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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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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시인 창작시 - 돈연 1987년 06월 64호
바람은 마음의 귀를 열고
바람은 마음의 눈에 오고
바람은 마음의 냄새로 감돌고
바람은 마음의 맛으로 감치고
바람은 마음의 피부로 섞이고
바람은 스스로의 뜻을 세운다

혼자 재잘거려
이미 가버 렸고
지금 오고 있으며
아마 또 떠나갈 것이다

시인이여
아무 것도 표현되지 못하는 싯귀를 아는가
빛깔도 없고
맛도 없는
터진 석류알처럼 힘으로 가득한

그러나 때로는
혼돈키 필리핀의 선거와 같은
광풍노도의 휘말림을 달리며
강약을 다스려온
바람의 절제는 아름답다

보았다고 외치는 나무들의 기록
거기에는
뿌리로 내려간 바람의 자손들이
로마교회사와 같은
권위를 만들고 있다

그리하여
흔들림 없는 공동체의 운명으로
땀을 거두어
이름 붙일 수 없는 공화국을 만든다

거기
유신헌법도 없는
국가원수모독죄도 없는
허리를 휘감고 지나가는 신음의 휴전선도 없는

오-오
더구나 분신자살 같은 것은 더더구나 없는
고문치사 같은 것은 더더구나 없는
남의 나라 군대 같은 것은 더더구나 없는
호시탐탐 권력을 넘보는 군대는 더더구나 없는
질질 끌려다니는 야당은 더더구나 없는
아-아
나와 같은
병약한 시인 같은 것은 더더구나 없는
깨끗한 땅

웬일인지
미래를 향한 기대는 엄청나서
환한 빛을 발하고 있는
우리들의 땅을 향해
세찬 소용돌이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