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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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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의 해인삼매 - 원성 2001년 10월 236호
낙엽이 소복이 쌓인 산길을 걷다보면
바스락거리는 잎파리들의 비명소리는 흠칫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름내 상쾌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맑은 공기를 선사해 주었던 나무의 푸르른 옷들이 가을녘이면 어김없이 예쁜 물을 들여 곱게 단장하고,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경이로운 자연의 세계로 인도해 주었던 고마워해야 할 은혜의 존재들이 나의 발 밑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작은 산새들이 주워모아 겨우내 따스한 안식처가 되기도 하고 산골 초막의 군불 쏘시개가 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이렇게 적막한 대지를 덮고 결국 흙이 되어 나무들에게 비옥한 거름이 되겠지…헤아릴 수 없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땅 위에 던져 놓은 마지막 선물인 셈이다.
낙엽을 거두어 한 움큼 양손에 흙을 담아 깊게 흙내음을 들이쉬면…흙의 내음에는 수천년 전 아니 수만년 전 어느 나무의 잎사귀의 향기가 배어나오는 듯하다.
저어기 먼발치의 큰 돌덩어리도… 저 멀리 아득히 높은 가야산 봉우리 역시 나무들이 만들어 놓았을까?이른 아침 무심코 모질게 쓸어내었던 낙엽들에게 왠지 미안스럽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는 무명화가에 의해 그려진 잎사귀이지만, 한 소녀에게 생명의 마지막 희망을 안겨 주었던, 생명의 원천이 되어 준 잎사귀의 또다른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한다.
찬바람이 불 때면 헐벗어지는 나무들의 모습은 애처롭지만, 잎을 떨구어 주는 자상함으로 눈발에 꽁꽁 얼어붙어야 할 대지를 덮어 주는 소리없는 사랑이 내게 깊은 깨우침을 안겨 준다.
하늘의 빛과 대지의 정기를 흠뻑 들이마시고서 그 은혜에 보답하는 나무의 소박한 심정이 산길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예쁜 낙엽을 주워다가 책갈피에 꽂아 놓았던 내 작은 소유욕의 발상이 자못 부끄러워진다.
살아 숨쉬고 있는 그리고 살아 숨쉬지 않는 자연이 때로는 내가 알지 못하는 깊은 가르침과 철학을 일깨워 준다.
나는 왜 살아가는가…
나의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게 삶을 부여해 주는 자연에게 어떠한 보답을 할 수 있을까…찬바람에 떨어진 잎사귀들을 끌어안아 주고 땅위에 드러누웠다.
잎사귀 하나하나의 속삭임과 심정을 귀담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