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정의, 더러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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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오성
2001년 10월 236호
어느 때 붓다는 우루벨라에서 카사파 형제들과 함께 가야시사 산을 향해 가는 도중 언덕에서 저녁 노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붓다는 한참이나 그 광경을 보시다가 말씀하였다. “비구들아, 모든 것이 불타고 있다. 비구들아, 무엇이 불타고 있는가. 눈이 불타고 있다. 보이는 모든 것이 불타고 있다. ……, 무엇으로 불타고 있는가. 탐욕으로, 노여움으로, 어리석음으로 불타고 있다.” 황혼이 사라지고 어둠이 자리할 때까지 붓다는 그 곳에 계시었다.
이 글의 마침표를 찍기 전에, 부시의 말을 빌리면, “우리의 역사적 책임은 테러를 응징하고 악의 세계를 제거하는 것”을 실행에 옮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무한정의無限正義 작전’이라 했던가. ‘더러운 전쟁’이 될지라도 끝가지 응징하겠다고 한다. 미국 본토에, 그것도 세계의 부의 상징인 자유무역센터와 정보와 권력의 상징인 펜타곤의 테러공격을 두고 ‘제2의 진주만 공습’으로 묘사하는 이들도 있다. 초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을 얼마나 멍들게 하였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의문점을 갖게 된다. 자신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저 광기의 테러는 무엇 때문에, 어떤 신념이 가능케 하였을까. 그들의 희생으로 천년 왕국이 온다 한들 누가 행복해지며, 무고한 희생에 대한 악의 형벌을 그들이 피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된 근본적 원인을 많은 학자들은 국제사회에 내재해 있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고 본다. 한신대의 전창화 교수(국제경제학)는 “결국 지난 10여 년 동안 일본과 유럽, 또 아시아 각국의 희생 속에 미국이 고달러 기조를 바탕으로 번영을 누려왔다.”며 “이번 참사의 배경에는 이런 파괴적 불평등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한다. 즉, 95년 4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들은 환율협상에서 강한 달러 기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협조개입정책에 합의한다. 그 뒤 미국은 해마다 수천억달러씩의 경상수지 적자를 내는 대신 해외에서 유입된 자본으로 이 적자를 메웠던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서방의 나라들까지 화들짝 하는 데는 잔인한 테러에 희생된 국민의 영혼을 달래려는 가면 뒤에 더 큰 이유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번 참사의 불똥이 미국의 ‘신경제의 논리’가 허구임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무풍지대였던 ‘월스트리트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 해결점은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오만한 외교정책의 수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무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었다면서 테러리즘에 최종적인 운명을 걸 만한 이유가 없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