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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마라(迦毘摩羅)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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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등불을 이어온 이 땅의 스님들 - 편집실 1987년 06월 64호
존자는 화씨국 (華氏國) 사람으로 원래는 외도(外道)로서 삼천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온갖 외도의 이론을 통달하였다. 뒤늦게 스승 마명존자를 만나 바른 깨우침을 받고서 따르는 제자들과 서인도(西印度)로 갔다. 그곳에 운자재(雲自在)라는 태자가 있었는데 존자의 소문을 듣고 추앙하는 마음으로 궁중에 청하여 공양하려 하였다. 존자는 그에게 말했다.
“여래의 가르침에 사문에 국왕, 대신이나 세도있는 집에 가지 말라 하셨소.”
“스님의 뜻이 정이 그러 하시다면 저의 나라 서울 북쪽에 큰 산이 있는데 산 속에 석굴 하나가 있으니 스님께서 그곳에 머무르실 수 없겠습니까.”
존자가 괘히 응하여 곧 산으로 들어가다 큰 뱀 하나를 만났다. 존자가 태연히 가던 길을 가니 뱀이 존자의 몸을 칭칭감고 말았다. 존자가 꾸중하듯 삼귀의를 일러주니 뱀이 몸을 풀고 가버렸다. 존자가 석굴에 당도하였을 때에 어떤 소복을 한 노인이 나와서 합장을 하고 영접하니, 존자가,
“그대는 어디에 사는가?”
“저는 옛적에 비구였는데 조용함을 몹시 좋아했습니다. 그 때에 어떤 젊은 비구가 자주 찾아와 도에 대해 물었으나 저는 그에게 대답하기를 귀찮게 여겨 화를 내었더니 목숨이 다하여 뱀이 되어 이 굴 속에 산지가 이미 천년이나 되었습니다. 이제 마침 존자를 만나 계법을 듣게 되었으므로 사례하러 왔습니다.”
“이 산에 또 다른 사람이 사는가?”
“북쪽으로 십리를 가면 큰 나무가 있는데 오백 마리의 큰 용을 덮고 있습니다. 그 나무를 용수(龍樹)라 하는데 항상 용의 무리들에게 설법을 해줍니다. 저도 법문을 들은 바 있습니다.”
노인의 말을 듣고 존자가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곳으로 갔다. 마침 용수가 존자를 맞이하면서 말했다.
“깊은 산이 외롭고 적적하여 용과 뱀이나 사는 곳인데 대덕의 지극히 높으신 몸으로 어찌 왕림하셨습니까.”
“나는 지극히 높은 이가 아니다. 그대를 보러 왔을 뿐이다. 용수가 마음 속으로 ‘이 사람이 결정된 성품을 얻었을까. 도의 눈이 밝아졌을까. 대성의 참 법을 이어 받았을까’하니 존자가 이미 알고,
“네가 마음으로만 생각하나 나는 안다. 출가할 결심이나 하라. 어찌 내가 성인 아닐 것을 근심하고 있는가?”
용수가 뉘우치며 출가할 것을 응하였다. 오백 용들도 따라 출가하였다. 존자가 다시 용수에게 분부하기를,
“여래의 거룩한 정법안장을 그대에게 전하니 그대는 잘 지녀 펴라. 끝으로 게송을 들으라.”

숨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법은
진실의 실제를 말하는 것이니
이 숨음과 드러난 법을 깨달으면
어리석지도 지혜롭지도 않다

법을 전한 뒤에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삼매의 불로 몸을 태우니, 용수가 오색사리를 거두어서 이를 탑을 세워 모셨다. 때는 곧 난왕(赧王) 사십일년 임진(壬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