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臨濟 스님이 황벽黃檗 선사 문하에 살 때 운력으로 소나무를 심던 중이었습니다.
황벽 선사가 한 마디 던졌습니다.
“이렇게 깊은 산에 그렇게 소나무를 심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첫째는 산문의 경치를 가꾸기 위함이요, 둘째는 뒷사람에게 모범을 보이려는 것입니다.”그러고 나서는 괭이로 땅을 세 번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황벽 선사가 말했습니다.
“그러나 벌써 나의 방망이 삼천 대를 맞았도다.”
이에 임제 스님은 괭이를 땅에 세우고는 ‘허어!’하고 탄식을 하니 황벽 선사는 다시 말했습니다.
“나의 종宗이 그대에 이르러서 세상에 크게 퍼지리라.”
처음에 임제 스님은 율律과 화엄華嚴의 공부를 마치고는 다시 황벽산 희운 선사 회상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서 3년째 정진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기특히 여긴 수좌 진존숙陳尊宿이 물었습니다.
“조실 스님께 법을 물은 적이 있는가?”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실 스님께 ‘무엇이 불법입니까?’하고 왜 묻지 못하는가?”그 말을 듣고 임제 스님은 바로 올라가서 그대로 물었습니다.
그러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황벽 스님은 대뜸 귀싸대기를 후려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쫓겨 나왔습니다. 스님이 내려오자 수좌 스님이 물었습니다.
“법을 물으려 갔던 일은 어찌 되었는가?”
“묻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려치시니 저는 모르겠습니다.”“그렇지만 다시 가서 묻도록 하게.”
이렇게 세 번을 올라가서 다 얻어맞고 내려와서는 업장業障의 두터움과 인연 없음을 한탄하고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자 수좌 스님이 말했습니다.
“가더라도 조실 스님께 인사는 드리고 가도록 하게.”그래서 하직인사를 드리니 황벽 선사께서 말했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고안高安 여울가의 대우大愚 스님의 회상으로 가게.
너에게 반드시 무어라고 말해 줄 것이네.”
스님이 대우 스님에게 이르니 물었습니다.
“어디서 왔느냐?”
“황벽 스님 회상에서 왔습니다.”
“황벽 스님이 무슨 말을 하던가?”
“제가 세 번 불법의 뜻을 물었는데 세 번 모두 얻어맞았습니다.
제게 무슨 허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황벽 스님께서 그렇게 간절한 노파심으로 너 때문에 수고를 하였는데 다시 여기까지 와서 허물이 있고 없고를 묻느냐?”
임제 스님은 이 말 끝에 크게 깨치고 말했습니다.
“황벽의 불법이 별것 아니군요.”
그러자 대우 스님은 임제의 멱살을 움켜지고 말했습니다.
“이 놈아! 아까는 허물이 있느니 없느니 하더니, 이제 와서 다시 황벽의 불법이 별것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래 너는 무슨 도리를 보았느냐? 빨리 말해라 빨리 말해.” 그 자리에서 임제 스님은 대우 스님의 옆구리를 세 번 쥐어박았습니다.
그러자 대우는 임제를 밀어젖히면서 말했습니다.
“너의 스승은 황벽이니 나와는 상관이 없다.”
그리하여 다시 황벽 스님의 회상으로 돌아와 확철대오廓徹大悟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 날도 운력이 있었습니다.
황벽 선사가 앞장을 서고 임제 스님이 뒤를 따라 갔습니다.
갑자기 황벽이 뒤를 돌아보니 임제 스님이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괭이를 어떻게 했는가?”
“누군가가 제 괭이를 가지고 가버렸습니다.”
이에 황벽이 말했습니다.
“가까이 오너라. 너와 의논할 일이 있느니라.”
이에 임제가 가까이 가니 황벽이 괭이를 세우면서 말했습니다.
“이것은 천하사람들이 들어올려도 들리지 않으리라.” 그러자 임제는 황벽의 손에 있던 괭이를 빼앗아서 번쩍 들어올리고는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내 손 안에 있습니까?”
다시 황벽이 말했습니다.
“오늘은 여러 사람이 운력에 나왔구나.”하면서 방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이쯤 되면 산이나 밭이 운력하는 곳이 아닙니다. 바로 법당이 되어 버립니다.
괭이는 괭이가 아닙니다. 주장자가 되어 버립니다. 괭이가 황벽의 손에 있었는데 임제의 손 안으로 가버린 것을 보니 도적이 소인小人이기는 하나 지략은 군자보다 더 낫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운력을 하면서 제자를 가르치는 황벽의 솜씨 역시 스승 백장百丈 선사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백장 선사 회상에 황벽 스님이 머무를 때 일입니다.
어느 날 운력으로 밭을 갈고 돌아오니 백장 선사가 말했습니다.
“희운希運 수좌여! 밭을 갈기가 어렵지?”
“대중을 따라 운력을 했을 뿐입니다.”
“수고했군!”
“수고를 사양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백장 스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밭을 얼마나 일구었는가?”
이에 황벽 스님이 밭을 매는 시늉을 하니 백장이 할喝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황벽은 귀를 막고 가버렸습니다. 이러한 백장의 할 한 마디는 만 길 못에다가 실을 드리운 것 같고 황벽이 귀를 가린 것은 천 봉우리 위에 우뚝 선 것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뒷날 황벽 스님은 스승 백장에게서 인가 받을 때 받은 선판禪板과 궤안案을 임제 스님에게 물려 주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늘 일 속에서도 정진하는 가풍을 지켜갔던 것입니다.
불안청원佛眼淸遠을 위해 오吳 거사가 절을 짓고는 상당법문을 청하였습니다.
이에 선사는 말했습니다.
“임제 스님이 운력으로 소나무를 심고 있는데 황벽 선사가 ‘이렇게 깊은 산에 그렇게 소나무를 심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하고 물으니 ‘첫째는 산문의 경치를 가꾸기 위함이요, 둘째는 뒷사람에게 모범을 보이려는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임제 스님이 괭이로 땅을 세 번 치자 ‘그대는 벌써 나의 방망이 삼천 대를 맞았다’고 하니임제 스님은 괭이를 땅에 세우고는 ‘허어!’하고 탄식을 했습니다.”대중들이여!
임제 스님이 소나무를 심은 것은 가히 뿌리가 항하사恒河沙 세계에 두루하고 잎이 수미산須彌山을 덮었다고 할 것입니다. 삼현三賢과 십성十聖이 쉬는 곳이요, 부처님과 조사들이 짓고 그치는 장소가 됩니다. 그러므로 후세의 자손들이 번창하고 가지와 잎이 번성하여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오늘 여기에 눈 밝은 납자가 있어 ‘깊은 산 속에 절을 지어 무엇을 무엇을 하겠는가?’하고 묻는다면 산승 역시 ‘첫째는 산문의 경치를 가꾸기 위함이요, 둘째는 뒷사람에게 모범을 보이려는 것이다’라고 할 것입니다.
산문의 경치를 가꾸기 위함이라 하니 보는 이가 당장에 무학無學의 경지로 뛰어오르고,뒷사람에게 모범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하니 범부와 성인, 미혹과 깨달음이 모두 한 빛입니다.
만약 총림의 위로 향하는 관문을 누군가가 밟기만 한다면 그 기쁨이 무량할 것입니다.
총림 대중들이여!
괭이를 들어 땅을 두드려서 끝없는 경치를 이룩하였습니다.
법당 문 밖을 나서면 실오라기 하나도 보이지 않고 남산과 가야산이 울창하게 푸릅니다.
임제의 종지가 어찌 별다른 것이 있겠습니까?
납자들은 다만 할喝하는 소리가 높은 줄만 알고 나무 심는 뜻이 귀한 줄 알지 못한다고 하겠습니다.
오종유고기吾宗有古記하니 양하초박지兩下拍地로다
종유종요수縱有鍾繇手나 막사고인의莫寫古人意로다
우리 종문에 옛기록이 전하니 괭이를 두 번 들어 땅을 친다네.
아무리 종요의 솜씨라고 해도 옛 사람의 뜻을 그리기는 어려워라.□