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제도교육과 형식의 차별성만을 가지고 무조건 대안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단순히 기존교육의 보완적인 의미로 혹은 새로운 교육방식을 꾀하는 정도가 대안교육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시대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안제시로써 교육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안교육은 교육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실천해 갈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 그것이 교육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가르치고 어떤 삶을 배우고 익히며 만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자기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거대한 자본주의의 물결에 휩싸여 소비적이고 감각적으로 살아가는 현재의 모순된 삶 그대로 아이들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교육은 삶을 제대로 사는 것, 올바로 관계를 맺으며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삶, 그러한 삶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실상사 작은학교를 비롯한 이른바 대안학교라고 불리워지는 학교는 이러한 문제제기에서 출발했다고 보아집니다. 현재 대안학교라고 불리워지는 학교는 대부분 고등학교 과정으로, 1998년에 특성화고등학교로 교육부 인가를 받아 전국에 11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가를 받은 11개의 특성화고등학교와는 달리 비인가로 중학교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가 몇 있습니다. 전북 변산 공동체학교, 올 5월에 개교한 충남 부여 반딧불 자연학교, 전북 진안 진솔학교 그리고 실상사 작은학교가 있습니다. 비인가일 경우 정부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검정고시를 치러 학력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이에 실상사 작은학교는 3년과정의 중등 대안학교(보편화된 개념을 포함)로서 현재는 비인가 상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곳 실상사 작은학교가 불교계에서 준비한 최초의 공식적인 움직임인 것 같습니다. 실상사 작은학교는 올 3월에 개교를 하였습니다. 1999년 9월에 실상사 스님 한 분과 교사 두 명이 준비팀을 발족시키고, 2000년 겨울 전국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학생 칠십여명과 5박 6일간 2회에 걸쳐 어린이 겨울학교를 실상사에서 치른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학교알리기와 개교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2000년 2월에 교사를 모집, 네 명의 교사가 결합하여 모두 여섯 명의 교사가 교사공동체 자체연수를 시작하였습니다. 3월부터 9월까지 이루어진 6개월간의 교사공동체연수는 ‘교사되기연습’을 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좌선 1시간, 교육·공동체·환경·불교교리를 주제로 책을 정해 토론을 하였고 오후에는 실상사 농장에서 일을 하거나 효소와 차를 만드는 등 자립적인 삶을 실천하려 애썼습니다.
교사 스스로 성숙해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삶이라면 교사 개인이든 교사 공동체이든 성숙해지지 않고서는 아이들의 변화와 성숙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교육은 결국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다지고 교사간의 호흡다지기 기간을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준비하였습니다. 서둘러 학생을 모집하고 학교건물을 올려 개교하는 것보다 교사공동체가 바로 서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열고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생활하면 할수록 교사는 자신의 한계를 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1년의 준비기간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짙어집니다. 더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다져야 할 것 같습니다.
11월에 학교설명회를 거쳐 신입생을 모집하였습니다.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서 학교설명회가 이루어졌고, 3박 4일간의 예비학교를 통해 열다섯 명의 아이를 선발하였습니다. 그리고 2001년 3월,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입학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계획했던 교육과정대로 오전에는 일반지식교과 -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철학, 한문 - 를 했으며 오후에는 다양한 체험교과 - 특기살리기(풍물과 연극 중 선택 1), 미술, 기능익히기(나무다루기), 야단법석(식구총회) - 를 실시하였습니다. 학습에 대한 부담을 조금 안긴 했지만 우리는 잘 생활하였습니다.
오히려 학습에 대한 힘겨움보다 작은가정 생활에 적응하는 힘겨움이 더했는지도 모릅니다. 열네 살의 나이에 부모님 곁을 떠나 자기 스스로 아침밥과 국거리를 준비해서 먹어야 하는 생활이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실상사 작은학교는 기숙사 생활이 아닌 교사 1명과 아이 서너 명이 함께 마을에 집을 빌어 생활하는 작은가정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한 학기를 지냈습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은 물론 교사 모두 바빴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하여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하루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은 부쩍 자랐습니다.
2학기 현재는 아홉 명의 남학생과 다섯 명의 여학생으로 열네 명의 학생이 있으며, 교사는 모두 여덟 명입니다. 벌써 우리는 신입생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를 대비하여 영어, 수학, 과학 선생님이 몇 분 더 오셨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의 교사가 아니라 자립적이면서도 공동체를 지향하고 생태적인 생활철학을 가진 교사가 함께 하기를 원하며, 자신의 삶에 용기와 희망을 가진 아이들이 작은학교를 찾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학교건물이라곤 교실과 교무실로 사용하는 콘테이너 두 개가 전부입니다. 아이들은 그 곳에서 한 학기 동안 큰 불평 불만없이 지내고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분명한 건 콘테이너가 작은학교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실현지로서 수행과 삶이 어우러지는 사부대중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실상사와 자연적·역사적 가치로서 우뚝 서 있는 지리산이 우리의 삶터이고 배움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삶을 배우고 가르치는 현장으로서 실상사는 아주 좋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농약과 무비료로 생명살림의 농사를 실천하며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장, 성인을 대상으로 3개월간 귀농교육을 실시하는 귀농전문학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는 화엄학림과 화림원이 이미 터를 다지고 있는 곳에 이제는 실상사 작은학교까지. 실상사는 힘들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변 환경이 우리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날 마을사람 모두가 우리 아이 남의 아이 가리지 않고 동네 아이를 키웠듯, 우리는 교사 개인이 아니라, 부모 개인이 아니라, 지역에서 그리고 공동체의 삶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함께 가르치고 배우며 모두 조금씩 자라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