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는 유교, 불교, 기독교 등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다종교 사회이다. 어느 특정 종교의 가치만을 인정할 수 없으며, 모든 종교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동서 냉전 체제의 붕괴 이후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종교간의 갈등’이다. 우리나라도 ‘종교의 박람회장’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면서 서로간의 갈등과 불화로 사회의 불안 요소를 가중시키고 있다. 올바른 종교교육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학교 현장에서 살아가는 스님의 삶이란 ……
나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나의 이 삶을 참으로 소중히 여긴다. 여기에서 나는 나 자신의 삶을 이야기함으로써 종립학교 종교수업에 관하여 얼마간의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정말 우연한 계기가 생의 지침을 완전히 바꾸게 하였다. 어느 날,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보고 가슴이 마구 뛰었다. 영화에 대한 단편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나는 이미 학생들을 사랑하고 있는 한 선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흘러 버렸다.
“나는 왜 편안한 내 땅(山寺)을 두고 이 곳까지 왔을까?”“왜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일까?”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자주 스스로에게 묻는다. 현실에 너무도 힘들어하면서도 달갑게 계속하는 자신이 신기하기도…….
길을 지나가다가 우리 학교 학생들의 교복 자락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스님! 안녕하세요” 합장인사만 해도 속으로 “귀여운 녀석들” 나만이 가진 진귀한 보석을 보듯 흐뭇해하고, 수업중 심한 장난꾸러기들 손바닥이라도 때리려면, “스님! 부처님 자비로 용서해 주세요.”, “스님께서 우째 때리예.”, “자비! 자비! 자비!” 하면서 합창을 하는 사춘기 꾸러기들.
어느 졸업생의 편지에 “스님께서는 탁자 위에서 누런 금분을 털어 버리고 우리에게 오신 걸어다니시는 참 부처님이십니다. 하얀 연꽃으로 피어나소서….”정말 이 편지글에 걸맞는 나였을까?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부끄럽고 부끄럽다. 또 어느 학생의 편지에, “스님! 기독교만 알던 우물안 개구리가 불교학생회 수련회도 다녀오고 정말 귀중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후배들이 스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정말 타종교 학생들에게 조금도 편견없는 나였나 생각해 보았다.
또 한 학생은, “처음 입학 땐 불교학교가 싫었는데 다른 과목 수업과는 달리 저희에게 아름다운 삶, 지혜로운 삶을 제시해 주시고 이모처럼 따뜻하게 다가오시는 스님, 전 능인학교에 오길 잘했습니다.” 이런 글귀를 보고 난 정말 모든 학생들에게 그럴까 고개가 좌우로 흔들어진다. 곧, 모든 학생은 나에게 부처님인 것이다.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이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만나는 나의 마음은……
지나간 날의 즐거운 회상과 아름다운 미래의 희망이 고이 모인 얼굴. 나의 형제들이여, 청마께서는 이 한 생의 의의를 진정 알지 못하면 차라리 열사의 사막에 백골을 쪼갠다 하더이다만…….
언제 생각해 보아도 밉지 않은 형제들, 다른 사람이 지니지 못한 향내를 지닌 이는 큰 공덕을 지닌 이라 합니다. 나의 형제들은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우정임을, 인생에 가장 행복한 것이 믿는 친구를 가지는 것임을 압니다. 나의 형제들은 사랑이 귀한 것이나 인생의 전부라고는 생각지 아니합니다. 마음의 허공을 그대로 둘지언정 아무 것으로나 채우지 아니합니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를 사랑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형제들은 정직합니다. 정직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큰 매력입니다. 나의 형제들은 휴식이 공부의 일환인 줄 알고 유쾌하게 알맞게 휴식할 줄 압니다. 나의 형제들에게는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눈물이 있습니다. 가슴에는 고갈되지 않는 윤기가 있습니다. 나의 형제들은 지위, 재산, 명성 같은 조건에 현혹되어 사람의 가치 평가를 잘못하지 않습니다. 아첨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나의 형제들은 연꽃이 비록 감탕 속에 뿌리를 두더라도 꽃은 청향을 발하는 것처럼 슬픔의 현실 중에서도 진리로 승화시킬 줄 압니다.
이런 형제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과한 행복입니다. 이런 인연을 소홀히 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이것은 나의 생의 한 부분인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