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꿈 속 훈자를 지나며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언어의 사원 - 현담 1997년 12월 190호
여기 이 산중의 이름이 무엇이냐
낮에 건너온 저 강의 이름은 무엇이며
지나온 마을과 들녘
주린 나를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오래 배웅해 준,
그 이들은 모두 누구시더냐.
늦은밤 호롱불처럼 앞서서 끌고 이 산중
골짜기에 누워 있는 저 한뭉텅이의 몸뚱이는
얼마나 나를 묶기 위한 실 타래이냐
쉬며 기며 노래부르며 여기까지 왔으니
길이여 내 마음의 하염없는 조바심이여
몸속 얼크러진 핏줄이여 아직 멀리서 앞서는
팔과 굵어진 다리 조용히 내려 놓고 이제
소슬한 틀녘 어느 산 귀퉁이
강 가의 젖은 모래밭이면 어떠리
성근 띄집 한 채 지어 놓고
뒤 늦게 돌아온 전장의 병사처럼
빛 바랜 한 장의 고향집 사진처럼 낮은 돌담 위에
달빛 스산한 바람으로 꽃으로 피어나
지나는 길 손 쉬어가면 어떠리 흐린 눈
달맞이 꽃 늙은 떼 과부들 마른 손길이면 어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