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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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현진
1999년 12월 214호
친하게 지내는 도반 가운데 방귀를 잘 뀌는 스님이 한명 있는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리를 내는 통에 모두들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기 일쑤다.
누구나 하루에 한두 번쯤은 방귀를 뀐다지만 이 스님의 경우는 그 도가 상식을 벗어난다. 하루에도 수십 방씩 내질러대니 생리현상으로 웃고 넘기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더군다나 이 스님은 한번 시작하면 몇 방을 연이어 뀌는 습관이 있었다.
한번은 이 스님 방귀 때문에 선방에서 대중공사까지 열었던 적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벽부터 방귀 소리를 들으면 기분도 좋지 않을 뿐더러 정진하는 일에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들이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정진하는 입선시간에는 자제해 달라는 것과 방선放禪시간은 방을 따로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참선 시간에는 좀 참았다가 쉬는 시간에 자기 방에서 마음껏 뀌라는 대중의 배려였다.
이런 대중공사가 있기 며칠 전에도 지대방에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그날 따라 방귀 잘 뀌는 이 스님 등뒤에서, 어떤 스님이 잠시 누워 있다가 잠이 곤하게 들었던 모양이다. 뒤에 잠자는 스님이 있는 줄도 몰랐던 방귀 스님은 그만 코앞에서 큰 방귀를 한방 뀌게 되었는데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잠자던 스님이 벌떡 일어나고 말었다. 그 모습이 하도 우스워 주위에 있던 스님들이 방이 떠나 갈듯 웃었다. 그 날 대중공사에서 그때 뒤에서 잠자다가 갑자기 황당한 일을 당한 스님이 참고인 진술을 하면서 대중이 또 한번 웃었다.
아무튼 대중공사가 있은 뒤, 하루는 아무 탈 없이 잘 넘어갔다. 다음날 오후 정진 시간이었는데 어디선가 뽕~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누군가가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참았다는 듯이 아주 시원하게 방귀를 여러 방 뀌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조용하던 선실에 웃음이 하나 둘 새어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웃고 말았다. 한번 터진 대중의 웃음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입승스님은 한시간 일찍 방선 죽비를 치고 말았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방귀 스님이었다.
선방에서 듣게 되는 방귀의 종류는 대략 세 가지이다. ‘다연발식’과 ‘공포탄식’ 그리고 ‘독가스식’이다. 다연발은 한번에 여러 번 뀌는 것이고 공포탄은 소리만 크고 냄새 없는 방귀를 말할 때 쓰는 것이고 반대로 소리 없이 냄새가 지독하면 독가스라고 표현한다. 이 가운데 독가스식 방귀를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소리가 없어 범인을 모르기 때문에 서로 서로 의심하는 탓도 있지만 냄새가 아주 기분 나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대중을 곤혹스럽게 할 때도 있지만, 아무리 뀌어도 냄새 나지 않는 도반의 방귀는 솔직하고 통쾌한 수좌의 면모 같아서 아주 미워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