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불사리탑으로 불국사의 석가탑에 버금가는 탑입니다.
긴 역사 이야기는 접어두고, 지금 창녕의 심장부에 탑만 남아 화왕산 주령 기운으로 우리 군을 수호하면서 우리 군민의 평안을 수호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우리 고장 문화유적의 소중함을 잊은 채 방치하여 아무렇게 대하고 있습니다. 3층 석탑 기단에 가죽시래기 삶은 것 말린다고 늘어놓고, 또 탑 기단에 앉아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화투를 칩니다. 아이들은 위험도 모르는 채 탑에 올라가 놀면서 뛰어내리고, 문화재 설명 간판마저 철없는 어린애들로 인하여 훼손되고 있습니다. 밤낮없이 인근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어른들은 게이트볼을 치고 젊은이는 배드민턴 운동하고 아이들은 공차기, 술래잡기를 합니다. 간식 먹고 지저분하게 여기저기 버리며, 또 보기에 민망할 정도의 이상한 속옷차림으로 다닙니다. 평일에도 아무렇게 주차하는 무질서가, 장날에는 가당찮게도 무법천지 그 자체입니다.
본체(동탑) 훼손을 막기 위한 보호가 우선 급하다고 생각됩니다. 보호시설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양산 통도사 불사리탑 주변시설물을 참고하시길 건의드립니다. 현재는 밤이 되면 탑 주변이 어둡습니다. 탑 주변을 밝고 환하게 하여 탑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볼 수 있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화재에 관심 있는 사학자, 교수인솔하의 학생들, 소그룹, 혹은 개인이 종종 찾아와 관찰하는 일이 있습니다. 어떤 땐 잔디도 깎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해 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땐 그들이 어지럽히는 모습을 보게 될 때 그런 마음이 일어날 수 없도록 미리 가꾸고 청정하게 해 놓지 못한 우리들의 부끄러움이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마음에 사무칩니다. 문화유적은 우리 창녕의 얼과 정신이 담겨 있는 창녕의 얼굴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화재 관리 차원에서 소홀함을 시정하여 현 실태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늦었지만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군 행정력에 여력이 없다면 저에게 도움을 부탁하십시오. 행정절차를 거쳐 출가 스님에게 위탁관리를 맡긴다면 출퇴근을 해서라도 탑을 지키고 싶습니다.
부처님 제자로서 살아온 두터운 길이기에 마음 맑게 뜻 곱게 이 땅을 빛내고자 합니다. 작은 힘이나마 이 승려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지역을 위해서 그리고 저의 생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살아 있는 동안 힘 닿는대로 애쓰고자 합니다.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 있는 그대로 보존 계승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내 고장 군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좀더 우리 고장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창녕 땅에서
천년 후 다시 법등을 밝히니
대전법大傳法의 혜일慧日은
밝고 높구나.
화왕산 아래 동탑 서탑에서
광명이 치솟으니
불일佛日은 영겁永劫토록
길이 빛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