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석용산 사건을 바라보는 불교계의 입장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7년 12월 190호
지난 11월 14일 석용산의 행각이 MBC-TV ‘PD 수첩’을 통해 보도된 것을 놓고 교계의 시각이 두 가지로 갈리고 있다.
하니는 가짜 승려인 석용산 일개인의 사건을 공공성이 있는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방영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불교의 위상을 실추시킨 훼불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보도에 대해 불교계가 또다시 훼불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먼저 상반된 두가지 견해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번 사건을 대하는 불교계의 대표종단 조계종 총무원의 입장이 전에 없이 강경하다. MBC가 이 사건을 취재할 때부터 방영 불가를 요구했던 조계종 총무원은 막상 이 방송이 나가자,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11월 7일자로 MBC에 보낸 공문을 통해 “공덕원 측의 효선과 지광 등은 가짜 승려임을 분명히 확인해 주었음에도 ‘스님’ 의 단어를 자막으로 방영하고, 방송에서 본 종단의 입장표명 등은 지극히 축소되었으며,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편집기획상 종단과 교계의 위상을 의도적으로 실추시키기 위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석용산 개인적인 비위와 의로 차원을 넘어 고의적인 훼불해종毁佛害宗 행위가 되는 것이며, 지난 93년 ‘불국사 통일대종 관련건’ , 95년 ‘소쩍새 마을 관련 건’ 에 이어 불교계에 대해 특정담당자들이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기획의도 아래 진행된다는 교계 주변의 의로를 확인케 한 것 이라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조계종 총무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MBC가 불교도 및 국민이 입은 정신적 피해와 불교 및 종단의 위상실추 사실에 대한 사과 방송과 관련자의 엄중문책, 추후 불교 관련 방송에 대해 신중을 기한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교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물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조계종 제129회 중앙종회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MBC의 ‘PD수첩’ 과 이전에 방영된 KBS 제2TV의 서울대 출신 집단 출가 보도도 출가의 의의를 왜곡, 비하하고 출가자를 마치 범법자를 다루듯이 대하는 등 불교를 정상적이지 못한 집단으로 비춘 훼불성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총무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의원스님들의 발언이 잇따랐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에 만만치 않게 자성의 소리도 적지 않다. 자성의 소리는 여러가지 여건상 불교계의 기관명의나 단체의 이름보다는 개별적으로 불교계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오거나 PC통신 여론방을 통해 확산되는 중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텔레비전을 보고 난 지금은…, 글쎄 내가 너무 편파적인 매스컴에 흔들리는 판단력 부족 때문일까. 오늘 내용은 그리 편파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객관적으로 잘 다루어진 것 같다. 오늘 방송을 계기로, 종교를 미끼로 하여 옳지 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싹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철스님과 같은 분도 있다.” “요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스포츠까지 짜증나게 하는데 이젠 종교까지? 나도 불교신자지만 너(석용잔) 같은 놈을 내가 살생을 하고 내가 불교를 관두마…” “나는 석용산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그대는 온몸에 기름을 붓고 성불하라” 등등.
PC 통신에 오른 대다수 불자들과 일반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 그리고 PD 수첩 취재팀에 대한 격려는 일부 PD 수첩이 선정적, 주관적이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불교 종단의 반응과는 매우 큰 거리가 있다. 이것은 많은 불자들의 정서와 종단 지도부의 생각이 서로 괴리乖離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PC 통신에 오른 토론의 내용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이 주장하는 내용 가운데 불교와 종단의 위상이 실추됐다는 시각에는 일부 상통하는 면이 있으나, 그것이 심하게 교권을 침해했으므로 이를 지키기 위해 제도적 물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이런 문제를 음해하려는 시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두가지 상반된 견해를 살펴볼 때 어느 견해가 일방적으로 옳다는 판단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만일 PD 수첩이 보도한 석용산 사건을 이유로 불자들이 MBC 사옥으로 몰려가 거친 항의를 하고 물리적 충돌을 빚는다면, 불교의 위상은 더 실추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더구나 이런 일을 조계종 총무원이 주도한다면 조계종의 위상까지 깎이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비록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MBC PD 수첩팀은 석용산 사건의 후속편이나 기타 불교 관련 취재를 마쳐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저런 정황을 살펴볼때 여기서 불교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불교계가 인정을 하든 않든 많은 국민이 이미 ‘불교의 일부’에서 비불교적 행태가 엄존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꾸어 말하면 불교가 어떠한 흠집도 없는 청정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는 말이다. 이런 상태에서 석용산 사건을 불교에 대한 훼불이라며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일반의 정서에 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훼불이라는 지적보다 설득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다단한 우리 사회에 불교계가 한 가지의 혼란을 보태는 행위에 다름아닌 것이다.
또 하나, 예전과는 달리 이번 PD 수첩의 석용산 사건보도를 훼불행위로 보는 데 동의하지 않는 불자가 늘어났다는 점도 불교계가 이 일을 훼불로 간주해 사태의 해결을 외부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주요한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석용산이 해 온 여러가지 행동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한 불교일 수 없으므로 석용산의 행위자체가 훼불이 될 수 없다는 시각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석용산이 불교라고 지칭하며 해온 지금까지의 행동 거지는 ‘석용산이 종교사업이라는 말을 했다’ 는 한 출연자의 증언에서도 확인되듯이 결코 불교가 아니므로 석용산 사건의 보도가 훼불일 수 없다는 주장은 얼핏 보기에 말장난 같지만 매우 의미심장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최근 불교계에서 일고 있는 불교 교양대학 붐이나 ‘불교를 알고 믿자’ 는 신행형태의 변화로 차츰 사이비 불교를 가려내는 불자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조계종이 스스로 문제가 았다고 중징계까지 한 석용산 관련사건으로 물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매우 일리가 있어 보인다. 꼭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더라도 일반 국민이 종교계 특히 불교계의 스님들에게 원하는 것은 청정한 수행자상이다. 일반인들에겐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청정한 삶을 사는 분들이 스님이기에 존경과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따라서 언론이 청정한 계행을 지키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며, 일반 중생에게 그 가르침을 전해 주는 스님들을 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왜곡하는 보도를 했다면 그 언론은 교단으로부터는 물론 일반인으로부터도 질타와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또 비난받아 마땅하다. 여기에는 어떠한 이론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석용산 사건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 석용산 사건을 계기로 불교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언론의 불교관계 보도에 대한 일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할것 같다. 조계종 총무원도 지적했듯이 일부 언론의 불교관계 보도가 왜곡 및 비방을 목적으로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의도 아래 진행된다면, 불교계 전체가 호법차원에서 대처해야 할것이다. 여기에는 조계종 총무원이 밝혔듯이 제도적 물리적 대응 방안도 뒤따를 필요가 있을것이다. 그러나 모든 불교 관련 보도를 그 내용에 불교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훼불로 몰아부치는 식의 즉자적 대응은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먼저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인물이나 단체가 해온 행동이 부처님의 정법에 부합됐는지를 따져보고 만일 비불교적인 부분이 있다면 반성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겸허한 자세를 갖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불교계가 서울대생 출신의 집단 출가를 마치 가출행동인 것처럼 보도한 조선일보나 KBS의 보도에는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잠잠하다가 MBC의 석용산 사건 보도가 나오자 발끈하는 것은 국민에게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불교계가 이번의 석용산 사건을 차츰 고질병으로 고착돼 가는 ‘피해의식’ 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를 점검하고 좀더 엄격한 승풍관리와 정법에 의거한 신도교육에 힘을 모으는 각성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